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 신입생 길들이기 소동
[백미러] 신입생 길들이기 소동
  • 손혜경 기자
  • 승인 2014.03.03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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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S대 생활체육학과의 신입생 행동 규정이 적힌 문서가 유출되면서 연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문서에 적혀있는 내용은 이러했다. 선배들에게 ‘다나까’ 말투 및 ‘앞’존법을 사용할 것, 선배에게 전화할 때에는 항상 관등성명을 댈 것, 염색과 파마, 화장, 치마, 구두 등 멋 내지 말 것, 학내에서 엘리베이터 타지 말 것, 무슨 일이든 선배에게 먼저 보고할 것 등 새내기들이 기본적으로 익혀야 할 사항을 넘어 학과 생활 및 선배에 대한 복종과 굴종을 강요하는 수준이었다. 문서에 대학명이 버젓이 나와 있던 탓에 해당 대학의 인터넷 게시판은 이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게시물들로 넘쳐났다.

  S대 소동이 잠잠해질 무렵, 이번에는 서울 모 여대 체육학과의 신입생 유의사항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되면서 대학 내 군기 문화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됐다. 내용은 S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긴장하고 학교 다니기, 선배가 보이면 뛰어가서 인사하기, 강의 시작 전 선배들 찾아가 인사하기, 1학년 아르바이트 금지 등 몇 개 항목들이 보다 비참했을 뿐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유의사항을 만들고 지시한 이들의 당당한 태도였다. 그들은 네티즌들의 뭇매에 반성과 개선의 기미를 보이긴커녕 유포자를 찾아내기 위해 아이피 주소를 검사하는 등 후배들에게 또 다른 위협을 가하고 있었다.

  사실 이와 같은 대학 내 군기 잡기 문화는 그리 낯선 것도 아니다. 이번 S대와 모 여대 사건처럼 공공연하게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일부 학과 및 학생 집단에선 규율을 위해 특정 행동을 요구하거나 금지하는 것은 기본이요, 군기를 잡는답시고 기합을 주는 것은 연례, 아니 월례행사에 가깝다. 그들의 입장은 이렇다.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유지하고 선후배간 위계질서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적지 않은 대학, 학과들이 새 학기 ‘신입생 길들이기’를 당연시 여기는 분위기를 고려하면 ‘왜 우리만 갖고 그래’라는 투정 섞인 목소리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제3자의 눈에 비치는 과도한 신입생 군기 잡기는 전통과 질서 유지를 위한 것이라기보단 내가 당한 만큼 되돌려주자는 보복심리 혹은 유치한 군대놀이에 가까워보인다. 생사가 오가는 전쟁터도 아니고 더욱이 진리의 상아탑이라 일컫는 대학에서 상명하복의 엄격한 위계질서와 남의 복종을 강요하는 악습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대학 내 군기 문화는 오랫동안 대학사회에 침투해 온 탓에 오히려 심각하지 않은 문제로만 치부돼왔다. 하지만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라고, 남들도 다 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른 일을 계속할 순 없는 법이다. 강제와 위협으로 신입생들을 길들이려 하지 말고 선후배 간 존중을 바탕으로 한 바람직한 대학 내 문화가 자리 잡았으면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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