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자들은 정말 기레기인가요
대한민국 기자들은 정말 기레기인가요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4.09.0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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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의 난립과 속보 경쟁 속 언론의 추락

  지난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언론을 향한 국민들의 불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세월호 승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시작으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과열된 취재 경쟁, 추측성 기사 등으로 언론은 기레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언론이 사회의 공기인지 공해인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의 언론 불신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일어난 기레기 논란과 앞으로 우리나라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기레기가 돼버린 기자들
  ‘기레기’는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언론의 수준을 떨어트리는 기자들을 비난하거나 이러한 사회현상을 지칭할 때 쓰이는 말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의 확산으로 보다 쉽게 정보를 접하게 된 2010년대 초반 기레기라는 용어는 주로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유도하는 기자와 기사들에게 붙여졌다. 이 밖에도 취재원을 고려하지 않는 기자들의 태도,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사 등은 기레기라는 용어를 확산시켰다. 

  그러나 기레기라는 말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기점으로 매우 활성화됐다. 사고 당시 오로지 인터넷과 언론매체를 통해 사고 소식을 접할 수밖에 없었던 국민들은 세월호 승객 전원 구조, 지상 최대의 구조 작전 등의 오보로 혼란에 빠졌다. 또한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아이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심경을 묻는 기자의 태도는 유가족은 물론 당시 상황을 지켜보던 국민까지 분노하게 만들었다. 기레기라는 비난과 국민들의 외면 속에 언론사들의 자성적 목소리도 이어졌다. 익명의 기자는 “국민들은 언론을 욕할 자유가 있고 우리의 행동은 대중들의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고 그 당시를 반성했다. 그러나 기레기라는 용어가 주로 인터넷 언론의 자극성에 국한돼 있던 이전과 달리 유력 언론까지도 연일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 기사만을 쏟아냈던 세월호 사건 이후 국민들은 대다수 언론들까지도 기레기라 부르며 등을 돌리게 됐다.

지난 5월 10일, '검은 티셔츠 행동'은 서울신문, 조선일보, KBS 등에서 "기레기는 필요없다"는 구호를 외치고 '국민보도지침'을 읽었다       출처/ 오마이뉴스

 

특종, 속보 경쟁
기레기를 만드는 중요한 원인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로 쉽게 뉴스를 전달하게 되고 소규모 자본으로 언론 매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자 광고 수익을 노리는 크고 작은 언론사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로 인해 제대로 훈련을 받지 않은 기자들이 넘쳐나고 정확하지 않은 기사들이 끊임없이 보도됐다. 언론매체가 늘어나게 되면서 속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남들보다 빨리 특종을 보도하기 위해 이해관계를 파악하는 시간은 자연스럽게 생략됐다.
 
  언론사 내에서 기사의 방향을 정하고 기사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데스크급의 기자들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사 방향을 강요하고 이에 맞는 기사를 쓰길 요구한다. 만일 이러한 요구에 반박하면 이것을 언론사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해당 기자에게 징계를 내리는 등의 보복을 취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한 방송사에서는 구조 작업에 참여한 잠수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유가족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쓴 적이 있다. 당시 기사가 발표되기 전 해당 방송사의 한 기자는 이 기사의 내용이 부적절함을 동료기자들에게 알리고 해당 기사의 정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결국 이 기사는 보도가 됐고 정정을 요청한 기자는 ‘기밀 문서 유출’ 혐의로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와 같이 현재 언론사 내에서 기자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있다.

커져가는 언론에 대한 불신 
  현재 언론이 가지는 의미는 이전과 다르게 많이 왜곡되고 있으며 국민들은 언론에서 보도하는 모든 것에 불신을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22일에 일어난 22사단 임 병장 총기 사건 당시 임모 병장을 병원에 후송할 때 군에서 가짜 병사를 내세우자 언론은 ‘논란 자초한 군의 비밀주의’라고 군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를 본 국민들은 오히려 언론을 비판하며 ‘극성인 언론으로 인해 군이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밖에도 기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기자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대해 방송기자연합회 조승호 정책위원장(이하 조 정책위원장)은 “국민들이 불신을 하기 전에 기자들의 잘못과 방송국, 언론사의 잘못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의 수고까지 매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준칙을 만드는 등
각성하기 위한 언론의 노력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일부 기자들 사이에서는 당시 상황을 반성하고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BS의 한 기자는 사내 홈페이지에 스스로를 기레기라고 칭하며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취재 상황을 반성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올리고 다른 기자들도 이러한 반성에 동참하기를 요구했다. 이후에 이러한 사과문은 국민들에게도 알려졌고 KBS 사장과 보도국장은 자진사퇴를 했다.

  또한 기자협회와 신문협회 등 5개의 언론단체는 9월 16일에 세월호 침몰 사고와 같은 재난이 재발생했을 시 기자들이 지켜야 하는 ‘재난보도 준칙’을 만들어 발표하기로 했다. 조 정책위원장은 “언론은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강자와 약자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면 기자는 약자의 편을 들어야 한다”며 “기자들의 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언론 매체가 나서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한 개선이 이뤄진다면 지금과 같은 기레기의 오명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진정한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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