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죄인이 되어버리는 씁쓸한 현실
워킹맘, 죄인이 되어버리는 씁쓸한 현실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4.11.25 22: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워킹맘의 부담 덜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해

  직장인들의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낸 tvN 드라마 <미생>에서 워킹맘으로 등장하는 선 차장은 이런 말을 한다.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일과 육아를 같이하긴 어려워. 워킹맘은 어디서나 죄인이지.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죄인이야.” 워킹맘들의 씁쓸한 현실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은 당신의 어머니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다. 워킹맘의 고된 생활과 애환을 들여다봤다.


 

 

 

워킹맘들은 경제활동뿐 아니라 육아와 가사일까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출처/동아일보
  가사노동부터 경제활동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13년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50.2%이고 맞벌이 비율은 42.9%이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들인 것이다. 이들은 가정과 직장생활 어느 하나에서도 죄인이 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1960년대 경제개발계획 이후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여성들의 사회 참여와 경제활동 참여는 증가했고 여성들은 좀 더 주체적이고 자율적으로 살아가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교육을 받기 시작한 것도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데 많은 양육비와 교육비가 필요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기 위해 엄마들도 밖으로 나가 경제활동에 참여하게 됐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이하 진 교수)는 “현재 점점 많은 여성들이 구직자나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여성의 높아진 사회적 지위, 어려워진 가정의 경제 상황, 증가하는 여성 일자리, 줄어드는 자녀수 등 여러가지 사회적 원인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증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일이 끝나도
  또 하나의 직장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만큼 가사나 육아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제약되면서 가정에서의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아이의 연령이 낮은 맞벌이 부부는 어린 아이를 신경 써 줄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제 겨우 4살인 딸을 둔 공무원 김 모(39) 씨는 “하루 중 아이들에게 신경을 써줄 수 있는 시간은 아이들을 유치원과 학교에 데려다 주는 아침이 유일하다. 막내딸은 유치원이 끝나면 시어머니가 돌봐주신다”며 “아직 어린데 다른 전업주부 엄마들처럼 신경을 써주지 못해 항상 미안하고 막내딸을 돌봐주시는 시어머니께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임신과 출산 때문에
  불이익 받기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증가하는 데도 워킹맘이 일과 가정의 양립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직장의 제도와 조직 분위기 때문이다. 두 아이의 엄마인 박 모(35) 씨는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 아무래도 업무에 공백기가 생기기 마련이다. 최대한 육아휴직 날짜를 짧게 쓴다고 해도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남자라는 이유로 한참 아래인 후배가 먼저 승진이 될 때는 실력을 가지고 평가되지 않는 것 같고 차별받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예전에는 워킹맘들이 고용상 차별에서 어려움을 느꼈다면 지금은 자신의 경력과 가정생활을 균형있게 관리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고용 그 자체에서의 가시적인 차별은 줄어들었지만 경력을 관리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구와 결혼, 출산, 육아에서 기대되는 여성들의 역할이 갈등 요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직장 상사와 동료들과의 갈등도 하나의 문제이다. 워킹맘은 업무 몰입도가 떨어지고 언제 회사를 그만둘지 모른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이다. 워킹맘 최 모(36) 씨는 “회사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육아휴직도 맘 편히 못 쓴다”며 “동료들은 한 사람이 휴직을 하면 자신의 업무가 늘어난다는 인식이 있어 임신이나 출산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워킹맘들은 과다한 업무, 만성적인 야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직업이 적성과 맞지 않거나 비정규직에 따른 부당한 대우 등의 이유로 고단한 생활을 보낸다.

  가사분담에 대해
  아직까지 미흡한 인식
  가사일이나 육아에 있어서 남편과의 불평등한 역할 분담과 남편의 도움 부족으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남성들은 밖에 나가 일을 하고 여성들은 집에서 가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워킹맘 박 모(35) 씨는 “남편이 육아를 많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것에 그친다”며 “남편은 가사와 육아가 부부가 함께해야 하는 일이 아닌 아내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배우자와 가사를 분담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시작되는 가사일과 육아는 퇴근 후에도 계속된다. 진 교수는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도 자신의 일을 가장의 일보다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며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가정 내 가사분담이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정부는 워킹맘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전후휴직이나 육아휴직, 배우자 출산휴가 등의 정책을 피고 있다. 또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하는 사업주에게 장려금을 지원하는 등의 대안책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이에 맞춰 몇몇 기업들은 워킹맘을 배려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3개월 동안 출산휴가를 사용하면 자동으로 3개월의 육아휴직을 줘 총 6개월 동안 아이를 돌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시차 출퇴근제’를 도입해 오전 7~10시, 오후 4~7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출퇴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불필요한 야근을 제한하기 위해 ‘강제 소등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회사가 워킹맘을 배려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하며 임원들과 상사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아직까지 워킹맘을 배려하는 문화가 부족하다. 진 교수는 “일과 가족 모두 사회가 지속가능하도록 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두 축이기 때문에 어느 한 축도 희생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위해서는 개인, 기업, 사회 모두의 인식이 바뀔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