올바른 수면, 경제적 수면
올바른 수면, 경제적 수면
  • 신홍범 국제수면전문의
  • 승인 2011.06.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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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신을 통해서 소개되는 수면관련 뉴스 중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것이 적정 수면시간이다. 어떤 연구는 하루 7시간의 수면이 적당하다고 하고 다른 연구는 8시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수면시간이 너무 길면 수명이 짧아진다고 소개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적정 평균 수면시간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항상 자신의 수면시간이 너무 길거나 짧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자는 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면시간은 산업화와 더불어 꾸준히 짧아졌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한 이후 인간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활동 시간을 밤늦게까지 연장할 수 있었다. 교대 근무제가 도입되고 산업 생산성은 늘어났지만 인간의 수면시간은 지속적으로 침해받고 있다.

우리는 충분히 자고 있는가?

  대한민국 국민들은 충분히 자고 있는가? 어느 다국적 화장품 회사가 세계 각국 아기들의 수면시간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아기들의 수면시간이 가장 짧았다. 우리나라 아기들의 수면시간이 짧은 것은 부모들의 수면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수면시간이 짧고 그 중에서 한국의 수면시간이 가장 짧다. 진료실에 내원한 환자 중에 수면시간이 5시간 정도에 불과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새벽 1시에 자서 아침 6시에 기상하는 생활을 몇 년씩 해 오고 있는 것이다. 일이 많고 생활이 바빠지면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이 수면시간이다. 사람들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신체적 이상을 깨닫기 전까지 수면시간은 줄여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은 지나치게 잠을 자는 것은 게으름의 표식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수면의 경제학

  수면질환은 암, 당뇨, 고혈압, 우울증처럼 사회적, 직업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한다. 미국 수면장애연구위원회는 불면증에 따른 직접손실을 1990년 기준 154억 달러로 추산했다. 1988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수면장애와 관련된 사고로 인한 비용은 431.5 억 달러에 달한다. 국내연구에 따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한 결근, 조퇴, 지각으로 인한 비용과 집중력저하, 업무능력저하로 인한 비용을 모두 합치면 환자 1인당 연간 2,500만 원에 달하며, 이는 우울증에 의한 비용인 2,100여만 원보다 높다. 이처럼 수면질환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크지만, 그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수면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 하고 있다.

수면은 최상의 휴식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주변을 돌아보고는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노는 것’이 아닌 진정한 ‘쉼’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최상의 휴식은 잠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바쁜 일상 중에서 운동을 하려다보니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운동한다는 사람도 보게 된다. 운동의 효과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해를 보충할 수는 없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몸의 호르몬 시스템은 큰 변화를 겪는다. 깊은 잠을 자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장호르몬은 손상된 조직을 재생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피부도 좋아진다. 프로락틴, 갑상선 호르몬 등의 분비도 늘어난다. 잠들기 전에 분비되기 시작하는 멜라토닌은 항산화효과가 있다. 잠을 자는 동안 면역기능이 상승한다. 충분한 잠을 못 자면 감기에 더 잘 걸리며 암 발병율도 높아진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심장은 깨어 있을 때보다 천천히 뛴다. 심장 근육이 쉴 수 있다. 잠이 들면 신체근육에 힘이 빠진다. 근육이 쉴 수 있다. 잠을 자는 동안에는 혈압이 떨어진다. 혈관벽에 가해지는 압력이 줄어든다. 고혈압 환자라 하더라도 자는 동안에는 혈압이 높지 않다.
  수면 중에 신체적 휴식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수면 중, 특히 꿈을 꾸는 동안 감정기억에 대한 정화가 일어난다. 낮동안 겪었던 힘든 일들을 꿈꾸는 동안 다시 경험한다. 그때, 그 일과 관련된 기억은 남지만 그 일에 수반되었던 고통스런 감정의 강도는 약해진다. 이것이 꿈의 기능이다. 충분한 잠을 자지 못 하면 스트레스로 인한 감정적 어려움이 완화되지 않는다. 그래서 불면증이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다.
  최근 인지과학은 수면을 주목하고 있다. 잠을 자고 난 후에 기억력이 더 향상되고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의 답을 갑자기 얻게 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잠을 자는 동안 우리 뇌는 낮동안 얻었던 정보를 정리한다. 정보가 정리되는 과정에서 새로 들어온 정보와 기존의 정보들간에 그 전에 없던 ‘연관’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문제에 대한 통찰이 생긴다.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잠을 줄이면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을 뿐 아니라, 뇌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지 못 한다. 이처럼 수면은 신체적, 정신적 휴식과 능률을 위해서 필수적이다.

경제적 수면

  어떤 수면이 경제적인 수면인가? 적게 자고 낮동안 활동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가장 좋겠다. 그러나 수면의학에 따르면 그런 방법은 없다. 소수의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성인은 7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런데 7시간의 수면을 취하고도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고 낮동안 최상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최선의 수면을 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면을 방해하는 병이 있어서, 7시간을 자더라도 실질 수면이 4시간밖에 안 된다면 4시간의 수면을 취한 것이다. 수면을 방해하는 질환으로는 코를 골다가 호흡을 멈추는 수면무호흡증, 수면 중에 다리를 움직이는 주기성사지운동증, 잠들기 전에 다리가 불편해서 쉽게 잠들지 못 하는 하지불안증후군, 심한 잠꼬대와 함께 잠을 자면서 몸을 움직이는 사건수면, 쉽게 잠들지 못 하고 잠이 들더라도 깊지 않는 불면증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을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 건강한 수면의 전제조건이다.
  수면질환이 없음에도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잠을 너무 늦게 자거나 일찍 자면 수면리듬과 생체리듬이 부조화를 이루게 되므로 잠의 질이 떨어진다. 대개 자정부터 오전 6시 사이의 시간에는 잠을 자고 있어야 한다. 잠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기호품을 금해야 한다. 알코올은 잠을 오게는 하지만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하고 자주 깨게 만든다. 담배 속의 니코틴도 정신을 자극하므로 깊은 잠을 자지 못하게 한다. 카페인은 가장 흔한 각성물질이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은 카페인을 아무리 섭취해도 잠이 나빠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카페인을 섭취한 상태에서 잠은 잘 수 있지만 수면의 질은 현저히 떨어져 있음이 여러 연구를 통하여 입증되었다. 침실 환경도 중요하다. 너무 덥거나 건조하면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침실의 습도는 50% 내외, 온도는 22도 내외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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