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학술 - 방사능 피폭의 정체와 대응
영화로 보는 학술 - 방사능 피폭의 정체와 대응
  •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승인 2015.04.1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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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영화 <클라우드 (The Cloud, 2006)>

  독일 프랑크푸르트 근교의 한 마을에서 갑자기 방사능 폭발 사고가 일어난다. 도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사람들은 방사능 비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마을을 떠나고자 한다. 그러나 주인공 한나는 동생을 잃은 충격으로 인해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고 혼자 마을에 남게 된다. 이후 그녀는 구조되지만 방사능 폭발 사고의 후유증으로 평생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면 전세계를 혼란에 빠트렸던 원전 사고는 무엇이 있으며 방사선 피폭은 사람에게 어떤 피해를 줄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우리나라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본산 농·수·축산물에 대한 거부감과 우리나라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되고 있다. 곧이어 불거진 원전 부품의 납품 비리도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30년이라는 짧지 않은 설계 수명을 다한 고리와 월성 등 노후 원전의 폐로 문제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혹시라도 원전에서 방사성 오염 물질이 새어 나와 우리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
  우리는 지난 70여 년 동안 여러 차례의 대규모 방사선 피폭을 경험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8월 6일과 9일에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에 투하된 원자탄이 그 시작이었다. 그 후 미국과 소련을 비롯한 핵폭탄 보유국들이 1980년까지 실시한 2천여 번의 원자탄 폭발 실험 중 적어도 500회는 대기 중에서 시행됐다. 비록 사람이 많이 살지 않은 오지나 태평양의 외딴 섬에서 이뤄졌지만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기 중 핵 실험에서 방출된 방사성 낙진으로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분명하게 가려내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았다. 1963년 미국, 영국, 소련이 조약을 체결하면서 대기 중 핵 실험에 의한 방사성 낙진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어들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도 대기 중으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수 있다. 1954년 구소련이 세계 최초로 오브닌스크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한 이후 지난 60여 년 동안 전 세계의 선진국들은 ‘꺼지지 않는 제3의 불’로 알려진 원전 건설에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 전 세계에는 430여 기의 원전이 운전 중이고 건설 중인 원전도 70여 기가 넘는다. 물론 원전에서도 다양한 이유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미리 마련해둔 정교한 안전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우리나라의 원전 고장에 의한 가동 중단은 대부분 그러한 경우에 해당된다. 그렇다고 원전에서 대형 사고가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았던 대형 원전 사고는 세 차례가 있었다.

  1979년 미국의 스리마일 아일랜드 원전에서 일어난 사고가 시작이었다. 새로 완공한 원전에서 작업자의 단순 실수로 인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냉각수가 외부로 누출됐다. 그러나 다행히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 심각한 원전 사고는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에서 일어났다. 흑연 냉각제를 사용하는 구형 원자로의 노심이 녹아버리는 대형 사고로 2만여 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30만 명 이상이 이주해야만 했다. 체르노빌은 지금도 사람이 살 수 없는 삭막한 곳으로 남아있다.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심각했다. 기록적인 규모의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해일이 원전을 덮치면서 원전의 냉각 펌프에 필요한 전원 공급이 끊어져 원자로가 녹아버렸다. 당시 상당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태평양으로 누출됐고 15만 명의 주민이 이주했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발생한 최초의 대형 사고였다.

출처/dongA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 공화국 수도 키예프시 남방 130km 지점에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팔했을 당시의 모습이다.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하는 방사선
  방사선은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방출되는 고에너지의 알파선(헬륨 원자핵), 베타선(전자) 그리고 감마선(전자기파)을 말한다. 자연에는 비교적 안정된 92종의 원소가 존재한다. 원소의 정체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모여서 만들어지는 원자핵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다고 자연의 모든 원소가 안정된 상태로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원자핵이 저절로 붕괴되면서 다른 원소의 원자핵으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런 현상은 19세기 말 빌헬름 뢴트겐, 앙투안 베크렐, 마리 퀴리 등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방사선은 불안정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원자핵이 붕괴되면서 방출되는 것이다.

  그런 방사선은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한다. 자연 상태의 토양에도 우라늄이나 라돈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있다. 대기 중에도 비록 적은 양이기는 하지만 탄소-13과 같은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 특히 비행기를 타고 극지방에 가까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우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우주선(線) 때문에 만들어지는 방사성 동위원소에 의한 방사선을 피할 수 없다.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물에 들어있는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소듐, 포타슘, 인 등의 원소 중에도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들어있다.

  방사선 물질의 양면성
  지구의 자연 상태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언제나 그런 자연 방사선에 노출돼 있고 우리 인간도 예외일 수가 없다. 방사선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방사선에 노출된 사실을 스스로 깨닫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방사선에 노출되기만 하면 당장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자연 상태의 방사선이 지구 생명체의 진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가 방사선을 의도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질병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X-선도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얻은 것이다. 1980년대부터 널리 활용되고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도 적지 않은 양의 방사선을 사용한다. 또한 방사선을 이용해서 암을 치료하는 기술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그렇다고 방사선이 우리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방사선은 에너지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에 들어있는 유전물질인 DNA를 파괴하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DNA를 구성하고 있는 안정한 원소들이 외부의 방사선에 의해 다른 원소로 변환되기도 하고 화학결합이 끊어져서 DNA에 저장된 유전 정보가 훼손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많은 양의 방사선에 노출된 사람은 백혈병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앓게 된다. 방사선 피폭에 의한 질병이 후손에게 전해지기도 한다. 난자나 정자와 같은 생식세포에 들어있는 DNA에 문제가 생기면 후손에게 심각한 유전병이 나타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은 방사선 피폭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물론 자연 상태의 방사능 피폭이나 진단·진료를 위한 의도적인 피폭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처럼 원자로에서 많은 양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대기 또는 수중으로 누출되는 경우에는 문제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 누출된 방사성 동위원소가 매우 넓은 범위로 확산될 수 있고 누출된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일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바람을 타고 날아가기도 하지만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수·축산물을 통해 확산될 수도 있다.

  지나친 두려움과 걱정 없애야 해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농·수·축산물을 수입해서 소비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오염 여부를 가려내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결국 정부를 믿는 수밖에 없다. 물론 정부도 소비자의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소비자의 합리적인 자세도 중요하다. 방사능 피폭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나 걱정은 괜한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현대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절대적 안전은 실현 불가능한 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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