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는 나도 수능이 끝난 재수생 친구처럼 남는 시간에 어디 놀러가지 못해 몸이 근질거리는 고3이었다. 신문사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신문사에 들어온 뒤 내 시간은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주말에 갈 곳이 다 뭔가. 주말은 당연히 편집일을 위해 비우거나 기사 다음으로 미뤄둔 레포트나 쓰는 날이다. “뭘할까”라는 질문이 사치인, 방학도 주말도 심지어는 짧은 공강 마저도 내 것이 아닌 생활. 미래를 준비하고자 들어온 덕성여대신문사가 내 시간을 모두 뺏어간 것만 같았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여유로울 때의 배로 노력하고 일해야 했다. 도저히 짬이 나지 않는 날은 식사시간이나 이동시간에 취재전화를 하기도 했다. 버스를 타고 귀가할 때도 창문에 머리를 대고 자기보단 ‘이번 호 ○○면은 어떤 사진들로 구성하면 좋을까’생각했다. 신문사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저 여유롭게 밥을 먹거나 멍하니 앉아서 집에 도착하기만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여유가 낭비라는 것이 아니다. 취재전화하면서 뛰어가는 내 옆에서 단풍을 올려다보며 천천히 걷는 한 학우의 여유는 낭비라기보다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다. “신문사만 아니라면 나도 저런 여유를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원망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여유를 가져간 대신 신문사는 내게 긴장감과 의무감을 심어줬다. 신문사가 준 긴장감과 의무감은 덕성여대신문사 기자가 아닌 이전의 나였다면 엄두도 못 낼만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줬다. 또한 누구보다 알차게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줬다.
빼앗겼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가장 바쁘고 가치있게 보낸 시간, 그것이 덕성여대신문사가 나에게 준 가장 소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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