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기자의 변
퇴임기자의 변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1.08.2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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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돌아가며

 

  지난 학기를 끝으로 필자는 편집장의 임무를 마치고 후배 기자들 뒤에서 잔소리를 담당하는 뒷방 늙은이가 됐다. 전국 학보사 기자들끼리 모이면 농담삼아 학생기자는 ‘학생+기자’ 두 신분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학생 신분을 주요 신분으로 편안하게 뒤로 숨기도 했다가 폼 잡을 때는 기자 신분을 앞세운다고 하고는 한다. 하지만 나는 4년간의 대학생활 중(5년이나 6년간의 대학생활이 될지도 모르겠으나) 약 3년간의 세월을 학생기자로 보냈지만 그 중 기자로 지낸 시간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학과 조별과제 등을 위해 이름도 모르는 학우들과 한 조가 되어 통성명을 하면 “아, 혹시 신문사에 그분?”이라고 다시 질문을 받을 정도니 덕성여대에서 신문사의 기자로 자리매김은 했다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당연한 위치라 생각한 신문사 편집장 자리를 벗고 아직은 철없는 마음에 기자랍시고 폼 잡았던 기억도 놓고 이제는 학생으로 돌아간다. 기자로 지내는 동안 그렇게 원했던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신문사 생활을 추억처럼 곱씹어 이야기할 수 있게 됐으나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일 투성이었다. 2주일에 한 번씩 밤샘 마감하는 일은 일상이 됐으니 그다지 일도 아니지만 신문사에 매달리다보니 학과 ‘아싸(아웃사이더)’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고, 취재원으로부터 무시를 받기도 일쑤였다. 어린 막내 기자들은 힘든 생활이 싫어 하나둘 신문사를 떠났고 그 여파로 신문사에는 새내기 기자들만 남는 불상사가 생겼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겪고 나온 신문이 폐품조각이 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기운이 빠졌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한 번은 버려지는 신문들이 너무 아쉬워 신문사에 다 옮겨놓고 방 문 앞에 바리게이트를 칠 정도로 쌓아 놓은 적이 있다. 하지만 도서관 리모델링으로 인해 이사를 하며 다 버려버렸는데 있다. 그때 배출한 신문 폐지 양이 엄청났는데 폐지를 가져다 팔러 오신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모여 작은 마찰을 빚었을 정도였다.

  학우들 손 타지 않는 신문을 만들고 있다는 문제점을 남긴 채 이렇게 임기가 끝났고, 몇 남은 어린 후배 기자들이 그 문제를 떠안게 됐다. 경력도 부족한 후배기자들이 걱정되고, 더 많은 본보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떠나게 돼 미안하기만 하다. 그래도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그나마 조언 하나 남기자면 언제나 당당해지라는 것이다. 이는 나의 윗대 선배님들도 우리에게 조언했던 것으로, 기자이기 때문에 당당할 수 있으나 오만해지지 말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 당당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꼭 기자에게만 해당되는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당연한 말이지만 어쩌면 당연한 말이라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 아닐까. 나 역시 신문사에서 배운 당당함을 안고 새로이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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