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로 세상보기] 을의 작은 걸음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네모로 세상보기] 을의 작은 걸음에서 변화가 시작된다
  • 장우진 기자
  • 승인 2014.09.15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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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다큐멘터리 현장21-<을(乙)의 반란>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중간에 놓인 대형유통권력은 원가의 몇 배나 되는 중간 이익을 챙기며 소비자와 생산자의 권리를 위협하기도 한다.
  지난해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아버지뻘인 50대 대리점주에게 막말을 퍼붓는 영상이 공개돼 파장이 일었다. 대리점이 약자라는 사실을 이용해 재고를 떠넘긴 것도 모자라 한 인간을 모독한 일명 ‘남양유업 사태’가 세상에 알려지며 이제껏 모두가 알면서도 쉬쉬하던 갑을관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갑을관계가 존재한다. 가깝게는 선배와 후배, 상사와 부하 등 세상의 모든 관계가 갑을관계라고 볼 수도 있다. 이 관계에서 약자인 을은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감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다큐 <을의 반란>은 세상에 만연한 갑을관계 중에서도 남양유업 사태와 함께 불거진 대형유통권력이라는 갑의 횡포를 고발하며 이에 반항하는 을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첫 번째로 다큐는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네덜란드산 인기 유모차를 예로 들었다. 해당 유모차의 네덜란드 판매가는 51만 8천 원이었으나 독점수입업체를 거치며 105만 원으로 뛰었다. 같은 업체의 82만 9천 원짜리 유모차도 같은 독점수입업체를 통해 105만 원에 팔리고 있었다. 수입업체의 가격을 신뢰할 수 없어진 소비자들은 조금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직접 구매를 시도하게 됐다. 그러나 직접 구매가 늘어나자 갑의 횡포는 더욱 심해졌다. 해외 사이트에서 한국 배송을 차단하고 한국 카드 사용을 막는 등 직구를 방해하는 것이다. 또한 한국 아이피로 접속하면 가격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 사이트도 있었다. 명백한 불공정거래이며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다.

  갑의 횡포는 문화 콘텐츠 소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소비자가 음원사이트를 통해 6백 원짜리 음원을 이용했을 때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0.24원으로 나머지 금액은 음원유통업체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 지난해 대성공을 거둔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우리나라의 다운로드 수가 미국의 다운로드 수보다 약 70만 건 많았음에도 저작권자에게 돌아간 이윤은 미국이 70배 많았다. 인기가수인 싸이마저 이런 현실이니 비주류 음악인들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울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음악의 질을 높이고 음원유통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고자 가수 장기하가 신곡의 음원가격을 소비자가 결정하게 하는 백지수표 캠페인을 벌였다. 또한 인기 인디밴드 갤럭시익스프레스는 음원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음원을 직접 판매했으나 방송매체에까지 영향력을 뻗치고 있는 대형음원유통업체의 방해로 활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기형적인 유통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갑에게 저항하는 을들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갑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이들 중 누군가는 갑으로부터 자신의 권리를 찾아오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직 미약한 움직임에 그친다. 그러나 이들의 목표는 같다. 보다 낮은 가격에 좋은 재화를 제공하고 자신의 정당한 몫을 받는 것이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질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질서가 특정집단이나 개인 즉, 갑의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이는 깨져야 한다. 그러기 위한 을들의 작은 움직임이 일었고 몇몇은 갑에게 승리했다. 이제 을들은 얌전히 따르지 않는다. 조금씩이지만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 변화가 곧 건전한 유통구조의 확립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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