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의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하다
장애여성의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하다
  • 이연지 기자
  • 승인 2012.03.07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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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의 존재는 묻혀있었다. 조금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도 없었다. 이에 사회구성원으로서 동등하게 존중받고 그들 삶의 선택과 결정이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1998년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이 모여 사단법인 장애여성 ‘공감’을 설립했다. 장애여성 공감의 부속기관인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이하 숨)의 조미경 소장(이하 조)과 강진경 활동가(이하 강)를 만나 공감의 다양한 활동과 장애여성이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 데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 들어봤다.

 

공감에서는 장애여성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강:
교육은 중요하고 평생 배워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사회적인 교육혜택의 기회에서 소외된 장애여성들을 위해 ‘장애여성학교’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애여성학교는 장애여성 스스로 역량을 강화시키고 서로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 부속 기관인 극단 ‘춤추는 허리’에서는 장애여성이 문화예술의 한 축이 되어 그들의 특수성이 예술적 가치로서 인정되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연극을 통해 장애여성 문화예술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장애여성의 삶이나 경험이 평범하지 않은 부분들이 있지만 비장애여성들과 만나는 지점도 있죠. 여러 가지 형태로 활동을 하다보면 서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편견들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도가니>는 우리사회에 엄청난 반항을 일으켰다. 그 후 장애여성의 현실엔 변화가 있었는지
  조:
영화의 영향으로 장애인 시설에서의 아동성폭력 문제가 주목받았는데 사실 공감을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 이전부터 이에 대해 많은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그 당시엔 반응이 없다가 영화 한 편으로 우리가 늘 제기해왔던 문제들이 부각되어 씁쓸했습니다. 

  강: 성폭력 특례법도 마찬가지입니다. 가해자에게 처벌을 강화하고 형량을 높이는 것으로 법이 개정됐지요. 하지만 형량이 높아진 만큼 피해를 입증하기가 어려워져서 유죄로 판결될 가능성이 더 낮아졌습니다. 추후에도 잘 진행되고 있는지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잠시 관심을 끌고 잊혀지는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비장애인이기에 우리사회에서 여러 가지 소통에 어려움이 있는가
  강:
언어장애가 있는 분들은 말 속도도 느리고 한 번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몇 번을 다시 물어보고 잘 이해했는지 서로 확인해 나가야 해요. 또 옆에서 이야기 할 때도 문자로 소통하는 것이 편한 분, 힘들어도 본인이 최대한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려고 하는 분 등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이 다양합니다. 공감에서는 그 사람이 원하는 의사소통 방식을 최대한 존중하고 그 방식을 따르려고 노력합니다. 

 

조: 이 밖에도 장애인은 어떤 사건에 대해 법적대응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점이 많습니다. 법원 판결에 피해자의 언어가 법원에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가 중요한데 현재의 지원체계에서는 지적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낮을뿐더러 알아들으려고 하지 않아요. 당시에 처한 상황이라던가 경험, 언어 등 여러 가지 맥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비장애인 언어로만 해석되고 있기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곤 합니다.

 

장애여성에게 주체적인 삶의 의미는 무엇이며,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향하고 있나
  조:
장애여성을 항상 돌봐주고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장애여성은 주체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문제는 어떻게 도와주는 것이 이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고려 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도와준다는 점입니다. 

  강: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자기 집이나 직장을 얻는 것을 독립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장애여성에게 ‘독립’은 대개 시설, 가족으로부터의 독립을 말해요. 시설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활동보조인이 일상적인 부분에 너무 많이 개입하는 문제가 있고 가정 안에서도 장애여성이 독립적인 구성원으로 인정받기까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었죠. 이에 숨 센터에서는 어떻게 장애여성이 자기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장애인과 장애우 표현 중 어떤 것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해 혼란이 있는데 이에 대한 공감의 의견은 어떠한가
  조:
‘장애우’라는 용어는 장애인을 친근한 존재로서 일반인에게 알리기 위해 사용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장애인을 어떤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장애우를 좋은 용어인 것처럼 사용하면서 파급효과가 커졌지만 장애인 단체 내에서는 장애우라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장애여성 존재알리기에 주력했다면 요즘엔 어떤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지
  강:
올해 숨 센터는 서울시 여성 발전기금을 후원받아 장애인 독립생활 메뉴얼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독립을 준비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장애여성에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을 담으려고 해요.
  또 장애여성에게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아직도 활동보조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젊은 장애여성의 경우 연세가 많은 활동보조인과의 관계 맺기가 쉽지 않고 침대로 옮기거나 목욕시키는 등 일상생활에서 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젊은 층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활동보조인은 40시간의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시급제이기 때문에 자원봉사와는 달라요. 장애여성의 독립을 지지하고 연대의 마음을 보여줄 활동보조인이 늘어났으면 합니다.

 

장애여성이 처한 경험과 상황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서 ‘다름과 같음’에 대해 고민하고 공감하려는 노력들이 모인다면 조미경 소장이 꿈꾸는 ‘공감’이 실현되지 않을까. 언제나 찾아와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신의 경험에 대해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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