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문화바우처 산업
알맹이 빠진 문화바우처 산업
  • 이보영 기자
  • 승인 2011.11.2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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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연극, 뮤지컬, 독서, 음악 등 문화란 더 이상 우리의 곁에서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러나 경제적 이유로 여전히 문화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실시한 복지정책이 바로 ‘문화바우처’다. 문화바우처란 대체 무엇인가? 그리고 현재 어떤 방법으로 실행되고 있을까?

문화바우처란
문화바우처란 문화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관람료 및 CD, 도서 구입비 등을 나라가 일정 수준 지원해 주는 것을 말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바우처 정책은 기초생활수급자, 법정차상위계층에게 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보편적 복지가 요구되는 가운데 문화바우처는 점점 심화되는 문화격차의 대안책으로 큰 기대를 받았다. 이에 우리 정부 역시 문화바우처의 이용률을 더 활성화 시키겠노라고 작년부터 입장을 밝혀왔다.

  이러한 입장에 맞춰 올해부터 문화바우처의 많은 부분이 변했다. 우선 카드제가 도입되면서 온·오프 라인에서 모두 사용이 가능해졌고 소비자가 원하는 문화 혜택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도록 바뀌었다. 또한 예산은 67억 원에서 347억 원으로 작년에 비해 약 5배정도 증가, 수혜 대상자는 47만 명에서 올해 163만 명(85만 가구)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막상 현 문화바우처 산업은 ‘국가의 생색내기 정책’이라고 불리고 있다.

알맹이가 빠진 문화바우처 
대체 어떤 이유로 문화바우처가 ‘국가의 생색내기’란 말을 듣게 된 것일까? 올해 들어 ‘혜택이 개인에서 가정으로 바뀌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해까지 연간 1인당 5만 원씩 지원해 주던 지원금이 가구당 5만 원으로 바뀌면서 오히려 수혜대상자에 대한 지원 금액은 줄게 됐다. 예를 들어 가족구성원이 3명인 한 가정의 경우 작년까지 받을 수 있었던 총 지원 금액은 15만 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3명의 가정에 5만 원만이 지급되는 것이다. 한 가족이 문화생활을 즐기기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사회복지기관 내의 문화바우처 수혜자들 또한 한 가족으로 묶어 측정된다는 사실이다. 즉, 시설 내의 수많은 입소자들에게 지급되는 금액이 5만 원 밖에 안 되는 셈이다. 이렇게 실질적이지 않은 정책에 사람들의 문화바우처 이용률도 급감하고 있다. 전북발전연구원 이슈브리핑에 따르면 올해 9월 말을 기준으로 카드발급률은 전국적으로 39%, 예산소진율은 전국적으로 10.3%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의 10분의 1 수준이다.

출처; 광주매일신문

  카드제 도입 역시 문제시 되고 있다. 기존에는 지역 주관처가 문화바우처 이용자와 프로그램 공급자 사이에서 매개 역할을 했는데 올해부터 카드제로 전환되며 그러한 매개 역할을 읍,면,동 행정조직이 담당하게 됐다. 이러한 점은 세 가지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하나는 지역 주관처의 매개를 통한 이득이 사라진 것. 다른 하나는 지역간 문화 격차가 늘어난 것. 그리고 문화 장르별 격차가 늘어난 것이다. 작년까지는 문화바우처 이용자들이 지역 주관처와 문화바우처 공급자 사이의 협의를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문화바우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역할을 축소시켜 더 이상 가격할인 등의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또한 각 지역에 문화바우처 홍보와 관리를 맡긴 것이 지역 간 문화 차이를 키우고 있다. 기존에 문화시설이 좋았던 지역은 문화바우처의 활용도가 높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활용도가 저조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실질적 수혜 금액의 축소와 지역 주관처의 할인·소개가 사라지자 문화바우처 이용이 음악이나 서적에만 한정될 뿐 비교적 고가인 뮤지컬이나 발레 등의 분야에는 전혀 영향이 미치지 않고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 현재 진행되는 문화바우처 산업은 ‘알맹이가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출처: 공감 코리아

더 나은 문화바우처를 위해
  그렇다면 알맹이를 어떻게 집어넣어야 할까? 이에 전북발전연구원 이슈브리핑을 통해 장세길 박사가 제시한 대안책은 ▲지역 주관처의 역할 재강화와 지역 특성에 맞는 사업추진 예산 강화 ▲지난해와 올해의 장점을 복합한 혼용식 카드제 시행 ▲가구에서 개인 단위로 지원방식 변경 ▲바우처를 총괄하는 기관 생성이다. 이들은 ‘생색내기 문화바우처’ 푯말을 벗어던지기 위한 필수적 대안책들이다. 무엇보다 문화바우처가 올바른 방향을 걷게 해줄 구체적 토대다. 문화바우처는 외국에서도 몇 년에 걸쳐 신중하게 계획할 만큼 중요한 사항이다. 이는 현 시대에서 문화적 격차 해소와 문화복지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준다. 우리나라 역시 문화바우처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사람들이 문화복지를 외치니 수치만을 채워 내세우는 게 아니라 문화바우처가 실제 문화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실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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