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파일링(Profiling)에 대하여
프로파일링(Profiling)에 대하여
  • 배상훈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13.11.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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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FBI 프로파일러 클라리스 스털링(조디 포스터ㆍ오른쪽)이 연쇄살인범 한니발 렉터(앤서니 홉킨스) 박사를 심문하고 있다. 출처/영화<양들의 침묵>캡쳐

  범죄수사, 범죄자 행동 파악에서 시작하다
  프로파일링을 단순 정리하면 “행동은 그 사람의 특성을 반영한다”로 정의할 수 있다. 원래 ‘프로파일링’이란, 연쇄살인범의 행동 특성을 파악하고 수사에 활용하기 위해 FBI에서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행동과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 유형은 행위자의 인격적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서 마치 지문과 같이 개인마다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만약 특정한 행위를 했을 경우 다양한 환경변이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에 투영된 기본 인성, 행동 유형은 일정한 정형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를 유형별로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범죄 준비과정, 범죄현장(범행도구 포함) 감식(CSI), 현장검증 등을 통한 범죄 행위의 특성, 피해자의 특성 및 범죄 후의 과정 등을 통해 범죄자의 M·O(범행방법)와 특징(Signature)을 파악해 범죄자 유형을 추정함으로써 해당 범죄의 ‘수사선’을 설정하고 관련된 용의자 집단 등을 축소할 수 있다. 인간이 가지는 독특한 성격과 행동양식에 따라 그에 의한 범죄 행동도 사회문화적 맥락의 범위에서 개인의 성격에 따른 일정한 행동 패턴을 갖게 된다. 따라서 구체적인 범죄행동 패턴을 면밀히 분석한다면 행위자 성격을 비롯하여 직업적 특성, 거주지 특성, 교육 정도, 경제적 상태, 사회연결망, 취미 등과 같은 인구사회학적 변인들의 군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프로파일링의 출발점이다. 결론적으로, 범죄현장에 남겨진 법과학적 증거(물적 증거)와 행동과학적 증거(행동 증거)를 통하여 범죄의 대상, 동기 등에 대한 접근으로 결국 ‘누구(집단)에 의한’ 범죄인지를 추론할 수 있다. 범죄자의 ‘신원(Identity)’특정이 아니라 ‘유형(type)’, 즉 그 집단을 파악하는 것 또한 프로파일링은 용의자의 신문 과정에서 수사관이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전략적인 심문·면접기법을 통해 범죄관련성과 행동 단서, 파악 수사상 조언을 제공한다.

  다음으로 프로파일링의 종류를 살펴보자면 일반적으로 4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범죄자 유형분석’으로 용의자의 나이, 직업, 성격, 용모 등의 프로필 추정, 수사의 우선순위 설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연관성 프로파일링’이 있는데 서로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범죄가 동일인에 의한 범행인지 여부를 분석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는 ‘지리학적 프로파일링’으로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범죄의 지리학적 분석을 통해 범인의 거주 용의 지역, 생활 용의 지역을 선정하여 우선 수사에 활용하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언어 프로파일링’이 있는데, 용의자의 언어분석을 통해 그 특성을 파악하는 기법이다.

  범죄수사 패러다임의 전환점이 되다
  지금까지 프로파일링의 정의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프로파일링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프로파일링은 범죄수사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사회는 자연과학을 이용한 각종 과학적 수사기법을 다양하게 개발하여 실체적 진실 발견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데, 지문과 족적, CCTV 판독, 거짓말탐지기, 최면, 유전자 분석 등이 강력범죄의 수사와 검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 발전의 부작용으로 신종 수법의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연쇄 범죄(살인, 강간, 방화), 불특정 다수 대상 범죄, 가학적 성범죄, 이상동기 범죄, 피해자,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발견되지 않거나 혹은 범죄자에 의한 증거 파괴 상황 등으로 인해 기존 수사기법으로 수사 접근이 어려운 사건 등이 발생하여 수사 자체에 상당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IT 사회, 광역화된 생활권으로 인하여 공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현장에서의 다른 범죄들이 동일범의 소행에 의할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서 발생 초기 광역범죄 연관성 스크리닝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프로파일링은 이러한 과학수사의 위기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며 다양한 범죄 자료를 유형화, DB화하여 안전사회 구현을 위한 전략 수립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범죄심리학, 범죄사회학 전공자로 구성된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은 이상동기 범죄사건의 경우 프로파일링을 이용해 수사한다. 출처/한겨레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프로파일링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프로파일링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선 미국을 예로 들자면, 1978년 FBI에서 연쇄살인범을 체포할 목적으로 그들의 범죄전략을 파악하기 위해 심리학을 전공한 경력 있는 수사요원으로 구성된 팀을 설치하면서 프로파일링에 관한 실질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1980년대에 행동과학팀(Behavioral Science Unit)으로 발전했다가 1995년에 각 행정부처에 산재해 있던 유사한 기능의 기관들과 통폐합되어 현재의 CIRG(Critical Incident Response Group)로 발전하였으며 분석을 위한 전산시스템으로 VICAP (Violent Criminal Apprehension Program)을 사용하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에서의 사례를 살펴보자면, 대표적으로 경찰청 소속 서울지방경찰청의 전문팀을 들 수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행동과학팀은 형사과 과학수사계 소속으로, 팀원의 경우 2005년부터 경찰청 범죄분석요원 특채계획에 의해 선발된 범죄심리학, 범죄사회학 전공자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업무인 피의자 면담업무의 경우 연쇄범죄(살인, 강간, 방화), 아동성폭력사건, 인질·테러 등과 같은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중요 사건이나 범죄의 이유가 피해자에 대한 분노나 갈등에 있기 보다는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에 치우쳐 있는 소위 이상동기 범죄사건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 행동분석 업무는 유력한 용의자 면담·조사과정에서의 피의자 자세, 태도, 수사관 질문에 대한 피의자 정서반응에 대한 행동분석, 수사 조언을 말한다. 그 다음으로 진술 분석 업무는 수사관들로부터 의뢰된 사건 중 피의자/관련자 자필진술서의 신뢰성을 진술 분석한다. 마지막 기타 업무로서 학술연구발표, 경찰관 스트레스 관리, 경찰관 면접, 경찰 교육기관 내 프로파일링 기법 강의, 광역 범죄 스크리닝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첨단 수사기법을 이용한 사례를 살펴보자면 가장 먼저 언급될 사건으로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이 있다. 한국 경찰에 있어서, 사이코패스에 의한 연쇄살인을 프로파일링의 기법으로 수사를 시도한 최초의 사례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이다. 일명 ‘경기 서남부 연쇄살인’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경기도 군포, 화성, 안양, 수원 등의 특정 밀집된 공간을 대상으로 2006년 말부터 2008년 말까지 약 2년 동안 수 십 명의 여성을 납치 후 살해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다수의 여성 피해자들에 대한 연관성 프로파일링을 통해 피해자 선정·물색에 대한 특정 선호 유형을 추출, 범인의 직업군과 거주 용의 지역 등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단서 삼아 CCTV 함정수사를 했고 그로 인해 범인을 검거했다. 또한 범인에 대한 프로파일러의 전략적 심문을 통해 범인이 숨겨 놓았던 많은 피해자의 시체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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