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북한인권,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인문한국 연구교수
  • 승인 2015.03.1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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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문제가 국내외적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상황이 전 분야에 걸쳐 심각하고 그에 대한 북한의 개선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반인도적 범죄들에 대한 책임자 규명 및 처벌 움직임까지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국제사회의 이런 대북 압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북한과 대화의 창을 열지 못해 북한인권정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인권문제와 그 실태
  북한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정치적 실체이자 분단의 일방이다. 따라서 북한인권문제는 기본적으로 북한체제 및 분단체제와 깊이 관련돼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북한사람의 인권 침해 및 개선에 관한 논의 일체를 말한다. 북한 내의 인권문제는 물론 북한 밖에 있는 주민들의 인권문제와 분단 및 전쟁으로 파생된 남북 간 인도적 문제들도 포함하는 용어이다. 정전체제 하의 군사적 대립이 북한주민은 물론 한반도 모든 거주민들의 평화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도 북한인권 논의에서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인권의 실효적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체제가 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북한인권은 주로 북한 내의 인권 침해와 그에 대한 북한정부의 책임에 관한 논의에 초점이 맞춰진다. 국제인권기구들이 내놓고 있는 보고서에서 북한주민들의 인권은 광범위하게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침해된다고 평가되고 있다. 정치범수용소, 사형, 종교 탄압 등과 같이 정치적 권리 침해와 함께 식량 및 의약품 부족, 교육 시설의 취약함 등 경제 사회문화적 권리도 크게 열악하다. 그리고 월남 및 탈북자 가족이나 ‘반동분자’ 가족은 심한 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실태 평가에 따라 국제사회는 북한인권 개선은 특정 방법을 통해 일시적으로 가능하기보다는 북한체제가 인권 친화적인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북한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와 국제사회의 건설적 관여가 동시에 요청된다. 인권 침해 현상의 중단을 위해서는 모니터링과 비판이 필요하며 취약한 인권 개선 역량과 조건 향상을 위해서는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협력
국제인권기구, 국가, 비정부기구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인권 개선을 향해 압박과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의 움직임은 지난 10여 년 동안 유엔에서 진행된 북한인권 결의로 수렴됐고 최근에 와서는 압박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4년 제25차 유엔 인권이사회(이하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 침해 책임자들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권고하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제출됐고, 이는 인권이사회와 제69차 유엔 총회(이하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에서 재확인됐다. 그 연장 선상에서 서울에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설치돼 추가 실태조사와 협력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앞으로 유엔 안팎에서는 반인도적 범죄의 책임자 처벌을 목표로 한 여론 조성과 로비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북한 인권 결의안은 작년 11월 18일 제69차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채택됐다.

  그럼에도 최근 유엔의 북한인권 결의가 압박 일변도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유엔 총회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에는 △남북한 대화가 북한의 인권 및 인도적 상황 개선에 기여 △북한이 국제사회와 인권 대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와의 기술협력,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대한 방북 초청 검토 의사를 환영 △정전체제 종식을 위한 관련국들 간 회담을 권고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 경제와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극심한 식량난을 계기로 형성된 북한과 국제지원기구들의 협력이 지속되는 것도 북한인권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다.

  이처럼 압박과 협력을 병행하고 있는 최근 국제사회의 북한인권 동향에 대해 북한정부는 압박에 대해서는 반발, 지원 및 협력에 대해서는 대화로 반응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개선 요구를 정치적 압박, 내정간섭이라고 주장하는 등 정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인권이사회, 유엔 총회에서의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을 ‘공화국에 대한 모략 책동’이라고 비난하고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활동에 협조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부었다. 반면에 북한은 자신이 가입해 있는 4개의 국제인권협약기구-자유권규약, 사회권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 아동권리협약과 유엔 모든 회원국들이 받고 있는 정례인권심사제도(UPR)에 응하고 있다. 북한은 작년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 저지 로비 과정에서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의 방북 초청 의사와 인권 대화, 기술협력에 응할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남한이 취해야 할 접근원칙과 정책 방향
  남한의 입장에서 북한인권문제는 △북한 내 인권 개선 △남북 간 인권협력 △인권친화적인 통일 준비 등 다각적인 의미가 있다. 그런데 정부와 정치권이 북한인권문제가 갖는 이런 의의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편협한 인식과 정치적 논쟁에 빠져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현재 인도적 지원을 통한 남북 간 신뢰 조성과 북한주민의 생존권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크게 미진하다. 그런 가운데 여당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기도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분단체제의 일방이 상대의 인권문제를 법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며 북한 내의 인권문제에 초점을 두고 반북 성향의 민간단체를 지원하겠다는 것은 법 제정의 실효성 문제와 함께 정치적 저의가 의심스럽다. 다만 남북 간 협력 하에 실질적 인권 개선의 가능성이 높을 경우에는 ‘남북인권협력법’을 제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이자 분단의 일방이다. 이런 이중적 정체성을 가진 남한이 북한인권문제를 접근할 때 취할 원칙을 생각해본 후에 정책 방향을 논의해보자. 접근원칙으로 첫째, 북한인권 개선의 주체는 북한이고 국제사회는 북한이 인권개선을 효과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감시와 촉진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둘째,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모든 논의와 접근을 북한의 인권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모아야 한다. 북한인권문제를 명분으로 갈등을 조장하거나 이를 다른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는 행태는 경계해야 한다. 셋째, 북한인권 개선에 나서는 각 행위자들은 상호보완적 관계에서 협력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우려에 발맞추는 한편, 북한과 대화와 협력에 나서 실질적 인권 개선과 남북관계 발전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남한의 북한인권정책 방향으로는 첫째,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남북협력과 국제협력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남한은 국제협력과 남북협력을 병행 추진해 인권 개선 채널을 확대하고 남북관계를 인권친화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이 국제협력에 치중하고 남북협력을 전개하지 못하는 것은 남한의 역할을 극대화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남북관계에도 유용하지 않다. 둘째, 북한인권정책을 다변화해 정책 실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북한 내의 자유권과 사회권, 남북 간 인도적 문제, 평화권에 각각 알맞은 정책수단을 개발하고 남북관계를 활용해 실질적 개선을 추구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부처 간 협력은 물론 국회와 역할을 분담하거나 전문가 집단의 식견과 민간단체의 경험을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한인권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정전체제와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광의의 북한인권문제의 뿌리는 분단과 전쟁에 있다. 남북 간 신뢰 형성, 지원과 대화는 남북관계 발전만이 아니라 남북 인권협력과 인권친화적인 통일준비에도 필수요건이다. 분단 극복과 평화 정착을 위해 다방면의 당국 간, 민간 교류와 협력을 보장해야 한다. 이런 방향 속에서 남한은 정부, 국회, 민간단체, 국가인권기구 등이 상호 역할분담 속에서 북한과 건설적인 협력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북한인권 개선은 상대가 있는 만큼 비판을 넘어 북한과 교류협력을 통해 추구할 과제이다. 그 출발이 상호 신뢰 조성과 인도적 문제 해결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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