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학술 - 과거에서 온 그대
영화로 보는 학술 - 과거에서 온 그대
  • 김성원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과 교수
  • 승인 2014.04.14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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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The Time Traveler’s Wife, 2009)>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의 주인공 헨리는 어릴 적 교통사고를 겪은 후 자의와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 알몸 상태로 시도 때도 없이 과거와 미래를 오가고 시간여행을 하다가 사랑하는 아내까지 만난 헨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시간여행자라고 소개한다. 그렇다면 영화나 드라마 등의 소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시간여행은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 걸까.

  타임머신이란
  예부터 사람들은 여행을 좋아했던 것 같다. 알지 못하는 세상으로 이동해 상상했던 곳을 체험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흥분과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하물며 시간여행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극적인 흥분감을 가져다주게 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최근에는 현 세상을 부정하거나 과거를 그리워해서, 아니면 발달된 기술의 한계를 넘어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역사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방자함 등 여러 이유로 타임머신이나 시간여행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최근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타임머신이 소개되고 있다.

  타임머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공상과학 소설가인 웰스(H. G. Wells)다. 1865년 발간된 자신의 소설에서 그는 주인공이 원하는 곳으로 시간여행을 갈 수 있도록 발명한 기계에 ‘타임머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타임머신과 시간여행은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소개하는 주요 주제 중 하나로 떠오르게 됐다.

  그렇다면 과학에서는 시간여행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는 누구와 약속할 때 장소와 시간을 정한다. 이는 우리가 4차원 시공간에서 살고 있다는 증거다. 4차원 시공간이란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을 합한 것으로 공간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지만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이동한다. 이것이 시간여행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시간여행에 대한 인간의 희망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시간여행은 과거나 미래로 여행하는 것을 말하며 여행이 가능한 범위에 따라 ‘제한적인 타임머신’과 ‘제한 없는 타임머신’으로 나뉜다. 제한적인 타임머신의 경우에는 과거로 여행할 때 타임머신 생성 시점까지 시간여행이 가능하고 그 이전으로의 여행은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 제한 없는 타임머신은 과거 어느 시기로든지 시간여행이 가능하며 시간여행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그림 1> 원홀을 사과의 벌레 구멍에 비유해 그린 그림. 한쪽 입구 A에서 다른 쪽 입구 B까지 이동할 때 벌레 구멍 통로를 통하면 훨씬 단축된 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시간여행의 방법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으로 옛날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주로 특수하게 제작된 기계를 사용했다. 공간 여행처럼 여행에 있어서 필요한 운송수단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대부분 자동차와 비슷한 형태로 아주 높은 출력을 내는 엔진을 부착하고 시간을 조정하는 시계 역할을 하는 장치가 붙어있다. 과학적으로나 기계공학적으로도 현재로서는 이러한 형태로 시간을 조정하는 타임머신을 제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탈 것 외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의 형성에 관심을 더 쏟고 있다. 우리는 그 공간 속에서 시간여행을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웜홀과 같은 시공간 구조를 생각해보자. 웜홀은 우주공간의 지름길이다. 아주 멀리 떨어진 지점을 짧은 시간 동안 여행할 때 유용하다. 이미 이에 대한 것은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 소개된 바 있다. 영화 <컨택트>에서 소개된 적이 있고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 분)이 천송이(전지현 분)를 만나러 수시로 웜홀을 이용해 찾아온다는 장면을 통해 잘 알려졌다. 이 웜홀의 존재에 대해서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만족하는 풀이로써 증명이 된다. 아직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그 구조가 가지는 매력으로 인해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웜홀의 한쪽 입구에서 다른 입구까지는 상당히 멀다. 그러나 통로를 이용하면 훨씬 더 짧은 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웜홀을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의 지름길로도 만들어서 시간여행을 하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의 킵 손(Kip Thorne) 교수가 웜홀을 이용한 시간여행 가능성에 대한 논문을 발표한 이래 계속 타임머신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시간여행 시의 문제점
  만일 어떤 방법으로든지 타임머신을 만들어 시간여행을 한다고 하자. 그럴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제일 먼저 나타나는 문제는 바로 인과율이다. 사건에는 순서가 있으며 시간에도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시간의 순서는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를 말한다. 그런데 타임머신이 만들어지면 과거로 돌아가 과거를 바꾼다든가 아니면 미래에 미리 가서 정보를 가져올 수 있어서 이러한 순서가 깨지며 뒤죽박죽이 된다. 더구나 본인이나 본인과 관련 있는 사람 혹은 사건들을 만나게 되면 존재의 유일성에 대한 강한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인과율의 기준으로 보면 과학적으로는 시간여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나온 것이 ‘다세계(many world) 이론’이다. 영화 <백 투 더 퓨쳐>에서 많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사건의 일부를 바꾸거나 인과율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어느 사건을 바꿨다고 하자. 그러면 이로 인해 새로운 세상이 생성된다. 사건의 흐름 속에서 일부가 바뀌어 생긴 새로운 세상이 있고 누군가 시간여행을 할 때마다 바꿔버린 과거사 때문에 또 새로운 세상이 생성된다. 그렇다면 이와 유사한 세상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약간씩만 다른 세상들이 무수하게 존재하는 것이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할까? 

  두 번째 문제는 안정성이다. 인과율 문제에 비하면 지극히 제한적이다. 시공간을 바꿔 시간여행이 가능하도록 하려면 시공간의 곡률이 거기에 적합해야 하며 이를 구성하는 물질의 분포가 있어야 한다. 


  에필로그
  시간이 흐르는 방향에는 세 종류가 있다. 그 첫 번째는 심리적인 방향이다. 즉 시간은 우리가 기억하는 방향으로부터 모르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과거이며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흐른다. 또 다른 하나는 열역학적 방향이다. 시간은 엔트로피(무질서 정도)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주론적인 방향, 즉 우주가 진화하는 방향이 바로 시간이 흐르는 방향과 일치한다. 스티븐 호킹은 <시간의 역사>에서 이 세 가지가 모두 동일함을 보여줬다. 과학적으로 이 중 한 가지 방향이 다른 것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에서 나타난 사건은 과학적으로 모순이 된다. 왜냐하면 벤자민은 과거를 기억하므로 바른 시간 방향으로 살지만 그의 몸은 더욱 젊어져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방향으로 살기 때문에 두 시간 방향의 불일치가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해도 이 시간의 순서는 지켜야 한다. 만일 이 순서를 깨트리려는 어떠한 시도도 이러한 과학의 법칙이 막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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