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 세상보기] 양치기 소년을 바로잡는 슬기로운 해법
[네모로 세상보기] 양치기 소년을 바로잡는 슬기로운 해법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09.03 15: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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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슬기로운 해법>

  “신문은 못 믿겠다. 조선일보나 한겨례나 다 자기네 주장만 옳다고 우기는 기레기 아니냐”며 언론을 향해 불신을 토해내는 이들이 많다. 신문의 구독률은 1% 밑으로 떨어진 지 오래고 종합편성채널의 등장으로 방송 생태계는 엉망이 됐다. 편향되고 부정확한 보도를 일삼는 언론으로부터 독자들은 고개를 돌렸고 그 가운데 조중동이라 일컬어지는 대형 신문사의 독점체제가 심화됐다. 다큐 <슬기로운 해법>은 정연주 전 KBS 사장,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 다양한 언론인을 불러 모아 이같은 위기를 가져온 대한민국 언론의 문제점을 꼬집고 난관을 극복할 슬기로운 해법을 모색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슬기로운 해법>의 포스터

  다큐는 노무현 정권 시절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와 관련된 편향보도 사례를 통해 공정성을 잃은 언론의 모습을 보여준다. 9억 원 초과 주택 혹은  6억 원 초과 주택을 두 채 이상 보유한 종부세 과세대상자는 전체 주택보유자의 3%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일 쏟아지는 악의적인 언론보도에 속아 넘어간 97%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종부세가 자신들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며 종부세는 서민을 죽이는 세금폭탄이라는 여론이 조성된다. 언론이 나서서 거짓된 정보로 여론을 조작한 것이다. 군사독재 시절 언론의 비폭력 저항운동을 상징하던 ‘펜은 총보다 강하다’라는 말은 여론을 조종하며 제4의 권력으로 떠오른 언론을 가리키는 말로 변질돼 버렸다.

  커져버린 펜의 힘은 사실을 왜곡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끝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바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하 노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 비리 의혹이 일었을 당시 분노와 증오를 걸친 조중동은 일제히 노 전 대통령을 공격했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의혹들은 기자의 펜대를 거치며 기정사실화 돼 그를 옥죄었고 결국 노 전 대통령은 사건이 공론화된 지 단 며칠 만에 부엉이 바위에서 몸을 던졌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전직 대통령을 벼랑에서 밀어 떨어뜨린 것이다.

  세상만사를 제멋대로 쥐고 흔들며 보도할 수 있을 것 같던 펜의 힘도 자본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됐다. 다큐는 언론 내부의 부패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이 진실을 왜곡하고 외면할 수밖에 없도록 하는 외적 요인, 자본의 횡포 역시 낱낱이 고발한다. 경제가 불황임에도 광고주의 입맛에 맞게 희망적 관측 기사를 보도하는 대부분의 언론들과 최대 광고주인 삼성에 대한 비판칼럼을 게재하지 못하고 사과문을 실은 경향신문의 모습은 양심적이어야만 하는 언론이 자본에 굴복한 사례다. 이렇듯 돈이 최고가치인 시대에서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언론은 어쩔 수 없이 광고주의 눈치를 보며 이익을 대변한다.
 
조중동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좌절된 종합부동산세의 사례는 언론의 손에 휘둘리는 여론을 보여준다. '세금 폭탄'이라는 말도 종부세를 비난하는 조중동의 기사에 처음 등장했다. 

  다큐는 대한민국의 언론을 거짓말을 하는 양치기 소년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타이르고 바로잡는 역할은 누가 해야 할까. 소년에게 돈을 쥐어주고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을 하라 부추기는 촌장이 해줄리 만무하다. 소년의 거짓말에 속지 않으려면 마을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슬기로운 해법>은 다음과 같은 노 전 대통령의 말로 막을 내린다. “언론의 수준이 그 나라 민주주의의 수준입니다.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과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아직 마을 사람들이 아닌 촌장이 주인이 돼 양치기 소년에게 거짓말을 종용하는 것만 같다. 민주적이라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거짓말을 일삼는 언론을 바로잡기 위한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공정한 언론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언론운동 그것이 다큐가 말하는 슬기로운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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