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코너 책 읽어주는 여자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학술코너 책 읽어주는 여자 :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 조연지 수습기자
  • 승인 2012.04.04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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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외롭다

 

우리는 모두 외롭다

 

현대인은 안정을 주는 동시에 속박을 가하고 있던 전개인적 사회의 굴레로부터 풀려나긴 했으나, 자신의 개인적 자아의 실현, 즉 자신의 지적, 정서적. 감각적 잠재력들의 표현이라는 적극적의미에서의 자유는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
- 저자 서문

 

  현대인은 외롭다. 특히 대학생들의 경우는 외롭다는 말을 달고 산다. 친구와 함께 있어도 외롭고 연인과 함께 있어도 외롭다. 길을 가다 문득 해지는 노을을 바라보면 옆구리가 싸해지면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외로워지기도 한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자유를 갈구해 왔다. 프랑스 시민혁명을 통해 계급의 자유를 얻었고 민주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투표의 자유도 얻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이젠 핸드폰으로 인터넷까지 할 수 있게 된 지금의 우리는 모든 자유를 다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대학에 올라오면 부모님의 간섭도 줄고 귀찮게 구는 선생님도 없다. 법적으로 투표권도 얻는다. 이렇게나 자유로운데 우리는 왜 매일매일 외로워하며 사는 걸까? 이 외로움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프롬은 위에서 언급한 계급, 투표, 종교 등의 자유를 ‘소극적 자유’라 보았다. 사람들은 흔히 이런 자유에 대항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 자유를 위해 나아가는 길이며 자신이 서 있을 곳을 지키는 것이 자유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자유들도 지켜져야 하고 쟁취해야 한다. 하지만 소극적 자유의 뒤에는 내면의 자유가 외면 받는 채로 있다. 프롬에 따르면 “인간의 지적 능력이 정서 발달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 자기실현을 위해 힘써야 하는데 사람들은 이런 ‘적극적 자유’의 존재조차 알지 못하거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여기에서 ‘외로움’이 오는 것이다.

  우리는 성장하며 인생은 홀로 사는 것임을 깨닫는다. 프롬은 이를 “개체화와 자아 강도의 성장”이라 불렀다. 개인의 의지와 이성에 의해 조직화된 구조가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 점진적인 개체화는 고립과 불안정의 증대를 뜻하며, 동시에 우주 속에서의 자기의 역할과 삶의 의미에 대한 회의의 증대를 뜻하며, 이 모든 요소들과 더불어 개인으로서의 무력감과 스스로 하찮은 존재라는 무의미감이 점점 증대해감을 의미한다.
- p.54.

 

  이렇게 자기 밖의 세상을 완전히 분리된 실체로 직면하게 된 개인에겐 두가지의 길이 열린다. 적극적인 자유로 다가가는 길과 “후퇴하는 것,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는 것, 자신의 개체적 자아와 세계 사이에 생겨난 간격을 없앰으로써 고독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의 길이다. 후자가 바로 프롬이 말하는 ‘도피의 길’이다.

  이 도피의 길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 자아의 독립을 포기하고 자신을 다른 사람이나 다른 어떤 것에 융합하려는 경향인 ‘권위주의’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낮추고 약하게 하는 ‘마조키즘적’ 노력과 타인을 자신에게 의존시키려는 ‘새디즘적’ 경향을 보인다. 두 번째로 외부 세계를 파괴해 버리는 ‘파괴성’이다. 대상을 파괴하고 외부로부터의 모든 위협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을 강화하려 한다. 세 번째가 바로 ‘자동 인형적 획일성’이다.

 

자신의 개인적 자아를 포기하고 자동 인형이 되어 버린 사람은, 자기 주위의 수백만의 다른 자동 인형들과 동일하므로, 더 이상 고독과 불안을 느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는 자아의 상실이라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p.194.

  우리는 외롭다. 그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프롬이 말한 것처럼 두 갈래 길에 섰을 때 과연 당신은 어떤 길을 택하겠는가? ‘적극적 자유’로의 길인가 아니면 ‘도피’의 길인가.

*에리히 프롬 <자유로부터의 도피>, 김철수 역, 계명대학교 출판부,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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