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학술-제4세계와의 조우
영화로 보는 학술-제4세계와의 조우
  • 손승현 작가
  • 승인 2014.10.15 0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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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화 <아바타(Avatar, 2009)>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판도라 행성의 토착민인 나비족은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종족이다. 인간들은 판도라 행성의 자원을 빼앗기 위해 그들의 터전을 파괴한다. 이는 금을 확보하기 위해 원주민들을 내몰았던 미국 정부와 땅을 잃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걸었던 미국 원주민들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하다. 현재 많은 미국 원주민들은 자연을 보호하고 조상들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동물 모두를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자.


 

 
매년 12월이면 미국 사우스 다코타 주에서는 말들이 힘차게 겨울 평원을 내달린다. 열 명 남짓의 기수들이 말을 타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것을 시작으로 수백 명이 눈 덮인 평원에 뜨거운 기운을 몰고 가면 주변은 온통 말발굽 소리로 진동한다. 설원을 달리던 무리가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 그 울림이 적막으로 변할 때면 방금 전의 공명은 지나간 이들이 하늘과 소통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미래를 향한 말타기(Future Generation Ride)’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 연례 여행은 끝이 없는 대평원 들판을 무대로 살았던 북미 원주민들이 조상의 삶을 이어나가고자 부활시킨 여행이다. 여행의 목적은 전통의 회복과 역사교육, 치유를 위한 것이고 더불어 땅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조상들을 기리는 제의 여행이기도 하다. 해마다 여러 평원의 원주민들은 가족 혹은 부족자치회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여행에 참여해 일주일간 자신의 말을 돌보며 신체적 한계를 시험한다.
전통과 조상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원주믿르의 미래를 향한 말타기(Future Generation Ride) 여행.  제공/ 손승현 작가


  북미 원주민들의 여행은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의 역할은 과연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주민의 삶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예이다. ‘Mitacuye Oyasin. 미타큐예 오야신.’ 이 말은 미국 평원 원주민들의 한 부족인 라코타족이 흔히 쓴 표현으로 ‘우리는 모두 동족이다’라는 뜻을 지녔다. 자연, 인간, 동물 모두를 존중하며 살았던 원주민의 철학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지구 곳곳에서 일어나는 문명의 무지를 목격하고 있다. 일본 지진과 원자력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근대의 산업문명은 전 영역에서 지구 자원의 착취를 부추겼다. 아울러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점점 착취를 가속화했다.

  역사 속에서 인간은 긴 시간 동안 지구와 친밀한 관계를 이뤘고 지구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공동체였다. 근래에 이르러 지구의 문제를 걱정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것은 지구의 미래를 생각하는 인류공동체의 목소리이다. 지구의 미래는 인류공동체의 미래이기도 하다. 문명이 지구를 착취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지구를 착취하고 있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지구와의 소통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북미 원주민을 포함한 전 세계 원주민은 공통적으로 자연과의 소통과 교류를 생활화하고 있다. 잠시 단절된 시간 속에서도 이들의 후손들은 그들만의 전통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들의 전통은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이뤄지고 있다. 매년 여름 라코타 수족(Lakota Sioux)이 행하는 선댄스는 계절의 순환에 감사하고 인간과 우주가 하나로 결합되는 가장 대표적인 의식이다. 선댄스 의례 장소 중심에 세워지는 기둥은 우주와 인간세계를 잇는 기둥이다. 원주민의 의식은 자연과의 조화와 그 속으로의 참여 기능이 있다.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삶과 죽음을 통해 영원히 이어지듯 계절의 영원한 순환을 경배하고 이것을 위해 축제를 준비한다.

  영화, 애니메이션 감독과 작가 중에서 생태의식을 반영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작가들은 여러 명이 있지만 그 중에 대표적인 유럽의 두 작가를 소개하고 근래에 상영된 미국 제임스 카메룬 감독의 영화 <아바타(Avatar)>를 살펴보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출생 작가인 노만 맥라렌의 1978년 작품 <블랙버드(Black bird)>는 다소 단순한 구성으로 이어지는 작품인데 구전되는 원주민 노래가사를 간단히 전달하며 점, 선, 면을 이용한 기초조형으로 생태계의 생명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작품 속 조형이 변하는 원리를 잘 살펴보면 동양의 주역과도 비슷한 느낌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변하면서 살아있는 생명체를 표현하는 이 작품은 서양에서 제작했지만 동양철학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 두 번째 작가는 독일인 프리드릭 벡이다. 그가 하는 대부분의 작업은 생태의식을 배경으로 하는데 흡사 원주민의 지구 이야기를 옮겨다 놓은 착각마저 일으킨다. 그는 평생을 지구의 생명체를 표현하려 애쓴 오스트리아 화가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를 연상케 한다.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가 자연과 교감하고 있다. <아바타>는 미국 원주민 나바호족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캡쳐/ 영화 <아바타>

  마지막으로 영화 <아바타(Avatar)>에는 여러 원주민들의 생태의식이 애니메이션에 잘 반영돼 있다. 제임스 카메룬 감독은 자연을 표현하는 영상제작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아바타에서 그가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하려는 소재를 북미 원주민 문화에서 찾았고 이를 적절히 영화 속에 삽입한다.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나비족은 미국 남서부 원주민 나바호족을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 곳곳에 실제 원주민의 생태관이 반영돼 있다. 나비족이 살고 있는 판도라 행성은 태초의 자연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곳에는 인간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는 대체 자원이 묻혀 있다. 영화의 전반을 관통하는 것은 판도라 행성의 아름다움과 생태계, 그리고 그 속에서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생명공동체의 모습이다. 영화 속 이야기는 이전 4~5세기 전 세계 대륙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이야기와 거의 흡사하고 자원개발과 관련해서는 지금의 상황과 비슷하다. 애니메이션 속의 전쟁은 문명화된 인간들이 추구하는 미래를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지구와의 소통을 위한 원주민의 전통제례나 소통의식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무의미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이 행위들은 영적으로 인간이 지구와 소통해온 행동들이기에 무의미하지 않다. 원주민의 지혜로운 삶의 방식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들은 자연과 우주의 구조 속에 친밀하게 참여하며 지금도 이 전통을 지키고 보존하려 애쓰고 있다. 원주민들의 여러 계절 축제, 제례들, 미래를 위한 말타기 여행, 부족들의 카누여행을 통해 우리가 사는 문명에 대해 반성하게 되고 이들의 지혜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자연과 우주가 하나가 된 원주민들의 지혜를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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