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절대 잊혀져선 안 되는 것들
도가니, 절대 잊혀져선 안 되는 것들
  • 이보영 기자
  • 승인 2011.10.10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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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가니>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가 도가니 속처럼 들끓고 있다. 영화를 보고 분노를 느낀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회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민들의 분노는 ‘네티즌의 힘’으로 발휘돼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재수사까지 실시하게 만들었다. 국민의 힘을 모아 불가능하다 여겨지던 재수사를 실제로 진행시킨 이번 일은 국민의 힘과 응집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재수사는 대단한 일이었지만 이는 광주 인화학교 사건에만 국한된 방편일 뿐이다. 정작 우리가 주목하고 힘써야 할 것은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예방’에 있다.

  약자에 대한 성폭행 문제가 사회의 분노를 일으킨 것은 이번 사건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부분 이러한 분노는 서명, 혹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늘리는 것에서 끝났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만족감에 정작 주목해야 할 근본문제에 대한 예방책에는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대표적 예로 ‘조두순 사건(나영이 사건)’이 있다. 그 당시 어린아이를 상대로 저질러진 만행에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다. 그러나 어느새 그 사건은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흐릿해져 버렸다. 그 후 아동 성범죄는 점점 증가해 제3, 제4의 나영이가 생겨났다. 이는 조두순 사건 당시 효력있는 대안책이 생겨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법적 처벌 강화, 성폭행 관련 법 재정비, 예방을 위한 방편 마련 등 현실적 대책이다. 현재까지 국민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너무 감성적으로 대해왔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좀 더 냉철한 사고가 필요하다. 분노로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성과에 기뻐했다면 이제는 차분히 머리를 가라앉히고 아동 성폭행, 장애인 문제 등 자신이 느꼈던 문제의식을 곱씹어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때이다. 금방 끓고 식어버리는 냄비같이 이번 <도가니> 영화가 일으킨 국민들의 사회문제의식도 끝나버린다면 결국 영화를 통해 국민들이 느꼈던 감정, 작가와 영화감독이 일깨워주고 싶었던 문제의식, 고통받은 아이들의 목소리는 모두 무(無)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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