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문제,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전작권 전환문제,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엄상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14.11.12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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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 연기문제를 둘러싸고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런 논란은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정치사회 현상이다. 그렇다면 이런 논란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일반적으로 군(軍)통수권은 지휘권과 작전권으로 대별된다. 지휘권은 인사·작전·군수·정보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통수권을 의미한다. 자국군 지휘권은 자국의 원수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권한이다. 따라서 지휘권은 누구에게도 위임될 수 없다. 우리도 그렇다. 작전권은 임무수행을 위해 동원되는 부대에 대한 전략적·전술적 통제에 국한되는 통수권을 의미한다. 작전권은 다시 평시작전통제권(이하 평작권)과 전작권으로 구분된다. 평작권은 평시의 작전을, 전작권은 유사시의 작전을 통제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자국군 작전권도 자국의 원수가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작전권은 필요에 따라 특정인에게 위임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작권 논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이 이양된 배경과 전작권 전환문제의 논의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이승만 대통령은 ‘대전협정’을 통해 유엔군사령관(맥아더 장군)에게 한국군에 대한 평작권과 전작권을 모두 이양했다. 전쟁수행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한국군과 유엔군의 작전권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은 휴전 다음 해인 1954년 11월에 체결된 합의의사록을 통해 “유엔군사령부가 한국 방위를 위한 책임을 부담하는 동안 한국군을 유엔군사령부의 작전권 아래에 둔다”고 합의했다. 이런 합의에 따라 유엔군사령관이 휴전 이후에도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행사하게 되었다. 1978년 11월 한미연합사령부(CFC)가 창설되면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권이 유엔군사령부로부터 한미연합사령부로 이관되었다. 한국의 국력신장 및 한국군의 발전에 따라 평작권은 1994년 12월 한국군에 환수되었다. 그러나 전작권의 대부분은 여전히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고 있다. 제2작전사·특전사·수도방위사 등 일부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은 제외된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은 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하는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까지 모두 돌려받는 것을 의미한다.

  전작권 전환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집권기에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2005년 9월 한미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한국 측은 미국 측에 전작권 환수를 공식 제의했다. 이에 미국 측은 한국 측의 예상과는 달리 “한국 측이 전작권을 가져가려면 가져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수차례의 논의 끝에, 한미 양국은 2007년 2월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 2012년 4월에 전작권을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집권기인 2010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한국군의 준비 부족을 핵심 이유로 제시하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로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금년 10월 23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는 양국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시기를 재차 연기하여 2020년대 중반 경에 다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역시 한국군의 준비 부족이 핵심 이유로 제시되었다. 이것이 전작권 전환문제의 개략적 전말이다.

  전작권 전환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우리 정치사회는 커다란 홍역을 치른다. 전작권 조기 환수론자들은 ‘주권회복’을 핵심 논리로 강조한다. 자국군에 대한 작전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어야 완전한 주권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작권 행사를 통한 미국의 개입이 한국군, 한국외교, 남북한관계, 한미관계, 한중관계, 한일관계 등에서 한국의 상대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가정이 깔려 있다. 전작권 전환 연기론자들은 ‘안보공백’을 핵심 논리로 강조한다. 북한의 대남 안보위협, 특히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군의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작권 조기 전환 시 안보공백이 발생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안보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한국군이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 첨단 전투기 확보,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등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작권 전환에 따른 미국의 협력 약화로 한미연합지휘체계가 흔들리거나 한미동맹이 약화될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국가존립의 기초인
안보와 직결되는 전작권 전환문제
한국군의 철저한 준비 필요

  양측의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그러나 양측의 주장과 논리에 간과된 중요 측면이 있다.
첫째, 전쟁억제 우선의 시각에서 전작권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는 남북한이 보유한 군사력만으로도 이미 ‘군사력의 포화상태’ ‘공포의 균형상태’에 놓여 있다. 전쟁 재발시 남북한이 모두 공멸하거나 재기불능의 상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전쟁 승리의 의미가 상실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전쟁 승리를 위한 작전의 효율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전쟁 재발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작권 전환의 유용성과 한계도 이런 시각에서 먼저 따져 봐야 한다.

  둘째, 전작권 전환문제는 1차적으로 안보논리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자국군에 대한 전작권을 자국이 행사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오늘날 각종 무기의 발달과 안보위협 요인의 다양화로 인해 어느 나라도 자국의 군사력만으로는 완전한 안보를 보장하기 어렵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도 자국 방위를 위해 동맹국들과의 협력안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다시 말해, 미국도 협력안보에 따른 주권침해의 일부를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감수하는 주권침해의 정도와 한국이 감수하는 주권침해의 정도는 크게 다를 수 있다. 여하튼, 주권회복 차원에서 전작권 전환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부차적 문제이다. 전작권은 기본적으로 안보문제인 바 1차적으로는 안보논리를 우선하고 안보논리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전작권의 영향은 전시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작권은 기본적으로 유사시, 즉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만 행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쟁 발발 시 효과적 작전수행을 위해서는 평시에도 각종 군사훈련, 지휘체계, 무기체계, 정보체계 등을 전시에 맞게 준비·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한미연합사령관의 전작권 행사는 평시의 한국군 운용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문제 논의 시에는 이런 점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난 10월 24일 한미안보연례협의회의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가 국방부 앞에서 규탄 시위를 하고 있다. 출처/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환수론자든, 연기론자든 전작권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논란의 핵심은 ‘전환 시기’이고 전환 시기는 결국 ‘한국군의 준비’ 여하에 달려 있다. 2010년에도, 2014년에도 한국군의 준비 부족이 전작권 논란을 촉발시킨 결정적 요인이다. 따라서 전작권 논란이 또다시 재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군의 착실한 준비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 것도 한국군이고 두 차례에 걸쳐 전작권 전환 연기를 추진한 것도 한국군이다. 도대체 우리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하나? 연일 터져나오는 언론 보도가 말해주듯이 한국군은 각종 비리로 점철되어 있다. 한국군의 안타까운 자화상이다. 이런 한국군이라면 2020년대 중반에 가서도 ‘준비 부족’이라는 변명을 또 다시 늘어 놓으면서 전작권 전환 시기를 또 연기하자고 할 것이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 전작권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지 않으려면 한국군이 먼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전작권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싸잡아 평가’하는 태도도 적극 지양해야 한다. 내 주장은 무조건 옳고 상대방의 주장은 무조건 그르다는 식의 논리 전개는 전작권 전환문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작권 전환문제는 국가존립의 기초인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따라서 전작권 전환에 따른 포괄적 손익계산을 냉철하고 신중하게 따져본 다음에 주장을 개진해야 한다. 전작권 논란에 간과된 중요 측면도 잘 헤아리고 한국군의 철저한 준비가 차질 없이 이행되어 향후에는 전작권 전환문제를 둘러싼 소모적 논란이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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