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驛)에서 퍼지는 예술의 향기
역(驛)에서 퍼지는 예술의 향기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2.11.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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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체험한 공공예술


  퇴근길 붐비는 충무로역 안, 에스컬레이터 너머로 들리는 이국적인 음색이 귀를 잡아끈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다소 생소한 악기를 연주하는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삐 제 갈 길을 가던 사람들은 이색적인 풍경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고 공연 모금함에 연주에 대한 보답을 하기도 한다. 그곳에는 커다란 무대도, 화려한 조명도, 제대로 된 관객석도 없다. 연주자와 악기, 그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만으로 충분히 멋진 공연이 펼쳐진다. 

안데스 전통악기 삼뽀냐를 불고있는 알디(좌) 씨와 에콰도르 전통악기인 안따라를 연주하는 마리 씨
  이는 서울메트로에서 진행하는 문화한마당의 일부인 ‘공연한마당’의 풍경이다. 오늘의 공연팀은 남미 민속음악과 라틴팝을 연주하는 ‘차니라티노’였다. 차니라티노는 에콰도르 출신의 알디(Aldy)와 마리(Mary) 남매로 이뤄져 있다. ‘가치 있는’ ‘의미 있는’이란 뜻의 안데스 원주민 언어 ‘차니’와 라틴 사람을 일컫는 스페인어 ‘라티노’가 합쳐진 팀명의 차니라티노는 7년 동안 한국의 지하철역에서 공연을 해온 베테랑이다. 총총거리는 소리가 매력적인 안데스 전통악기 삼뽀냐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웅혼한 안데스의 경관과 원주민들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듯 하다. 알디 씨는 왜 민속음악을 연주하게 됐냐는 물음에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문화와 음악을 알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서툰 한국말로 “이곳에서 우리의 음악을 선보일 수 있어서 기쁘다. 관객이 많지 않아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잠시 머물러주는 것만으로 만족한다”고 공연 소감을 전했다.

  서울메트로 문화한마당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 그 중 공연한마당은 지하철역이라는 공공장소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일상에 지친 시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찾아주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고 있다. 현재 공연한마당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충무로역, 안국역, 건대입구역, 남부터미널역 등 수많은 지하철역에서 상시 펼쳐진다. 우리대학과 가까운 수유역에서도 공연한마당을 만나볼 수 있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인디음악,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세계 민속음악, 심지어 붐비는 역사 안과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국악과 클래식 음악까지 그 장르도 다양하다. 관람비가 없는 공연이여서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전문 예술가들이 멋진 연주와 퍼포먼스 등으로 정식 공연 못지않은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이처럼 지하철역은 단순한 공공장소의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공예술이 우리의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이다.

  등하굣길 또는 출퇴근길, 지하철역에서 공연한마당을 마주한다면 지나치지 말고 그 자리에 서서 잠시 감상해보자.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연주에 귀 기울여 보자. 그러면 비로소 우리는 공공예술이 주는 일상 속 여유와 가치를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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