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 세상 보기] 청춘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네모로 세상 보기] 청춘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4.05.26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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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청춘유예>

  이 다큐는 사람의 인생을 공장 컨베이어벨트 위에 놓여있는 제품으로 비유한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레일을 따라 유치원을 거쳐 학교에 들어간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생각을 하도록 교육받는다. 어느 순간 나타난 집게는 불량품을 레일 위에서 걷어내고 남은 제품들은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대학이란 바코드를 찍는다. 제품은 일정한 규격에 맞춰 포장된 후 상품이 돼 진열대 위에 놓여진다. 어떤 상품은 진열대 위에 올라가자마자 팔려나가지만 어떤 상품은 오랜 시간 동안 진열대에 머문다. 그리고 카메라는 할인판매에도 불구하고 팔리지 않아 울상을 짓고 있는 상자를 응시한다.

  이어서 화면에는 작은 고시촌이 등장한다. 이곳에 사는 한 청년은 대학을 다니다 군대에 다녀온 사이 집안사정이 악화돼 복학을 하지 못하고 빚을 갚기 위해 사료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는 온종일 상어고기가 들어가는 개 사료를 만들다 집에 와서 동생이 먹은 라면 그릇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고 웃으며 회상한다.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거라 믿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바코드를 받은 지 오래지만 취업을 하지 못한 방송사 준비생, 고객으로부터 “네가 뭘 알겠니, 너는 그냥 커피나 타는 애일 텐데”라는 말을 듣고 서러움에 눈물 흘렸던 공기업 비정규직 청년, 진상고객을 상대하며 실적을 올리지 못해 퇴근하지 못하는 콜센터 상담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년들이 등장한다. 그들 역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웃는다. 카메라는 그저 이들을 담담하게 응시할 뿐이다.

다큐에서 한 피자 배달원은 30분 배달 보증제를 폐지하기 위해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냈다. 출처 / <청춘유예> 캡쳐


  다큐는 대형 피자 체인점에서 일하던 피자배달원이 30분 배달 보증제를 지키려다 버스에 치여 세상을 떠난 사연을 통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다. 동료를 떠나보낸 또 다른 배달원은 빗속을 뚫고 2분을 남긴 시간에 간신히 배달을 한다. 그러나 손님은 본인 입속에 피자가 들어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30분이 넘는다며 공짜피자를 요구했다고 말한다. 물론 그 액수는 피자 배달원의 몫이다. 이 청년은 30분 배달 보증제를 폐지하기 위해 거리에 나가 용기 내 외친다.

  화면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는 우리가 왜 부조리한 현실에 수긍해야 하냐고 끊임없이 묻는다. 사회는 우리를 상품으로 만들었지만 오늘도 청년들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난 어느 곳에도 없는
나의 자리를 찾으려 헤매었지만
갈 곳이 없고
우리들은
팔려가는 서로를 바라보며
서글픈 작별의 인사들을 나누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
넌 행복해야 해 행복해야 해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널 잊지 않을게
     브로콜리 너마저 - <졸업> 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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