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과학, 학문 간 융합
인지과학, 학문 간 융합
  • 이정모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11.12.05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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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류 사회에는 중요한 변화들이 생겼다. 2003년에 미국 과학재단이 정보과학기술(IT), 나노과학기술(NT), 생명과학기술(BT), 인지과학기술(CogT)이 미래 융합과학기술의 4대 핵심축이라는 융합테크놀로지 틀을 제시하면서 과학기술의 융합은 미래지향적 테크놀로지나 학문을 추구하는 모든 국가와 학계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다.

 

변화하는 세상  
  인간과 기계(지능)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던 종래의 인간 존재 개념은 미국의 미래과학자 레이 커즈와일을 중심으로 제기된 생각인 ‘인간 대 기계(인공물)의 경계선이 무너지는 특이점(변곡점)이 2030년경 도래하게 된다’는 예측에 의해 크게 흔들렸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인간의 존재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재구성해야 한다. 인간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계몽) 또는 새로운 뉴 휴머니즘이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빠른 전파와 그것이 정치를 비롯한 사회적 환경에 주는 영향, 그리고 인터넷에 매달린 우리의 일상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과연 다가올 인류의 미래 사회는 어떠한 사회가 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널리 도전받고 재구성되고 있는 도덕, 종교, 인간 이성의 합리성 등의 개념은 미래 인류의 삶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미루어 생각하게 한다.
도대체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그리고 다가올 미래 인류 사회를 예측·설명할 수 있고 또 그 미래 사회에 맞는 적절한 과학을 그리고 미래 응용 테크놀로지를 도출할 수 있는 학문은 무엇일까?

 

인지과학의 탄생과 정의
  이 모든 변화는 디지털 문화의 시작과 인간 본성에 대한 경험과학적 연구의 집적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산술적 기능밖에 못 한다고 생각됐던 컴퓨터를 지능을 지닐 수 있는 기계로 새로 개념화하고 또 인간 마음(mind)이 컴퓨터와 유사한 원리의 정보처리를 하는 하나의 정보처리 시스템이라고 개념화한 1950년대의 인지과학자들에 의해 비롯되었다. 그것은 바로 인지주의의 기본 생각이었고 이 생각을 구체적으로 구현하고 여러 학문들이 수렴되어 이루어진 학문이 바로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이다.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에서 그리고 동물과 인공물(컴퓨터, 로봇 등)의 지능에서 각종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며 그러한 정보처리를 통해서 마음과 지능이 어떻게 가능하게 되고 구현되는가를 탐구하는 과학이다. 인지과학에서 인간의 ‘마음’이란 개념은 가슴이나 감정이라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지적, 감정적, 신체적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넓은 의미다. 또 인지과학에서 ‘인지’를 좁은 의미의 이성적 사고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인지과학에서 사용하는 ‘인지’의 의미는 바로 ‘마음’이다. 그 마음은 인간에게는 마음이 되지만 동물과 컴퓨터와 같은 인공물에서는 ‘지능’이 된다. 그렇기에 인지과학에서 ‘마음’은 마음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몸의 활동과 관련된 측면까지 모두 포함한다. 그리고 마음의 작용이 가능해지는 것은 두뇌의 신경적 활동에 기반하고 있기에 뇌 기능에 대한 탐구가 인지과학의 한 주요 영역이 된다. 최근 인지과학에는 ‘뇌-몸-환경’ 세 요소를 모두 통합하는 개념으로 ‘마음’의 개념을 사용하는 ‘체화된 인지’라는 접근도 있다.

 

다양한 학문과의 연결
  인지와 마음을 이렇게 개념화하기 때문에 인지과학은 당연히 좁은 영역의 단일학문일 수밖에 없다. 인지과학이 형성된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인지과학은 다학문적, 학제적, 융합적 학문의 틀을 유지해 왔다. 그렇다면 어떤 학문 분야들이 인지과학에 포함됐는지를 살펴보자.

  먼저 인지과학은 마음의 과학이기에 심리학이 포함된다. 하지만 심리학과 달리 인지과학은 인간의 마음, 동물의 지능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같은 인공물의 지능(인공지능)도 다루며 정보처리 측면을 강조하고 심리적 과정을 정형화해 접근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리고 인지과학은 예전부터 인간의 마음의 문제를 다뤄오던 철학과 심심관계, 좁은 의미의 인지, 지식, 언어, 지각, 마음과 두뇌의 관계 등의 문제와 관련하여 연결된다. 그 다음은 언어학이다. 인간의 마음은 언어라는 상징체계를 통해 구현되고 작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음과 언어의 관계를 밝히는 점에서 언어학은 인지과학의 한 핵심 학문이 된다.

  그 다음은 인류학과 사회학인데 인간 마음의 작용은 인간이라는 종과 사회, 문화의 영향에 의해 구성되고 작동되기 때문에 이런 학문들은 인간 마음에 대한 거시적 접근과 설명을 제시해 준다. 다음은 신경과학이다. 마음의 여러 현상은 두뇌에 의해 이뤄진다. 때문에 뇌를 비롯한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을 다루는 신경과학은 그 기능이 심리적·인지적 현상과 어떻게 관련되는지를 밝히는 인지과학의 탐구와 연결된다.

  마지막으로 컴퓨터과학 또는 인공지능 분야와 연결된다. 인지과학의 출발 초기부터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와 유사한 원리를 지닌 정보처리 시스템으로 간주하고 인공지능 연구에서 사용하는 정형적 접근,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을 인지과학의 핵심적 요소로 도입했다. 인간의 마음을 컴퓨터의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려 하고, 또 인공지능 연구에서 얻은 개념이나 방법을 인지과학에 도입하려고 노력해 왔다.

 

인지과학의 미래 
  현재 인지과학은 고전적 인지주의를 바탕으로 삼되 뇌의 기능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의해 마음의 기능과 작용의 본질을 밝히려는 미시적 접근, 철학의 현상학적 관점을 도입하여 ‘체화된, 확장된 마음’으로 접근하려는 거시적인 관점이 혼재해 있다. 어느 것이 더 좋은 설명인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인지과학이 탐구하고 추구하는 문제들이 학문 간 수렴과 융합을 전제하고 이루어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두 접근을 모두 활용해 보다 효율적이고 사용자에 친근한(user-friendly) 인공인지 시스템(인공지능의 새 이름), 인지로봇,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인지기능향상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인지과학의 응용 테크놀로지는 계속 발전하면서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으리라고 본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처럼 인간 존재 개념의 재구성, 도덕과 윤리 개념의 재구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몰입 등이 파생시킬 미래의 파장 등이 새 계몽시대, 새 뉴 휴머니즘을 도출하면서 인류사회를 변화시킬 가능성을 우리는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즉 인지과학이 인류 미래 사회와 학문에 주는 시사에 우리는 늘 마음을 열어놓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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