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봐요“
“음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봐요“
  • 류지형 기자
  • 승인 2015.03.30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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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수요일, 음식에 대해 거침없이 평을 하고 막힘없이 음식의 기원을 설명하는 남자가 있다. 바로 tvN의 예능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출연 중인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이하 황 맛 칼럼니스트)이다. 농민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는 동안 꾸준히 음식과 음식 문화를 탐구한 황 맛 칼럼니스트는 네이버캐스트의 ‘팔도식후경’과 네이버블로그 ‘악식가의 미식일기’를 통해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 맛 칼럼니스트인 황 맛 칼럼니스트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생의 전환점이 된 뉴저널리즘
  “고등학교 시절 국어 수업과 작문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은 항상 제게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 주셨어요. 그때 처음으로 ‘나에게 이런 재능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이때 처음으로 글을 쓰는 직업을 가져야겠다는 막연한 진로를 정했어요.” 선생님의 말 한 마디가 황 맛 칼럼니스트의 진로를 결정했다. 이 무렵 황 맛 칼럼니스트는 그의 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은 책 한 권을 보게 된다. “책에는 1970년대 당시 미국에서 유행했던 뉴저널리즘에 대한 설명이 쓰여 있었어요. 객관성에 집중했던 기존의 저널리즘과는 달리 ‘모든 글쓰기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뉴저널리즘이에요. 세상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들 중에 하나의 사건을 선택해 취재하는 것 자체가 주관적이라는 뜻이죠. 따라서 글을 쓰는 행위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면 주관성이 강조된 글쓰기를 해야 된다는 것이 뉴저널리즘의 생각이에요. 환상이죠(웃음).”

  대학 입시를 앞둔 그는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할 것인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물론 전공과 관련 없이 직업을 가지기 마련이지만 저에게는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선택이었어요. 그러던 중 저는 뉴저널리즘의 흐름이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문학과 저널이 서로 혼용되는 글쓰기가 유행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따라서 굳이 문학을 고집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널 안에서도 재밌는 글쓰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거든요.” 그는 198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한다. “대학에 들어가서 교수님께 뉴저널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꿈 깨! 우리나라 언론 환경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이야기야!’라고 말씀하셨어요. 우리나라처럼 조직을 강조하는 국가에서는 뉴저널리즘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셨던 거예요. 저는 현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꿈만 꿨던 거죠.”

  음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다
  대학을 졸업한 황 맛 칼럼니스트는 농민신문에 입사하게 된다. 당시 그는 농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농촌에 살아본 적도 없고 농사를 지어본 적도 없었어요. 농사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고 농민신문에 들어간 거죠. 처음에는 2년 정도만 있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편해서 13년 동안이나 눌러앉았어요(웃음).” 농민신문에 입사한 지 2년이 지날 무렵 그는 문득 음식에 대한 글쓰기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음식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주로 식당에 대한 평을 쓰는 게 전부였어요. 그러나 저는 ‘사람들이 왜 이런 음식을 먹는가’에 대해 사회적 관점에서 관찰하고자 했죠. 음식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이제까지의 음식 이야기와 많이 달랐죠. 당시 우리나라에서 이 영역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그에게 ‘맛 칼럼니스트’라는 명칭을 붙인 건 경향신문 기자였다. “경향신문에 글을 기고했는데 필자 명을 농민신문 기자라고 쓰기 어색하다며 맛 칼럼니스트라는 명칭을 붙여 줬어요. 처음 들었을 때는 어색했죠. 제가 하는 일과 맞지도 않았고요. 지금도 이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땅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아 지금까지 그대로 쓰고 있어요(웃음).”

  그는 마흔이 되던 해 농민신문을 그만두게 된다. “조직생활이 점점 지루해지더라고요. 편한 직장은 자칫하면 사람을 갉아먹죠. 늘 새로운 것을 찾고 관찰하는 것이 행복했기 때문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농민신문을 그만둔 후 생계 유지를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해야만 했다. “당시에는 음식과 관련된 글쓰기만 가지고는 돈을 벌 수가 없었어요. 생계 유지를 위해 지역 특산물을 홍보하는 마케팅 일과 식품회사의 농업 컨설팅 일을 했어요. 법인에 들어가서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돕기도 했고요. 그러나 음식에 대한 글쓰기는 한 번도 놓지 않았어요.”

  현장이 없는 저널리스트는 없어요

tvN에서 방송중인 미식 토크쇼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서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가 패널들에게 ‘출소 후 두부를 먹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0년, 사람들은 그의 글과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대중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황교익’이란 사람이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만은 않아요. 지금의 글을 쓰기 위해 오랫동안 머리를 싸매고 취재를 했죠. 농민신문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을 계속 돌아다녀야 했어요. 한여름에는 카메라 앞부분이 녹아내린 적도 있어요. 우리나라 식재료 생산현장을 가장 많이 가본 사람 중 한 명이 저 일거에요. 3년 동안의 흔적이 네이버캐스트 ‘팔도식후경’에 있어요.”

  황 맛 칼럼니스트는 음식 이야기를 하려면 식재료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식을 제대로 알려면 그 음식의 식재료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아는 게 먼저예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책도 읽어야 하고 현장에 가서 확인도 해야 하죠.” 그는 어떤 영역이든지 해당 영역의 전문가가 되려면 생산 현장에 있는 사람들과 토론이 가능할 정도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농민들과 대화를 나눌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현장 바닥에서 10년 이상은 굴러야 해요. 저는 입으로는 농사를 다 지었을껄요(웃음)? 현장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아온 결과죠. 물론 지금도 노력해야 해요. 매일 공부하고 관찰하고 꼬박꼬박 현장에 가야하죠. 이러한 노력없이는 남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밖에는 될 수 없어요.”

  음식만큼 정치적인 일은 없어요
  현재 그는 매주 수요일 tvN의 예능 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패널로 등장하고 있고 네이버블로그 ‘악식가의 미식일기’를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맛 칼럼을 쓴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를 미식가라고 이해해요. 흔히 미식가라고 하면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사람을 말하죠. 근데 저는 주어진 음식을 먹을 뿐이에요. 주어진 음식이 제 입맛에 맞지 않고 어색하더라도 먹어야 해요. 그래서 거친 음식을 마다하지 않고 먹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아 ‘악식가’라는 명칭을 의도적으로 붙였어요.” 그는 ‘악식가의 미식일기’가 대중매체에서는 하지 못하는 말을 토해내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대중매체에 쓰는 글은 제 생각을 담는데 한계가 있어요. 대중매체가 지니고 있는 정치성과 윤리성을 고려하면서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그는 20대 청년들에게 ‘나만의 분야를 개척하라’고 말했다. “남과 똑같은 것을 하려고 하지마세요. 저는 ‘1등’이라는 말이 ‘잘한다’, ‘뛰어나다’는 의미가 아니라 남과 다른 것을 먼저 했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생각을 수천 명의 사람들이 알아줘야만 하는 게 아니에요. 수십 명의 사람들만 알아줘도 ‘나’를 개발하는거예요. 나만의 분야를 개척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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