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향을 따라 전해지는 마음, 착한 카페
커피향을 따라 전해지는 마음, 착한 카페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3.04.15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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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카페천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수많은 커피 전문점들을 볼 수 있다. 불과 몇 미터 차이로 들어서 있는 카페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커피의 본고장이라도 된 느낌이다. 이렇듯 우리는 ‘카페문화’에 중독됐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스타벅스’ 국내 1호점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 카페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지금의 카페문화가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비싼 커피 값으로 인한 ‘된장녀’ 논란, 대규모 프랜차이즈 기업의 커피시장 독점, 그리고 다국적 기업들의 비공정무역 논란까지. 카페와 관련된 적지 않은 진통은 현재진행중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카페문화에 당당히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카페들이 떠오르고 있다. 배불리기에 급급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카페들에 맞서 윤리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이른바 ‘착한 카페’의 시대가 온 것이다.

  커피콩의 고향을 아시나요?
  - 공정무역 추구
  일반 커피 전문점들의 아메리카노 가격 평균 4천 원. 커피 원산지 농민들이 1kg의 원두를 팔고 손에 쥐는 돈 100원. 물론 커피값에는 원두 값을 비롯한 유통비, 인건비 등이 포함되지만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원두를 재배하는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짜기 그지없다.
  이에 다국적 기업 및 중계 판매업체를 거치지 않고 제3세계 커피 재배 농가에 커피값을 직접 지불하는 형식의 ‘공정무역’ 카페 열풍이 불고 있다.
  공정무역과 유기농을 내세운 국제적 커피 기업 ‘띵크커피(Think Coffee)’는 뉴욕 맨해튼에서 시작된 공정무역 카페의 대명사다. 이들은 세계 공정무역 상표기구(FLO)에서 인정한 공정무역 인증 제품만을 판매하면서 커피 생산국 농민들의 노동 환경과 임금 수준 개선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생산 농민과의 지속적인 거래 관계 유지로 커피 재배 농가, 크게는 해당 국가의 경제적 자립까지 돕는 말 그대로 ‘착한’ 카페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뉴욕 발 띵크커피는 우리나라의 광화문, 압구정, 종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사람이 먼저인 카페
  -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
  우리는 카페에서 커피를 구입하지만 어떤 이들은 카페를 통해 삶의 희망을 얻는다.


  서울 중구 명동에 위치한 ‘블리스 앤 블레스(Bliss & Bless)’에는 일반 커피 전문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젊은이들이 유니폼을 맞춰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지만 그들에겐 작은 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내려온 새터민 청년이라는 점이다. 사회적 기업인 열매나눔재단에 의해 세워진 블리스 앤 블레스는 단순한 카페를 넘어서 새터민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의 남한 생활 적응을 돕는 ‘행복’과 ‘축복’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서대문구 신촌에 위치한 카페 ‘트립티(Tripti)’도 우리사회 속 소외된 이주노동자들을 돕는 착한 카페다. 트립티는 각종 산업 재해로 장애를 얻게 된 이주노동자들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커피를 만드는 일이 그들 평생의 직업이 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발달장애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나는 카페’도 최근 경기도를 중심으로 잇달아 지점을 내며 항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나는 카페는 경기도 북부청사가 발달장애 청년들을 대상으로 영구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키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꿈을 잡고(Jab Go)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현재까지 약 50명이 넘는 청년들이 나는 카페에서 어엿한 바리스타로 활동 중이다. 나는 카페 사업은 정식 출범한 지 채 다섯 달이 되지 않았지만 발달장애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커피 한 잔도 자연이다
  - 자연환경보호
  커피시장에서 쏟아지는 환경보호 캠페인 속에서도 색다른 방법으로 환경을 사랑하는 카페가 있으니 바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학생들이 만든 사회적 기업 ‘브링유어컵(Bring Your Cup)’이다. 브링유어컵은 종이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면 쿠폰을 제공하거나 음료 값을 할인해주는 타 카페들과 달리 서울 시내 약 40개의 카페들과 제휴해 브링유어컵의 텀블러, 혹은 어플을 보여주면 제휴카페 어디서나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일회용 테이크아웃 컵 사용 근절을 목적으로 환경까지 생각하는 커피를 꿈꾸고 있다. 또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에 밀려 경영난을 겪고 있는 개인 운영 카페들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 상권까지 살려내는 성과를 일구고 있다.

  커피 한 잔의 힘은 위대하다
  착한 카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커피 한 잔도 누군가에게는, 또 어떤 대상에게는 희망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기존 카페문화가 대규모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독점으로 인해 지나치게 소비적으로 흘러가고 있는 지금, 맛있는 커피도 마시면서 착한 일도 할 수 있는 착한 카페는 현 카페문화의 대안이 될 수 있음에 분명하다.
  가까운 착한 카페에 들러 착한 커피를 마셔보자. 씁쓸한 커피 맛이 그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노력의 성과로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데, 착한 카페에 가면 덜한 값에 다홍치마를 만나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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