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학술 -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노력
영화로 보는 학술 -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노력
  •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4.11.27 02: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영화 <한공주(Han Gong-ju, 2013)>  
  17살의 평범한 소녀 공주는 집단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이후 가해자들을 피해 전학을 가게 된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가해자의 부모들이 공주를 찾아온다. 탄원서에 공주의 사인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그들은 마치 공주가 가해자인 것처럼 공주를 몰아간다. 주변 사람들 역시 이런 공주를 감싸주기보다는 외면하기 바쁘다. 결국 공주는 사회 안에서 외톨이가 됐고 자살을 선택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성폭력 범죄의 희생자가 됐지만 어떠한 도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이 어떤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잇따라 제기됐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성폭력 범죄자의 처벌 강화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는 높아져만 갔다. 그에 비해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의 보호를 위한 대책 마련에는 과연 충분한 노력을 기울였는가 의문이다. 물론 범죄 피해자가 형사 절차에서 소외됐던 과거와 달리 1990년대 이후에는 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보호방안이 상당 부분 확립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조두순 사건’과 같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잔혹한 성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고 그러한 범죄 피해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됨에 따라 성폭력 범죄 피해자를 위한 보호 및 지원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성폭력 범죄의 현황
  우리나라의 강간(성폭력범) 발생수는 2003년 10,365건에서 2012년 21,346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10년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일반 여성들의 76.4%가 가벼운 추행을 당했으며 심한 추행은 23.7%, 성적 희롱은 48.6%, 음란전화는 46.3%, 강간미수는 14.1%, 어린이 성추행은 5.5%를 경험했다고 한다. 성폭력의 개념을 강간이나 강제추행 등 심각한 유형에 한정하지 않고 여성에게 심리적·정신적 불쾌감이나 불안·공포 등을 일으키게 한 모든 성적 행위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들은 크고 작은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존재하는 2차 피해
  성폭력 범죄에서의 2차 피해는 성폭력 피해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 이외에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의해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거나 피해자 스스로가 겪는 심리적 고통, 형사사법시스템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형사사법시스템이 피해자에게 가하는 추가적인 고통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성폭력 범죄는 일반적으로 은밀하게 행해지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중요한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피해자에 대한 조사 절차를 진행하면서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에 근거해 피해자에게도 성폭력 범죄의 발생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성폭력 범죄 피해자의 정신적·심리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피해자가 아동인 경우에는 형사절차상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방안이 충분히 수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진술이 진행되며 이를 통해 정신적·심리적 피해를 받게 되고 그 영향으로 진술이 번복될 위험도 발생하게 된다. 피해자 또는 피해자의 가족 등 밀접한 관계에 있는 자는 수사 과정과 재판 과정에서 참고인이나 증인으로 참여하면서 성폭력 범죄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진술해야 하기 때문에 또 한 번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수사 과정에서의 잦은 소환, 중복질문과 재판 과정에서의 출석 및 증언 등도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소위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주의 집단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형사는 핸드폰을 들이밀며 가해자가 모두 공주의 친구가 아니냐고 이야기한다. 공주는 경찰서에 있는 남학생들의 목소리에도 두려움을 느낀다.   출처/영화 <한공주> 캡쳐

  성폭행 피해 후 겪는 심리적인 고통
  성폭력 범죄는 형법상으로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이지만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장래의 삶을 무력하게 만드는 심각한 범죄이다. 실제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기분이 침체되고 우울증에 걸려 잠을 이루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정실질환을 겪으면서 알코올이나 약물복용, 자살기도 등의 자해행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폭력 범죄 피해자들은 남성 혐오증과 결혼의 기회 차단이나 제한 등 인간관계가 훼손됨으로써 사회적 후유증도 발생한다고 한다. 성폭력 범죄가 아동기에 발생하는 경우에는 범죄 피해 경험이 성인이 돼서도 지속적인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과정에서 모든 시기가 중요하지만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은 더욱 중요하다. 아동기는 신체적, 인성적 판단능력 등이 형성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의 폭력이나 범죄 피해는 다른 경험과 마찬가지로 이후의 삶과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동·청소년기에 범죄 피해를 입은 경우에는 크게 네 가지의 해로운 반응이 나타난다고 하는데 고립감, 무기력감, 절망감, 통제감의 상실 또는 무력감이 그것이다. 다양한 범죄 피해 중에서도 특히 아동기에 성폭력을 당한 경우에는 그 피해가 훨씬 심각하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성폭력 범죄가 발생한 경우에는 범죄 발생 직후뿐 아니라 장기간에 걸쳐 심리상담 및 치료지원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성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제도적 노력

  현재 우리나라에 있어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제도는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범죄피해자구조법 △범죄피해자보호법 △형사소송법 △형법 등 다양한 법률에 산재돼 있고 그 내용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2012년 12월에는 성폭력 범죄와 관련하여 형법,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일부 혹은 전면 개정됐다. 그동안 성폭력 범죄 관련 법률들의 개정 방향은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보안처분으로서의 신상공개제도, 취업제한제도, 전자발찌제도, 성충동약물치료제도 등의 도입 및 확대 시행이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보호·지원도 중요한 사회 정책으로 수립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최근의 성폭력 범죄 관련 개정 법률들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국선변호인제도, 진술조력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 수사 과정에서의 전문조사관제도, 신뢰관계 있는 자의 동석, 심리의 비공개, 영상녹화물의 증거 인정, 범죄 피해자 신변보호조치 등의 다양한 제도의 도입 및 확대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지원인 상담 및 치료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은 법률적 제도뿐만 아니라 피해에 대한 사후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이에 의료지원의 체계를 수립하여 피해자에게 적절한 치료지원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2,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주세린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주세린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2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