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 대중과 예술이 만나다
공공예술, 대중과 예술이 만나다
  • 황유라 기자
  • 승인 2012.11.05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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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여자중고교 입구 버스정류장
  버스정류장이 예술작품이 된다?
  남산의 대표적인 산책로인 소월길. 이곳을 지나다보면 거리 곳곳에 놓여있는 다양한 모양의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바로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버스정류장이다. 자연생태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남산, 시인 김소월을 상징하는 예술이 있는 남산 등을 주제로 자연, 예술, 휴식이 하나 되는 공간을 연출해내는 소월길의 버스정류장. 그래서인지 소월길은 버스가 정차하는 곳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예술의 향기가 묻어난다.

  남산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예술가의 창의력이 합쳐져 탄생한 각양각색의 버스정류장은 관광객들에겐 흥미로운 볼거리로, 산책을 즐기는 사람에겐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일 소월길을 산책한다는 정옥례 씨는 하나의 예술작품이 된 버스정류장을 볼 때마다 주민으로서 뿌듯하다고. “일상공간이었던 버스정류장이 새롭게 바뀌고 난 뒤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이제는 이곳이 더 유명해졌습니다. 남아있는 버스정류장 역시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해 보다 많은 볼거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혜화역 내 혜화전시관
 
예술,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
  우리는 이제 미술관이 아닌 도심 속 거리 한복판에서도 예술을 만날 수 있다. 소월길의 버스정류장뿐 아니라 흔히 볼 수 있는 벽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간판, 공원에 덩그러니 세워진 조각상, 지하철역에서 들려오는 악기 연주 등 쉽게 눈에 보이고 다가갈 수 있는 모든 것이 예술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공공장소에 전시·설치된 예술작품을 의미하는 공공미술과 더불어 공공장소에서 선보이는 퍼포먼스 등을 통틀어 공공예술이라 한다.

  ‘공공미술’이란 용어는 영국의 미술행정가 존 월렛(John Willet)의 저서 <도시 속의 미술>에서 처음 사용됐다. 이는 미술관에서 소수에 의해 감상되고 유통되던 미술을 누구나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에서 비롯됐다. 그 후로 공공미술은 예술작품을 통해 공공장소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하면서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그 의미가 확대됨에 따라 이제는 ‘공공예술’이란 큰 개념 속에서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내 벤치
  뿐만 아니라 예술작품이 설치되거나 선보여지는 공공장소 역시 단순한 공간이 아닌 사회적·정치적·문화적인 공간으로 재인식되고 있다. 예술가들은 삭막하고 획일화된 도시 속에 창의적이고 시각적 재미가 돋보이는 예술작품을 설치하거나 자신의 장기를 선보인다. 이로써 누군가에게는 그 장소가 치유의 공간이 되기도,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도, 잠깐의 여유를 맛볼 수 있는 쉼터가 되기도 한다. 또한 예술가는 하나의 이야기와 멋이 담긴 예술작품을 만듦으로써 자신이 말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품어왔던 꿈을 표현하거나, 세상에 던지고 싶은 마음 속 말을 꺼내 보이기도 한다.

  공공예술은 예술작품을 통해 일반 사람들로 하여금 예술을 보다 쉽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아름답고 재미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기도 한다. 그 공간의 생명력을 높이고 즐거움을 전하는 공공예술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와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하고 있다.

  공공예술, 변화가 필요해
  그러나 공공예술에는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예술은 정부의 지원 아래 공공사업 혹은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 대다수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개입과 규제가 이뤄져 예술가의 자율성이 저해되곤 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음에도 여러 개입으로 인해 예술가의 창의성이 발현되지 못하거나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작품이 나오기도 한다”며 “예술가의 자율성을 보장해 좀 더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공공예술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공예술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자세도 중요하다. 공공예술은 대중을 위한 예술인 만큼 대중들과의 소통과 교감이 기반이 돼야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예전보다 예술의 벽이 허물어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예술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는 부족하다. 왜 이곳에 작품을 세우는지, 왜 우리에게 예술이 필요한지 이해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며 “무작정 예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교육·예술 프로그램 등을 통해 문화적 감성을 끌어올리고 예술을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술과 대중과의 만남은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며 “공공예술의 긍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대중과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공공예술. 예술은 이제 우리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 들어와 우리의 문화적 감수성을 자극하고 있다. 예술이 어려운가? 예술이 멀게 느껴지는가? 그렇다면 조금만 눈을 돌려보자. 도심 한 가운데에서, 지하철역 어딘가에서, 낡고 허문 담장 벽에서 우리를 마주하고 있는 예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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