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문화가 꽃피던 홍대, 그 꽃은 시들고 있을까
인디문화가 꽃피던 홍대, 그 꽃은 시들고 있을까
  • 이수현 기자
  • 승인 2013.05.13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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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음’ ‘도전’ ‘자유’ ‘마이너’ ‘예술의 거리’ ‘문화 해방구’. 홍대를 표현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들이다. 각종 문화들이 한데 어우러져 매일 창의적인 생산물을 쏟아내는 홍대는 대한민국 대표 문화 아지트로 인정받고 있다.
  젊은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1990년대 홍익대학교 일대는 젊음과 예술의 거리로 급부상했다. 이 일대는 통칭 ‘홍대’라 불리며 인디문화를 상징하는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 홍대는 2000년대 클럽문화의 성행과 함께 상권이 활성화되면서 상업화라는 거스를 수 없는 현실과 맞닥뜨렸다. 이를 두고 ‘홍대가 상업적으로 변질됐다’ ‘예전의 그 홍대가 아니다’라는 우려도 많다. 럭셔리하진 않더라도 늘 젊고 새로운 시도로 넘쳐났던 홍대가 상업화와 맞물려 그 색을 잃어간다는 것이다. ‘젊음의 거리’ ‘문화예술의 거리’라 불리던 홍대는 정말 그 의미를 잃고 ‘변질’된 것일까. 인디 문화를 잃고 젊음과 예술의 거리, 그리고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구 사이에서 정체성의 줄다리기 하고 있는 홍대. 과연 어느 쪽이 홍대의 모습일까.

 


 

 

▲ 주말 홍대 거리의 모습. 값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이곳은 현재 수많은 프랜차이즈업체들이 입점해 있다. ⓒ이수현 기자

 

  홍대의 ‘퇴색’을 우려하는 시선
  홍대 앞에는 많은 대기업 계열사나 대형 프랜차이즈 상점이 진출해 있다. 홍대가 언더그라운드, 소위 말하는 B급 문화를 대표하는 성지로 이름을 날리고 젊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도심의 핵심 상권으로 성장하면서 부터다. 기업의 입장에선 매력적인 소비장인 셈이다. 이 흐름 속에서 젊은이들의 놀이터 홍대가 상업적으로 변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 현상에 대한 적잖은 우려를 표한다. 인디문화의 아지트였던 홍대가 상업적으로 ‘변질’되면서 인디예술가들은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지적이다.

 

  ‘값비싼’ 홍대, 떠나가는 예술가들
  인디문화가 인기를 끌수록 역설적이게도 인디예술가들은 죽어나갔다. ‘거대자본’ 탓이다. 홍대 앞 젊은 소비자들을 끌기 위해 거대자본들은 너도나도 홍대로 모여들었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자연스레 홍대 인근 땅값이 솟구쳤다. 이에 인디밴드 소규모 공연장은 치솟는 월세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다. 10년 사이 월세는 10배 가까이 뛰었다. 홍대에 모여 꿈을 키워나가던 젊은 예술가들은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기 일쑤다. 자본이 열악한 사람들은 결국 주변부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문화가 꽃피고 열정 가득한 예술가들의 산실로 불리던 ‘홍대’를 예술가들은 떠나고 있다. 인디문화를 주류화하고 상품화하려는 외부 자본의 입김과 비싼 임대료로 인해 인디예술가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상수동의 모습. 번화라기엔 비교적 조용한 이곳은 인디문화가 꽃 필 대안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카페 몇 곳은 홍대 중심부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수현 기자
▲ 상수동의 모습. 번화라기엔 비교적 조용한 이곳은 인디문화가 꽃 필 대안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카페 몇 곳은 홍대 중심부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수현 기자

  응답하라, ‘홍대!’
  위기를 타개하려는 노력

  예술가들은 홍대의 중심에서 주변부로 자리를 옮겨갔다. 그리고 이곳에서 또 하나의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골목문화’다. 상수동 역시 그러한 주변부 중 하나다. 홍대의 중심부를 떠난 예술가들은 이곳, 상수동으로 터를 옮겼다. 6호선 상수역이 개통되고 2009년 이리카페의 이전을 계기로 상수역 부근이 본격적으로 홍대 상권의 새로운 관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상수동에는 홍대 중심부에서 자리를 옮긴 이리카페와 카페콤마 등의 북카페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버스킹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상수동 복합문화공간에서는 인디 밴드의 발굴, 공연을 위한 노력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홍대를 주 활동지로 삼는 문화예술가들 스스로도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상업적으로 변질된 홍대 앞 문화에 인디정신을 되찾자는 취지의 ‘2012 잔다리 페스타(Zandari Festa)'가 열렸다. 잔다리는 홍대 앞 서교동의 옛 지명이다. 여기에 ‘문화계 전반의 작은 다리들’, 즉 ‘인디 정신’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국카스텐,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200여 팀의 많은 뮤지션들이 동참해 홍대 일대에서 공연을 펼쳤다. 지난 1월에는 90년대 홍대의 사진자료, 잡지 등을 전시한 <응답하라 90’s 홍대앞> 전시회가 열렸다. 당시 주최 측은 “지금의 홍대문화의 전형을 만들어냈던 그 시기를 호출하고, 그 장소들을 환기하면서 지금 홍대 앞이 처한 좌표를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며 그 의도를 밝혔다.

 

  홍대는 어떻게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변화하는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홍대 역시 본질을 지키되 적절히 타협해 살아남을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가장 현실적이고 확실한 ‘인디 살리기’ 방안은 투자다. 이익을 위한 투자가 아닌 손해를 감수하고도 문화를 지켜내겠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한 투자가  절실하다. 또한 이 위기 속에 잊지말아야 할 쟁점은 ‘지속성’이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고 이 문화를 얼마나 오래 지속시킬 수 있냐하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홍대 앞 문화를 지키고 예술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차원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이 가운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인디문화’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과거 수차례 인디문화 육성을 약속했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한류 열풍을 계기로 문화가 국가 경쟁력으로 여겨지는 지금, 정부가 비주류 문화 살리기에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 인디문화를 발굴합니다"

인디문화가 위기라고? 그 가운데 끊임없이 인디를 발굴해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방법도,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인디를 발굴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서교동, 카페 이누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카페 이누’는 공연, 전시 및 영화 상영 등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루리 프로젝트 등 많은 뮤지션들이 공연을 해온 곳이다. 상수동 근처의 인디 밴드 발굴에 힘쓰고 공연을 위한 무대를 제공하고 있다.

합정동, C CLOUD
상수동 내 인디 창작가들의 작품을 전시, 공연하는 공간으로 독립창작가에게 열린 공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예술가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창작시스템(Creation System)으로 운영되고 있다. 매주 무료로 정기 공연을 열고 있다.

인디 밴드 지원 프로그램1
KT&G 상상마당 밴드 인큐베이팅

KT&G 상상마당의 대표 지원 프로그램으로 신인 뮤지션의 꿈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 정규음반을 발매하지 않은 뮤지션이라면 누구에게나 참가자격이 주어지며 장르에는 제한이 없다.

인디 밴드 지원 프로그램2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루키’

매달 동영상 심사와 공개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2팀을 EBS 스페이스 공감의 무대에서 소개 ‘신인 발굴 프로젝트'다. 문화체육관광부, 네이버 등이 함께하여 질적, 양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매년 연말 한 팀을 선정해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등 대형 페스티벌 출연의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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