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느 지역에서 왔니?
너는 어느 지역에서 왔니?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5.04.1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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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감정 조장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 높여야

 다른 지역은 밀어내고 자신의 지역만을 우선시하는 지역주의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정치권에는 지역주의에 호소해 표를 모으려는 정치인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SNS에서는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발언 등이 난무하다. 국민 통합을 방해하는 지역주의의 실태와 그 뿌리를 알아봤다.


 

 

1971년 제7대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은 박정희 후보와 김대중 후보는 지역주의를 조장해 지역민들의 표를 모으려 했다. 출처 / 중앙일보

 

  “우리 지역이 우선”
  여전한 지역주의

  두 달 전 이완구 총리 후보 청문회에서 이 후보의 증인으로 나온 강희철 충청향우회 명예회장의 발언이 논란을 빚었다. 당시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의 투기 의혹을 밝히기 위해 강 회장에게 질문을 쏟아냈는데 이에 강 회장은 “충청에서 총리 후보가 나오는데 호남분이 계속 질문하잖아요”라고 받아쳤다. 야당 의원들이 지역주의에서 비롯된 발언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자 강 회장은 “보니까 다 호남분 같은데”라고 말하며 자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충청 출신 총리를 호남 출신 정치인들이 막고 있다는 내용의 발언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지역주의 사고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개통한 호남선 KTX도 개통 전 지역 간의 이해 다툼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레일이 호남선 KTX를 서대전역에서 경유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자 충북·호남과 대전·충남으로 편이 갈린 것이다. 호남 지역민들은 호남선 KTX가 서대전역에서 경유할 경우 서울-광주 간의 운행 거리와 시간이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를 했다. 반면 대전·충남은 호남선 KTX가 서대전역을 경유하지 않는다면 충청권의 교통이 소외되고 지역민들이 이동에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지역을 헐뜯는 발언이 오가기도 했다. 국가 전체와 국민 다수를 고려하기보다는 자기 지역의 이해만을 고집하는 행동이 이번 논란에서도 드러났다.
 
  지역주의의 역사는 언제부터일까
  영남과 호남, 최근에는 충청까지. 단순한 경쟁의식을 넘어 서로의 지역을 깎아내리려는 지역주의는 언제부터 등장하게 된 것일까. 근현대 이후 정치인들은 정치적 기반을 모으기 위해 지역주의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양상이 처음 나타난 것은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였다. 영남의 박정희 후보와 호남의 김대중 후보가 격돌한 당시 선거에서 두 후보는 지역주의에 호소하며 지역민의 표를 모으려고 했다. 김대중 후보 측은 소위 ‘호남 소외론’을 내세워 당시 발전이 더디던 호남 지역의 감정적 호응을 이끌어 냈다. 박정희 후보 측은 ‘신라 대통령론’을 비롯해 호남에서 영남 물품 불매 운동이 발생했다는 내용의 허위전단을 뿌려 영남지역의 강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 선거는 영·호남 지역갈등을 부추긴 최초의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민주화 이후 1987년?제13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지역주의 투표행태는 계속됐다. 선거를 앞두고 지역민의 지지를 동원하기 위해 행해진 정치인들의 지역주의적 호소는 영남과 호남 간에 시작된 지역감정을 경북과 경남, 전라와 충청으로까지 확대시켰다. 그 결과 이 선거에서 대구·경북은 노태우를, 부산·경남은 김영삼을, 광주·전라는 김대중을, 대전·충청은 김종필을 뽑는 몰표 현상이 나타났다.

2012년 제19대 총선 지역별 당선 현황은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 동아일보

 

 

  또다시 부활한
  젊은 세대들의 지역주의
  정치인들의 지역주의 조장에 국민들이 휩쓸렸던 이유는 무엇일까.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이지호 연구원(이하 이 연구원)은 “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다른?지역 사람들이?싫어서?동향?출신의 후보와 그들이?이끄는 정당을 지지하는?것이 아니라 출신?지역에?대한?애착심으로 그들을 뽑는다”며?“여기에는?출신 지역 사람들이?정치적으로?잘되면?출신 지역과 지역민들이?발전할?수?있다는?이익 추구적?사고가?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이 조장한 지역주의의 파급력은 예상보다 컸다. 같은 지역 출신 후보자에게 표를 던지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까지 점차 지역주의적 사고가 확산됐다. 실제로 영화 <위험한 상견례>의 줄거리처럼 전라도 청년과 경상도 여인의 결혼을 집안이 반대하기도 했고 직장에서는 은연중에 특정 지역 출신의 채용을 배제하는 경우가 있기도 했다.

  한편 최근에는 SNS를 통해 지역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몇몇 젊은 세대들은 기성세대보다 지역주의의 영향을 덜 받았으면서도 SNS 속 유행을 좇아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지역 차별 발언을 내뱉고 있다.?지역감정이 SNS를 통해 증폭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인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에게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지역주의 완화될 수 있어
  지역주의가 일부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역주의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불기도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맹목적인 성격에서 실리적인 모습으로 점차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같은 지역 출신 정치인을 향한 무조건적인 지지가 지역 이익을 대표할 수 있는 정당에 대한 지지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이후 호남지역에서 무소속 당선이나 제3당 후보의 당선이 자주 나타났고 대구와 부산지역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의 약진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사회집단별로 살펴보면 영·호남 지역의 상류층과 보수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지역주의가 작동되고 있긴 하지만 젊은 세대와 고학력층, 그리고 중산층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역주의 투표행태가 완화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지역주의는 망국병이라 불리며 국민통합의 큰 장애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역주의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이 연구원은 “지역주의 조장 행태를 비판하고 경고하는 등의 의식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역주의의 영향을 덜 받은 젊은 세대들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행태에 대해 더욱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면 새로운 정치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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