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시인의 마음으로 산다
우리는 누구나 시인의 마음으로 산다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4.05.26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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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작가와 함께한 '제14회 작가와의 대화'

  지난 15일 오후 6시, 본지는 이병률 작가와 함께하는 ‘제14회 작가와의 대화’를 개최했다. <당신이 좋다 바람이 분다> <끌림> 등의 산문집으로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이병률 작가는 열정적인 강연으로 다시 한 번 많은 학우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안녕하세요. 이병률입니다. 강연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지만 저는 여러분보다 잘난 게 없습니다. 단지 여러분보다 좀 더 오래 살았고 경험이 많을 뿐이죠. 강연의 주제가 ‘우리는 누구나 시인의 마음으로 산다’지만 사실 저렇게 살 수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시인으로 산 기간이 얼마 되지 않고 시인의 마음이 어떤지 알 수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주제를 넓게 잡고 여러분들의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 가치있다고 생각되는 것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진 / 최한나 수습기자

  난 단 한 번이라도 누군가에게
  멋있는 사람이었을까 
  
  저는 10대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명백히 구분한 후 20대를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 20대들은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요. 하지만 이 일은 19살 이전에 끝났어야 해요. 내가 매력을 느끼는 일을 20대에 결정하는 것은 너무 늦어요. 농사에 비유한다면 10대는 씨를 뿌리고 가꿔야 하는 시기고 20대는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에요. 세상에는 수확해야 할 것들이 널려있어요. 20대 때는 바로 이런 것들을 주워 담아야 하는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우울해지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자신을 농사에 실패한 사람으로 간주하고 학점을 잘 받아서 좋은 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목표로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예전에도 그런 미래를 꿈꿨는지 생각해 보세요. 어느 사회든 지각생은 존재해요. 자신이 10대 때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늦은 만큼 열심히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내면 돼요. 만약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없다면 내가 무엇에 자극을 받는 사람인지 살펴보세요. 어떤 일을 할 때 나는 자극을 느끼는지, 어떤 친구를 만나면 자극을 받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인 사람이 되세요

  출판사 직원을 뽑을 때 제가 직접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사람을 고용할 때 나름대로의 철칙이 있어요. 답답한 사람보다는 경험이 많은 사람을 뽑는 거죠. 인생을 살면서 상처도 많이 받아봤을 것 같고 연애하다 실패도 해봤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느낀답니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이에요. 두 번째는 흡수력이 있는 사람이 좋아요. 오징어나 낙지처럼 빨판이 있어서 어떤 것을 알려주더라도 한 번에 흡수하는 사람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세 번째는 창조적인 사람인데 가령 서류 하나를 줄 때도, ‘오늘 점심 뭐 먹지?’라고 물어봤을 때도 뻔한 대답을 하지 않는 사람이 좋아요.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중요합니다.

  연애만이 가지는 막강한 영향력

  저는 대학생 때 학보사 일을 해서 연애를 잘 못 했어요. 기사도 쓰고 시도 쓰고 공부도 해야 했기 때문에 연애할 시간이 없었죠. 그런데 연애는 인생에서 매우 중요해요. 연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죠. 연애를 하게 되면 내 삶의 모든 것이 그 사람과 연관되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내 삶에 영향을 미쳐요. 그래서 한 번의 연애 실패로 인해 나머지 연애가 모두 실패할 수도 있고 연애했던 당시의 장면을 떠올리면서 외로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내 삶이 칙칙해질 수도 있어요. 이처럼 연애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이런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숙제처럼 들리고 외래어로 들릴 수도 있을 테지만 연애의 힘은 사람을 변화시킬 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기억해 두세요.

  인생을 살면서 내 모든 것을 걸 수 있을 정도의 열정적인 사랑을 해보세요. 그렇지 않고 30대를 맞이하는 것은 낙제의 대상이 될 수도 있어요. 30살이 되도록 열정적인 연애를 못 해본 사람들은 이후에 분명 시들시들한 삶을 살 거예요. 이건 명백한 진리입니다. 나의 모든 것을 다 바쳐 연애해보지 않은 사람은 어떠한 매력적인 일이 있어도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어떤 것에 자신을 한 번도 걸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멋있는 일이 나타나도 모든 걸 걸지 않는 삶을 사는 거죠.

  롤모델을 가지는 것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기본

  그동안 글 잘 쓰는 사람은 주로 문예창작과나 국어국문학과 출신일 것 같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다른 전공을 가진 사람이 글을 잘 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글 쓰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활자를 다루는 학문를 전공했다면 글을 잘 쓸 확률이 매우 높아요. 만약 제가 정치외교학과를 갔다면 지금과는 다른 단어들을 접했기 때문에 현재와는 다른 글쓰기를 하고 보다 폭 넓게 글을 썼을 거예요. 그리고 이것에 영향을 받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돼 있겠죠. 

  좋은 글을 쓰고 싶을 때는 그 글이 어디에 쓰일 것인지, 독자가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방송작가를 했을 때 매일 라디오 DJ들의 오프닝 멘트를 써야 했어요. 항상 다수의 청취자를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청취자들은 오늘 무슨 생각을 했을까’하고 고민했죠. 이처럼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눈높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글쓰기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이제 밤새 쓴 글을 아침에 찢어 버리는 일을 졸업해야 할 때가 됐어요. 자신에게 맞는 작가를 선택해서 그 작가의 작품과 작품세계를 내 철학으로 풀어
본다면 적어도 내가 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될 거예요. 나만의 문체를 가지고 다른 작품들을 평가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만의 롤모델을 가지고 있다면 보다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나만을 위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라

  사람들은 여행을 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여행은 돈의 문제가 아닌 유혹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다른 유혹들을 포기하지 못해서 돈을 모을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경험이 쌓일 수 있는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이죠.

  또한 많은 학생들이 여행비용을 문제 삼아 일상 속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까요? 일상 속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려면 굉장한 일탈이 필요해요. 하지만 일탈을 하면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에 도태되기 때문에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일상 속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려 하기보다 차라리 돈을 모아서 한 달 정도 여행을 떠나는 것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면 친구들과 다니는 여행에 비해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두 배나 늘어나고 모든 장소를 입체적으로 보게 돼요. 또한 주워 담을 에피소드들이 늘어나고 굉장히 많은 상상을 하게 되죠. 여러분들은 남자들처럼 뻔뻔하지 않기 때문에 약간의 핸디캡이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인생을 어떻게 사느냐의 질을 결정해주고 용기를 내야 할 시점에서 용기를 꺼낼 수 있도록 만들어줘요. 우리는 지금 부모, 학교라는 온실 속에 갇혀 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온실에 있으면 온갖 병과 햇빛 알레르기가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온실을 탈피하기 위해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고 오늘날 여행이라는 것이 유행하는 겁니다.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들은 여행자를 맞이하고 반길 준비가 돼 있어요. 또한 혼자 여행을 떠나는 당신에게 따뜻함을 나눠줄 준비, 위험에서 구해줄 준비도 돼 있죠. 그렇다면 이제 두려워하지 말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요.

사진 / 최한나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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