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미디어가 국가 이미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
매스미디어가 국가 이미지 형성에 미치는 영향
  •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3.10.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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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는 어떤 대상(예컨대 국가, 단체, 또는 개인)의 가치와 특성이 상징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미지 세대라 할 수 있다. 이미지 세대는 대중이 어떤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지식을 신뢰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중매체를 포함해 상징적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조직들에 의해 이미 형성된 이미지에 더 반응하는 현상을 보인다. 따라서 어떤 대상에 대해 사회적으로 형성된 상징적 이미지는 그 대상에 대한 대중의 반응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튼(Marton)과 보드웬(Boddewyn) (1978)은 대중의 행동은 그들의 생각과 의식 속에 형성되어 있는 상징적 이미지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부여된 이미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1922)은 ‘의사(疑似)상황(pseudo environment)’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특정 대상에 대한 이미지가 대중에게 어떻게 형성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대중은 실제 상황에 반응하기보다 오히려 외부로부터 인식된 의사상황에 의해 반응한다는 것이다. 의사상황은 보통 언어와 문자 또는 이미지와 같은 상징적 도구에 의해 형성되는데, 이러한 상징적 도구들을 통해 대중은 특정 대상에 대한 특성과 가치 그리고 이미지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국가 이미지 또한 상징과 이미지에 의해 형성된다. 다양한 종류의 언어와 문자, 그리고 상징들을 통해 대중에게 특정 국가의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특정 국가의 이미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언어와 문자 그리고 상징들은 매스미디어, 친구, 서적, 개인적 경험 등의 다양한 통로를 통해 오랜 기간에 걸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대중들에게 형성되게 된다. 따라서 국가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국가와 연관된 언론매체의 보도 내용과 그 국가의 문화 생산품(예컨대 영화, 가요, 드라마, 패션아이템 등) 그리고 자동차, 전자제품 등 공산품과 같은 제품의 사용경험 등 대중의 경험에 기초한 반응에 의해 만들어진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생성되고 습득되며 변화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 이미지는 주로 매스미디어에 의해 대중들에게 전달된 정보와 이미지에 의해 형성된다. 왜냐하면 특정 국가를 직접 방문해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해당 국가에 대해 언론매체가 보여주고 전달해주는 내용을 통해, 직접 해당 국가를 방문해 체험한 가족이나 친구들의 경험에 근거한 설명을 통해 또는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 수집 등의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해당 국가를 이해하게 된다. 즉,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특정국가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 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매일 우리에게 사회적 이슈와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스미디어는 대중들에게 특정 국가나 조직 또는 개인에 대한 정보나 상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는 기구로 대중들이 특정 국가나 단체 또는 개인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이처럼 특정 국가나 조직 또는 개인의 이미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스미디어가 우리나라의 국가 이미지 형성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필자는 미국 언론이 우리나라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는지를 일본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내용과 비교해 분석해 보았다. 일본에 대한 미국 언론의 보도내용을 비교분석한 이유는 한국과 일본은 유사한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미국 언론에 나타난 한국과 일본의 국가 이미지가 비슷할 것이라고 가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가정은 전혀 사실과 달랐다.  

  미국 언론에 비친 한국과 일본의 국가 이미지의 차이를 분석해보기 위해 미국의 대표적인 일간지인 <뉴욕 타임즈>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의 한국과 일본 관련 기사를 3개월 동안 분석한 결과, 한국 관련 기사는 15건인 반면 일본 관련 기사는 69건이 보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관련 기사가 한국 관련 기사보다 약 5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언론이 일본 관련 이슈를 더 자주 보도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미국 언론이 일본을 한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로 취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보도의 양적 차이는 두 나라에 대한 정보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 관련 기사의 경우 한국 관련 기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보도횟수를 통해 일본에 대해 좀 더 다양한 분야와 심층적인 내용의 보도를 내보내 일본의 다양한 이미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반면, 한국 관련 기사의 경우 보도횟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한국의 이미지에 대한 다양한 측면이 보도되지 못하게 되어 독자들에게 단편적인 이미지만 전달되는 부작용을 낳게 되었다.      

  실제로 미국 언론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보도한 기사들을 분야별로 나누어 분석한 결과, <뉴욕 타임즈>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즈>가 보도한 한국 관련 기사는 스포츠, 정치, 경제 등 3가지 분야에 국한되어 있는 반면, 일본 관련 보도는 스포츠, 경제, 정치, 문화, 과학기술과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 즉 미국 언론들이 일본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통해 보도하면서 한국에 대해서는 제한된 분야에 대해서만 보도하고 있어 미국 언론들이 일본에 대해서는 다양한 특징과 이미지 보도를 통해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 형성에 기여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제한된 특징과 이미지만을 보도해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국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조사가 이루어진 3개월 동안 일본 관련 기사가 한국 관련 기사보다 약 5배 더 보도되었는데, 이러한 결과는 미국 언론이 한국보다 일본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에 대한 기사 분량의 불균형으로 인해 미국의 독자들이 일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게 된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이미지만 가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와 함께 미국 언론들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와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의 보도를 하면서 일본의 경우 긍정적인 내용의 기사를 함께 내보내 일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게 만들었다. 예컨대 일본의 정치위기와 경제위기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보도하면서 부분적 경제회복, 강력한 정치지도력과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다룬 기사들을 함께 내보내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했다. 결국 미국 언론들은 한국에 비해 일본에 대한 다양하고 긍정적인 보도를 통해 미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참고문헌>
Lippmann, W. (1922). Public opinion, New York: Penguin Books.
Marton, K. and Boddewyn, J. J. (1978). Should a corporation keep a low profile. Journal of Advertising Research, 18 (Aug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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