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익명은 없다
완전한 익명은 없다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4.05.12 16: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멸의 기록, 당신은 사라지지 않는다’ 편

   다큐는 아만다 토드라는 한 소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아만다는 온라인 채팅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무심코 자신의 가슴 사진을 보내줬다. 그런데 이 사진은 낯선 이의 SNS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된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 그녀는 따돌림에 시달리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다음으로 한 한국 여성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학창시절 그녀는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자신의 친구를 옹호하는 글을 인터넷 친목 카페에 올렸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사이버 수사대에 그녀를 신고했고 그녀의 학교로 경찰이 찾아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거를 후회하고 반성한 지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인터넷 상에 떠도는 과거의 글이 미래에 자신의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더라도 보통의 많은 사람들 역시 자신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떠도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다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람의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어느 정도 노출되고 있는지 직접 알아본다. 확인 과정에서는 특별한 기술이 사용되지 않았다. 단지 검색창에 실험 참가자의 이름과 함께 자주 사용하는 아이디를 검색했을 뿐이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검색 한 번에 자신이 SNS에 올린 내용과 카페, 블로그에 쓴 게시글까지 우르르 쏟아졌다. 생전 모르는 사람도 이 검색 결과를 보면 참가자가 어디에 사는지, 어떤 연예인을 좋아하는지, 인터넷에서 무엇을 다운받았는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인터넷 상에 자신의 정보가 이렇게 많이 존재하는지 몰랐다며 자신조차 잊은 사건이 검색 결과로 나타났을 때에는 당황스럽고 무섭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공간은 익명의 공간으로 불린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한 번 인터넷에 남긴 자신의 흔적은 숨길 수 없다.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개인정보가 담긴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당사자도 모르게 그 정보가 유출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게시글을 삭제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 글을 공유했다면 그 글은 여전히 인터넷에 남아있게 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해지고 있다.

  또한 다큐는 인터넷 상의 기록이 현실에서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졸업 후 교사로 일할 예정이었던 스테이시 스나이더는 음주 상황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 그 사진을 본 학교 측은 그녀에게서 교사 자격을 박탈했다. 그녀는 실제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사진 하나로 교사의 자질을 운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학교를 고소했다. 하지만 그녀는 끝내 교사가 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다큐는 채용 시 SNS를 활용하는 직장이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채용 담당자들은 단지 몇 분 동안의 면접으로 구직자들을 판단하기보다 SNS를 통해 구직자의 과거 활동, 개인적 성향 등 꾸며진 모습이 아닌 진짜 모습을 파악하고자 한다. 

  기업이 개인의 SNS까지 살피는 것은 지나친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사회적 반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업이 SNS를 채용에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말한다. 이미 일본의 유력 기업은 지원서에 자신의 SNS 계정을 의무적으로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자체가 사생활이 침해되도록 구성됐다고 말한다.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쉽게 노출되는 상황이 심화될수록 우리는 좀 더 자신의 개인정보를 조심히 여겨야 할 것이다.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 인터넷의 환경 개선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개인정보의 공개는 어느 정도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