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진 마음, 이제 힐링하라
허기진 마음, 이제 힐링하라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2.09.10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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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힐링’이 시대의 코드로 떠올랐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치유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박한 삶 속에서 위로를 원하는 자신을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마음 치유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제 힐링은 열풍을 넘어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다가와 위로를 건네며 마음 속 상처를 보듬어주고 있다.


  지친 현대인, 대세는 힐링이다
  세상이 멍들었다. 10대는 입시를 위한 무한경쟁에, 20대는 취업에, 30~40대는 과도한 업무와 승진에 대한 부담감에, 50대는 조기 은퇴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아프기 때문이다. 경제는 발전하고 세상은 급속도로 변화했지만 이와는 반대로 현대인들은 외로움과 고립감에 시달리며 상처받고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

  이러한 각박하고 삭막한 삶 속에서 현대인들은 마음의 치유와 위로를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몸이나 마음의 치유’라는 뜻을 담고 있는 ‘힐링’이 현대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하나의 유행으로, 시대적 코드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잘 먹고 잘 살자며, 몸이 건강해야 한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웰빙’을 외쳤던 반면 이제는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힐링의 시대가 왔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는 “최근 몇 년간의 우리사회를 살펴보면 점차 연대가 사라지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희미해지고 있다”며 “힐링 열풍은 이러한 삶에서 온 내·외적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하는 열망의 표현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대의 화두가 된 힐링은 넌지시 메시지를 전달하며 우리를 위로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방황해도 괜찮다고, 느려도 실패가 아니니 마음의 여유를 가져도 좋다고.


  힐링은 우리 가까이에
  지난달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힐링 관련 브랜드 출원건수는 2008년 26건에서 올해 7월 말 86건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힐링이 단순한 관심을 넘어 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의료적·심리적으로 사용되던 힐링이라는 단어가 분야를 막론하고 널리 사용되면서 그 의미가 확장되었고 힐링의 대상 역시 특정 연령층에 국한되지 않고 아이에서 노년층까지 점점 넓혀지고 있는 추세다.

  힐링 열풍은 특히 문화계에서 더욱 거세다. 그 중에서도 출판계는 힐링이라는 키워드가 강타하고 있다. 재작년 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필두로 힐링을 주제로 한 도서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는 힐링이란 단어를 입력하면 국내 서적만 100여 권이 넘게 검색된다. 또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스님의 주례사> 등 스님들이 전하는 메시지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스님들의 힐링 서적이 올 상반기 출판계의 두드러진 특징으로 꼽히기도 했다.

  방송가도 마찬가지다. 치유를 모토로 진행되는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우리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줄 신개념 토크쇼. 당신의 마음을 충전합니다’라는 프로그램 소개에 걸맞게 출연자의 진솔한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야기쇼 두드림> <강연 100℃> 등 힐링을 컨셉으로 한 토크·강연 프로그램이 잇달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감성적인 접근에만 치우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힐링 프로그램들이 선전하는 것을 보면 방송가의 화두 역시 힐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서, 방송, 음악, 영화 등 문화계 전반에 힐링이 자리잡아

  이뿐만이 아니다. 연극, 토크 콘서트, 음악, 영화 등 문화계에서 힐링은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힐링연극, 힐링뮤직, 힐링무비라는 새로운 말이 생겨난 것은 힐링 열풍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힐링푸드, 힐링투어, 힐링댄스, 힐링스포츠, 힐링강좌 등 일상생활에까지 힐링의 바람이 불어오면서 이제 힐링은 보다 더 가까운 곳에서 위로의 손짓을 건네고 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지나친 힐링 열풍은 문제점과 우려를 낳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치유의 방법으로 등장한 힐링이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지나치게 상품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문강형준 평론가는 “자본주의의 강점은 대중이 요구하는 것을 파악해서 상품화시키는 데 있다. 따라서 힐링이라는 유행어가 등장한 것 자체가 사람들의 열망을 자본주의가 캐치해서 상품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과연 힐링이 상처의 본질을 치유하는가의 문제도 있다. 현대인들은 힐링을 통해 돈과 시간의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상품화된 힐링 앞에서 결국 또다시 소비자로 전락해 돈과 시간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문강형준 평론가는 “힐링은 위선성과 기만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그 안에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도 존재한다”며 “그 열망이 대중의 자발적 요구와 운동으로 나타나 상처의 본질을 치료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병든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힐링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힐링의 열풍이 거세지는 현재, 힐링이라는 단어가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힐링을 외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힐링 상품을 통해 과연 우리의 삶이 나아지고 상처가 치유됐는가?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가지고 있고 그에 따른 치유 방법도 각자 다르다. 모두가 똑같이 외치는, 단지 표면적인 위로에만 치중하는 힐링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진정한 힐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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