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으로 무장한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
"겸손함으로 무장한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라"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3.09.16 1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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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경영 98) 아나운서

 


  당당한 자세와 정제된 말투, 그리고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상대로 강연 중이던 김호정 동문(이하 김 동문)을 처음 봤을 때 기자는 이렇게 생각했다. ‘차도녀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호탕한 웃음과 털털한 모습으로 긍정 에너지를 내뿜던 그는 차도녀가 아닌 ‘따도녀’였다. 아나운서와 스피치 교육자로서 방송가를 누비고 있는 김 동문을 만나 덕성여대생 김호정과 아나운서 김호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꿈꾸던 여대생 김호정
  운현방송국에서 도약을 준비하다
  김 동문의 대학생활은 어땠는지 묻자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저에게 대학생활은 곧 운현방송국에서의 생활이었어요.” 운현방송국 32기 아나운서 출신인 김 동문은 하루빨리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마음에 입학식 당일 운현방송국의 문을 두드렸다. “저 아나운서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돼요?” 그가 운현방송국을 찾은 후 꺼낸 첫 마디는 ‘당돌함’ 그 자체였다. “앉아있던 선배들이 ‘뭐 이런 애가 다 있어’라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봤어요. 국원 모집 공지할 때까진 안 뽑아 준다고 하기에 저는 아나운서가 꼭 돼야 하니까 그때까지 못 기다린다고 했죠.”

  이후 김 동문은 아나운서라는 핑크빛 꿈을 안고 운현방송국에 입성했다. 하지만 학업과 방송국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하루 종일 방송국에 상주하며 방송을 만들었지만 제대로 들어주는 이 하나 없었고 예산도 넉넉지 않아 발품을 팔기 일쑤였다. “힘든 만큼 보람이 더 컸죠. 남자들이 말하는 ‘의리’, 그런 것도 배울 수 있었고요. 동기들과는 어려웠던 만큼 더 끈끈해질 수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 친구들 때문에 끝까지 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 동문에게 운현방송국에서의 3년은 아나운서라는 막연했던 꿈이 점점 현실로 이뤄지는 시간이었다.

 

  경영학도에서 아나운서까지
  신출내기 아나운서의 베테랑 도전기
  초등학교 시절부터 아나운서라는 꿈을 품고 있었다던 김 동문. 그는 왜 그토록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을까? “아나운서에 큰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TV라는 매체를 통해서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런 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좋아 아나운서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그는 아나운서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영학을 전공한 후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방송을 만드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못한다는 데 회의감을 느껴 아나운서 생활을 접고 성균관대 MBA에 진학했다. 이후 대기업에 입사해 중국에서 마케팅 컨설턴트 활동을 하고 여러 차례 대학 강단에 서기도 했다. “경영학과 아나운서는 큰 관련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회사에서 제품 하나를 출시할 때 소비자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그에 맞춰서 제품을 기획하잖아요. 방송도 똑같아요. 시청자 파악이냐 소비자 파악이냐, 그게 다른 거죠.” 경영·경제를 공부했던 경험은 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대부분의 아나운서들 사이에서 김 동문만의 강점이자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그가 사회에서 처음으로 아나운서 생활을 시작한 곳은 어학연수 차 찾은 미국 시카고의 한인 방송국이었다. “아침 6시에 첫 방송이었는데 새벽 3시부터 방송국을 찾아가서 원고를 읽고 또 읽었어요. 겨우 15분짜리 방송이었는데 말이죠. 첫 방송 때는 너무 긴장해서 제 목소리가 떨리는 게 스스로 느껴질 정도였어요.” 하지만 처음의 떨림이 점차 익숙함으로 변했던 탓에 의도치 않은 방송사고를 낸 적도 있었다. 라디오 진행 중 깜빡 잠이 들어 7초간 묵음이 전파를 타고 만 것이다. “방송 중에 주변이 너무 조용한 거예요. 깨고 나서야 알았죠. 제가 잠깐 잠들었다는 걸.” 김 동문은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렇게 걷게 된 아나운서의 길은 한인 방송국을 시작으로 부산 MBC, 강원민방, 그리고 현재 한국정책방송 KTV로까지 이어졌다. 심심찮게 방송 사고를 내던 신출내기 아나운서 김 동문은 어느덧 경력 10년이 넘은 베테랑 아나운서가 돼 방송가를 누비고 있다.

  덕성에서 얻은 인연과 도움,
  앞으로 하나하나 갚아 나가야죠
  “덕성여대에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제가 대학생 신분으로 아나운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협조하고 도와주셨다는 거예요.” 김 동문은 우리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당시, 처음으로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했다. 대학 졸업생도 아니고 졸업예정자도 아닌 고등학교 졸업 상태로 시험에 응시한 그는 당시 경영학과 교수였던 정희선 명예교수를 비롯한 학교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최종 면접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 걸 생각하면 정말 감사해서 덕성여대가 더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에 장학금이라도 기부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건이 안 되니까 학교에서 불러주시면 언제나 봉사하는 마음으로 달려가고 있어요.” 실제로 김 동문은 우리대학 내 크고 작은 행사의 단골 MC다. 우리대학 창업 동아리 ‘꽃신을 신고’ 주최의 한복파티에는 3회 연속 진행자로 참가하기도 했다. “그렇게 안 불러주시면 제가 언제 학교 갈 일이 있겠어요. 학교에서 하는 뜻깊은 행사에 함께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뻐요.”

  김 동문은 선배이자 동문으로서의 묵직한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다. 그가 남다른 애교심을 갖게 된 데에는 정희선 경영학과 교수의 영향이 컸다. “교수님께선 여성이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여자들끼리 똘똘 뭉쳐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특히 덕성여대가 발전하려면 덕성여대를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들을 위한 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예나 지금이나 김 동문의 멘토라는 정 교수의 한 마디는 지금까지도 김 동문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목표를 정하고 기회를 잡기 위해 준비하는 것,
  그게 바로 덕성에서 해야 할 일
  “지금 학교를 다니는 후배들에게 가장 말해주고 싶은 것은 자신의 목표 설정을 제대로 했으면 한다는 거예요. 저는 지금 30대다 보니까 뭐든 하려고 하면 두려움이 앞서요. 그런데 20대 때는 뭘 해도, 어떤 실수를 해도 용서되거든요. 우리 후배들이 어떤 것에든 다 열심히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던 김 동문은 현실에 안주해 있는 덕성인들에게 따끔한 충고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몇몇 학생들이 종종 ‘학교에선 이것밖에 안 해줘’라는 불평을 해요. 하지만 그건 누구에게나 똑같은 거예요. 외부 요인을 탓하기 보단 나에게 위협적인 것들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스스로 빨리 생각해야 해요.” 이어 그는 “나에게 오는 기회를 잡기 위해선 우선 스스로가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해요. 그 준비를 하는 작업이 여러분이 덕성에서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도 하고요”라며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김 동문은 현재 아나운서이자 스피치 교육 전문기관 '스피치 코리아'의 대표다. 사진은 김 동문이 아나운서 지망생들을 상대로 스피치 특강을 진행 중인 모습.

  김 동문에게 덕성여대란?
  기자의 물음에 김 동문은 잠시 동안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숙제’라고 답했다. “덕성여대가 저에게 자랑스러운 학교가 되고 어디서든 자신 있게 ‘덕성여대 나왔어요’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선 우리 학교가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까, 내가 학교에 무엇을 해줘야 할까, 그 생각. 그게 저에겐 풀리지 않은 숙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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