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토벨로의 마녀
포르토벨로의 마녀
  • 정희연(동양화 05) 동문
  • 승인 2012.04.17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시절 동양화를 전공했던 내게 4년이란 시간은 그림만을 수련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젊음이었다. 무엇보다 시대의 관습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랑과 예술을 꿈꾸며 내 마음의 지도를 따라 여행하기를 간절히 바라고는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찾아온 뮤즈는 바로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주인공인 ‘아테네’였다. 그녀는 다른 이의 시선과 보편적인 방법을 벗어나고 싶었던 나의 본능적인 욕구가 흔들리던 시기에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무엇보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 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그 뒤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 보았다. 먹과 붓을 드는 대신 술과 잔을 들었고, 스케치 여행을 다니는 대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러 클럽에 다니곤 했다. 그리고 급기야는 처음 집어보는 바늘과 실로 내 멋대로 천을 끊어 한복과 기생 모자를 만들어 입고, 쓰고 학교에 오고는 했다. 어느 날은 술에 만취해서 온 방 가득히 금분을 뿌려 놓은 적도 있었다.

  “지금까지 별들에 대해 배운 것들을 모두 잊어 보세요. 그러면 그 별들은 천사가 되고 어린이가 되고 그 순간에 당신이 믿고 싶은 것으로 변하게 될 거예요” <포르토벨로의 마녀> 中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술과 함께 붓을 잡고, 춤을 추며 그림을 그렸던 것이. 나의 모든 생활은 점점 그림이 되었고 한복을 입고도 이렇게 행복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상한 통쾌함과 반항심은 나와 내 작업을 점점 다양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흥겹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나는 화선지 위에 ‘풍류대가’ 라는 스케치를 남겼다.

  아테네는 호기심이 강하고, 자신이 원하는 느낌대로 살아가며, 행복과 욕망을 사랑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마녀다. 그녀를 통해 나는 나의 삶과 작업의 지도를 어렵지 않게 그려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한한 자유로움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그리고 작가 생활을 하며 여전히 아테네와 같은 삶을 살고자 꿈꾸고 있는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길을 밟는 건 두려운 일이지. 하지만 그럼에도 그 길을 가면 훨씬 더 흥미진진한 삶을 살 수 있어.” <포르토벨로의 마녀> 中

  만일 내가 그때 아테네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 나는 내 지도가 아닌 다른 사람의 지표를 따라 걷고 있지 않았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