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시대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영화는 시대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 정선영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
  • 승인 2012.03.20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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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3월 15일 0시 한미FTA가 발효됐다. 전국에선 4대강 사업이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이고 제주도 강정에는 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첫 폭파음이 울렸다. 정치인들은 4.11총선 공천 경쟁에 열을 올린다. 2012년 대한민국은 곳곳이 갈등국면이다.

  갈등은 드러나야 각자의 의무를 갖는다. 8명의 독립영화감독들은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반대 싸움에 힘을 보태기 위해 100일간 직접 제주도에 내려가 <Jam Docu 강정>이라는 영화를 만든다. 해군기지 건설지로 선정된 제주도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는 제주도 해안 총 419㎞ 중 약 10%에 걸쳐 나타나는 거대한 용암너럭바위로 용천수맥이 혈맥처럼 수없이 뻗어 있다. 그리고 바위틈에는 희귀종 식물들과 멸종위기종들이 살고 있어 그 보존가치가 세계적으로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그런데 평화롭던 이곳이 어느 날부터 전쟁터로 바뀌었다. 제주도의 ‘권당’(친인척으로 모인 혈족집단과 마을공동체)이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과 반대파로 나뉘면서 앞집, 뒷집이 없어졌고 형과 아우가 등을 돌렸다. 구럼비가 폭파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사람들이 강정에 몰려들자 지난 3년간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에 앞서던 한 주민은 “막을 수 있는 기회에는 안 왔잖아요. 왜 지금 오셨습니까”라고 읊조린다. 개발은 보이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것도 부숴 나간다.

  <Jam Docu 강정> 8명의 감독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강정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석한다.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 개발이 가져오는 공동체 붕괴, 제주해군기지의 국제적 의미를 전통 다큐 방식으로 요목조목 설명하는 감독이 있는가 하면, 길 하나를 사이에 둔 찬성파 나들가게와 반대파 코사마트 등 색다른 스토리를 기반으로 현실의 갈등과 고뇌를 풀어놓는 작품도 있다. <Jam Docu 강정>이 옴니버스가 아닌 ‘Jam Docu(즉흥변주)’라는 점도 흥미롭다. 이 방식은 영화와 현실관계를 뒷받침하고 각 작품의 유기성을 높여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면서도 하나의 메시지를 내는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먹어치우지만, 독립영화는 시대에 반응하고 사유할 때 그 실체를 가장 또렷이 드러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영화가 제주도 강정, 아름다운 구럼비 바위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길 소망하며 필견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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