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대신 사람 빌려 드립니다
책 대신 사람 빌려 드립니다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2.04.02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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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한번쯤 책 향기를 가득 머금은 도서관에서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책을 골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서가에 꽂힌 것이 책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어떨까? 그 어떤 책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하는 ‘사람책’을 통해 그들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곳. 바로 책 대신 ‘사람’을 빌려주는 <리빙 라이브러리>다.

<리빙 라이브러리> 행사 모습

책이 아닌 사람을 읽다
  <리빙 라이브러리>를 방문해 준비된 책 목록을 살핀 후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한다. 선택한 책을 만나 질문을 하고 자유로운 대화를 나누며 그 책의 인생을 엿본다. 대화가 끝나면 다른 책을 대출해 또 다른 대화를 나눈다.

  책을 만나고 책과 대화를 나누며 책의 인생을 엿보다니.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말이지만 책을 사람으로 바꾸면 그 의미가 명백해진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과 인생을 읽고 관계를 맺는 것. 이것이 바로 <리빙 라이브러리>의 컨셉이자 진행 방식이다.
  <리빙 라이브러리>는 2000년, 비행 청소년 계도 활동을 해 온 덴마크 출신의 시민운동가인 로니 애버겔이 청소년의 시야를 넓히고 사람들 사이의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장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그는 어렸을 적 했던 진실게임을 떠올렸고 그 게임과 같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리빙 라이브러리>를 기획했다. 여기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편견과 선입관, 고정관념을 줄여보자는 발상을 더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리빙 라이브러리>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현재까지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과 삶의 지혜를 얻고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화를 통해 이해하기
  <리빙 라이브러리>의 사람책 목록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사람책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소수자라 불리며 편견에 가득 찬 시선을 받아온 사람들, 혹은 한 번도 주목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오해는 무지에서 비롯되고 이해는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로니 애버겔의 말처럼 독자들에게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처지를 헤아리는 법을 일깨워준다. 즉 독자들은 오해와 편견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함으로써 그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리빙 라이브러리>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는 런던에서 사람 책을 읽는다>에서는 싱글맘, 동성애자, 우울증 환자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인생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털어놓음으로써 자신들의 세계가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보여주고, 그러면서 독자들이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한다.


대화가 가진 힘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리빙 라이브러리> 행사가 자주 열리면서 도서관을 비롯한 인권단체, 문화재단, 대학 등 행사를 개최하는 장소도 다양해졌다. 또한 사람책 목록이 편견 속에서 살아가는 소수자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 인생 선배, 멘토 등으로 그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2010년부터 <리빙 라이브러리> 행사를 개최해 온 강남구립 논현정보도서관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정기적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김민정 사서는 “삭막해진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목말라하는 진심어린 관계를 만드는 것에는 분명 대화가 필요하다”며 “도서관이 바로 그 소통의 장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행사를 추진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대화를 통해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가지고 있던 편견이나 부족한 인식, 오해를 벗어버리고 진정한 사회적 소통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며 <리빙 라이브러리>가 지닌 가치를 설명했다.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사람, 이웃집 사람, 평범하지만 자신의 삶을 충분히 즐기고 있는 사람 등 꼭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권의 살아있는 사람책이 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하나의 이야기를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통이 단절된 현대사회에서 <리빙 라이브러리>는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소통 방법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나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해를 통해 오해와 편견이 적어질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은 더욱 넓어질 것이다.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보고 한 발짝 다가서는 것, 그것이 바로 이해의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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