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것을 재조명하다
낡은 것을 재조명하다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1.11.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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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을 떠올리면 흔히 고급스럽고 세련된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버려진 쓰레기, 찢어지고 구멍난 헌 옷들이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실제로 낡고 보잘것없는 것들에서 예술이 탄생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버려지고 외면 받았던 것들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받음으로써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 활동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어떤 예술적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자.

예술에 마법이 일어나다
 분리수거함에서나 볼 수 있는 버려진 폐품과 쓰레기, 헌 옷, 쓰레기 봉투, 그리고 낡은 골목길. 이는 모두 오래되고 낡아 이미 그 가치를 잃어버린 것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이를 이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예술 활동이 일어나고 있다. 예술의 재료가 될 것이라 아무도 상상치 못했던 것들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낡은 것을 새 것으로 탈바꿈하는 마법 같은 예술. 이러한 예술의 움직임이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을까?

낡은 것을 재창조하는 움직임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 등 보잘것없는 것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을 ‘정크아트’라고 한다. 그러나 정크아트는 단순한 예술 활동이 아니다. 이미 사용했던 것을 작품에 재활용함으로써 자본주의 사회와 현대도시 문명을 비판하거나 환경과 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환경문제를 알리고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매년 정크아트 공모전이 열릴 뿐만 아니라 전시장도 마련돼 사람들에게 폐자원에 대한 가치와 자원순환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벽화골목’이라 불리는 것도 있다. 낡은 골목길에 예술을 승화시켜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거리 곳곳 오래된 모든 벽에 그림을 그린 벽화마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그림이 아닌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를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마을이 하나의 관광지로 변하기도 한다. 한 예로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 있다. 동피랑 마을은 철거대상이었으나 마을의 낡은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는 시민단체의 공모전을 통해 벽화에 대한 입소문이 퍼져 관광객이 몰려들게 됐다. 결국 마을 철거는 취소됐고 동피랑 마을은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업사이클’도 있다. 업사이클이란 단순한 재사용이 아닌 재활용품에 숨을 불어넣어 가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으로써 정크아트와 비슷하다. 그러나 업사이클은 쓸모없는 옷, 천, 현수막, 광고판, 펜, 봉투 등을 이용해 의류·인테리어·생활용품·가방 등 다양하고 새로운 실용적 디자인을 창조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외국에서는 이미 업사이클을 통한 시장이 활성화돼 있으며 국내에서도 업사이클을 실천하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업사이클을 통해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고 환경을 위해 인간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몸소 실천한다.



예술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오래되고 쓸 데 없어 버려지는 것들을 생각의 전환을 통해 예술의 재료로 활용하는 것. 이는 예술계의 가히 새로운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폭넓은 다양성을 수용하는 현대미술의 특성상 낡은 재료, 버려진 장소 등을 표현의 소재나 공간으로 삼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며 “문명이 발달할수록 자연스럽게 그것을 성찰하는 문화도 발전하게 되는데 낡은 것을 재조명하는 예술 문화가 성장하는 것도 그것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경한 평론가는 “물리적인 것들을 정신적인 흐름에서 성찰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며 “이를 언더그라운드 아트 형태로 치부하는 전문가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교육을 통해 인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문화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와 같은 예술 문화의 가능성을 전했다.


 예술은 세월을 거치며 나날이 발전해 왔고 지금도 발전해 가고 있다. 그 과정에는 경직된 사고를 가지고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에 맞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시도하고 창조하려는 노력이 뒷받침됐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어딘가에선 그러한 움직임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다. 예술로 바라보기엔 다소 보잘것없고 부족하다해도 다양성이라는 이름 아래 그것을 인정했을 때 진정으로 예술이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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