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권리와 엿보기, 그 모호한 경계
알 권리와 엿보기, 그 모호한 경계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5.03.30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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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권리, 공익 여부에 따라 판단될 수 있어

  최근 연예 전문 온라인신문 디스패치가 대중들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연예인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디스패치의 보도가 알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연예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엿보기에 해당한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우리는 어느 선까지를 언론의 자유로 인정해줘야 하며 언론은 알 권리와 사생활 침해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 알아봤다.

  유명인의 사생활 침해, 당연한가
  지난 2013년 9월, 조선일보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식 의혹’ 기사를 보도했다. 그 후 고위 공직자의 사생활에 대한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결국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사퇴했고 이 논란은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로 이어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무리 고위 공직자라 하더라도 공적인 일과 상관없는 사생활을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비판했다.

  2014년 3월에는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의 열애 소식이 보도됐다. 이후 이와 관련된 사진과 동영상이 무단 유포되고 언론사들의 추측성 보도가 난무했다. 이에 김연아 측은 “근거 없는 소문으로 인해 당사자들의 명예가 훼손됐고 심각한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며 사생활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작년 말에는 ‘터키 유생’으로 인기를 끌었던 에네스 카야가 사생활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에네스 카야는 출연 중이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그러나 과잉 취재는 계속됐고 에네스 카야의 아내는 “사생활을 침해 당해 너무 힘들다. 낯선 사람들이 문을 두드리고 계속 집을 들여다보며 내 얼굴마저 공개돼 외출하기도 무섭다”고 호소했다. 에네스 카야 사건은 과도한 취재 열기에 죄 없는 일반인이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사례들의 공통점은 이들의 사생활이 언론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이미지에 심한 타격을 받거나 악플에 시달리고, 도덕성 문제로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생활 침해는 유명인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당연한 아픔인 걸까?

연예인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언론사들은 대중들의 '알 권리'를 들어 어느 정도의 사생활 침해는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 캡쳐/디스패치 홈페이지 메인


  상충하는 두 기본권, 무엇이 우선일까
  유명인의 사생활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이유 삼아 자신들의 보도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알 권리는 헌법 조항에 명시돼 있는 권리는 아니다. 이에 대해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이하 장 교수)는 “알 권리가 헌법에 명시된 것은 아니지만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알 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헌법소원의 판례를 살펴보면 헌법재판소에서는 알 권리를 헌법적으로 가치가 있는 기본권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판례는 알 권리가 표현의 자유와 표리일체이며 자유권적 성질과 청구권적 성질을 공유하고 있다고 본다. 또한 알 권리가 정보의 자유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헌법 제21조에 있는 언론 출판의 자유의 한 내용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판례도 있다.

  한편 헌법 제17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중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는 사생활을 공개 당하지 않을 권리와 함께 사적 사항의 공개나 명예, 신용 등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이처럼 두 가지 기본권은 상충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어느 기준에 맞춰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장 교수는 “법원이 알 권리로 인정할 때 사용하는 기준은 사생활 침해 내용이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 지이다”고 말했다.

  알 권리인가, 사생활 침해인가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는 중요한 기본권이다. 두 기본권은 어느 한 쪽이 보호받으면 다른 한 쪽이 침해되는 상반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두 기본권 간의 충돌은 비일비재하게 발생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285명 중 47.1%가 ‘고위공직자라도 사생활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면 44.8%가 ‘알 권리 차원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듯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사생활 보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공직자의 경우 그들이 세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들이므로 그들의 사생활을 국민들이 알 권리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연예인의 경우 그들이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므로 사생활이 어느 정도 공개돼도 괜찮다는 의견이 있다.

'사생활 보호'와 '알 권리'의 두 가지 기본권이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사생활 보도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다. 출처/모노리서치


  반면 진실을 밝혀낸다는 명목 아래 유명인들의 사생활이 무분별하게 침해된다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경우가 알 권리를 명목으로 언론이라는 거대한 집단에 의해 개인의 사생활이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사생활을 침해 당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주로 연예인이나 그 주변인들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그들의 사생활은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그들을 헐뜯고 깎아내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대중들의 열광이 낳은 사생활 침해
  일각에서는 유명인들을 언론 경쟁으로 인한 피해자라고 말한다. 언론사들의 특종에 대한 욕심이 좀 더 자극적인 기사를 쓰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결국 유명인들의 지나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언론의 과도한 사생활 침해를 단순히 언론사들의 보도 윤리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스캔들에 열광하는 대중들이 언론의 과도한 사생활 공개를 부추기는 면도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알 권리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스포츠인 등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의 사생활은 공적 영역과 관련 있는 부분도 있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도 있다. 이러한 부분을 잘 고려하며 엿보기 심리와 알 권리를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장 교수는 “개인적 호기심을 위해 타인의 사생활을 엿보거나 관여하는 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기준이 보다 명확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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