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 라이프]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
[無 라이프]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고 살 수 있을까?
  • 최한나 기자
  • 승인 2015.05.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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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먹던 인스턴트식품 섭취량을 0으로 줄이다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이 사라진 지 오래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쌀 소비량은 두 공기가 채 안 된다고 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밥을 챙겨 먹을 시간이 없기도 하고 사람들이 인스턴트식품의 자극적인 맛과 편리함에 길들여져 버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스턴트식품을 하루라도 먹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을 정도로 인스턴트식품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기자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 동안 인스턴트식품을 먹지 않고 살아봤다.


  많은 사람들이 현대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편리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이러한 편리함이 우리에게 독으로 다가와 개인의 건강을 망치고 환경을 훼손하는 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기자들은 며칠 동안 현대인들의 필수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고 살아보기로 했다. 과연 기자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스턴트식품 없인 못살아!
  [하루 전 / 4월 26일]

  인스턴트식품은 보통 쉽게 조리할 수 있고 보존이 간단한 식품을 말한다. 하지만 어떤 음식까지를 인스턴트식품으로 봐야 할 지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기자는 인스턴트식품의 기준을 스스로 정해봤다. 일반적으로 인스턴트식품이라 불리는 통조림과 냉동식품뿐만 아니라 배달음식과 편의점음식, 패스트푸드까지를 인스턴트식품 항목에 포함하기로 했다.

  기자는 인스턴트식품과 작별하기 전에 그동안 기자가 얼마나 인스턴트식품과 친하게 지냈는지 알아봤다. 기자가 3일 동안 먹은 인스턴트식품을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심각했다. 3일에 걸쳐 컵라면 3개, 삼각 김밥 3개, 햄버거 1개, 햄 통조림 1개, 참치 캔 1개, 음료수 4병, 아이스크림 2개, 치킨 1마리를 먹었고 시험기간이라 밤을 샌다며 인스턴트커피를 하루에 3잔씩 마신 날도 있었다. 기자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 외부기숙사에 살면서 거의 매일 인스턴트식품을 사 먹고 있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인스턴트식품 의존량을 보니 3일 동안 잘 버텨낼 수 있을 지 걱정이 됐다.

 

  마냥 불편하지만은 않은 하루
  [첫째 날 / 4월 27일]
 
  첫째 날엔 가벼운 마음으로 등교를 했다. 월요일은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이라 아침을 먹지 못하고 출발했다. 평소였다면 수업에 들어가기 전 음료수를 사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날 기자의 손에는 음료수가 아닌 군것질을 대신하기 위해서 사두었던 사과가 들려있었다. 이렇게 인스턴트식품 없는 하루의 첫 출발은 사과향만큼이나 상큼했다. 하지만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 인스턴트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찾기 어려웠다. 결국 이날 기자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 배고픈 배를 움켜쥐며 기자는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할 일이 생기면 미리 도시락을 쌀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런 어려움은 저녁에도 계속됐다. 첫째 날 저녁, 기자는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있었다. 원래는 치맥을 먹기로 했으나 기자가 “‘인스턴트식품 먹지 않기’ 체험을 하고 있어서 오늘은 치킨을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하자 친구는 “그러면 인스턴트식품이 아닌 것을 찾아서 같이 먹자”며 흔쾌히 치킨을 포기해줬다. 친구의 배려 덕분에 치킨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인스턴트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식당을 찾기는 역시 어려웠다. 식당을 찾아 헤매다가 결국엔 친구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취방에서 직접 요리를 해 먹게 됐다. 자취생인 친구는 인스턴트식품에 최적화된 삶을 살고 있었다. 친구의 자취방에는 라면 등 많은 인스턴트식품들이 가득했으며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밥과 국, 반찬 등 모든 요리가 가능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친구와 함께 인스턴트식품이 아닌 걸 먹으려고 고민하다 ‘햄을 넣지 않은 김치볶음밥’을 만들기로 하고 주변 마트에 가서 양파, 감자 등을 샀다. 직접 요리를 할 생각을 하면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음식이 완성되니 요리는 생각보다 쉬웠다. 친구는 “평소에 혼자서 밥을 해 먹는 게 번거롭고 귀찮았는데 이렇게 요리를 해보니까 생각보다 맛있고 재미도 있다”며 “완전히 인스턴트식품을 안 먹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최대한 줄이고 직접 음식을 해 먹어보겠다”고 말했다.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하니 여유가 생기다
  [둘째 날 / 4월 28일]

  첫 수업이 1시 30분에 있는 화요일, 평소였다면 오전 10시가 넘어서 일어나지만 기자는 밥을 직접 차려 먹기 위해 평소보다 2시간 정도 일찍 일어났다. 아침잠이 많다 보니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고 귀찮았지만 어제 게으름을 피우다 점심을 먹지 못했던 것이 떠올라 이불을 박차고 나왔다.
 
  평소 목요일에는 밥을 먹지 않은 채 학교에 가서 시간이 날 때 음식이나 군것질거리를 사 먹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놓치기 일쑤였고 배가 고파서 수업 중간중간에 편의점음식을 먹기도 하고 저녁이 돼서야 하루의 첫 끼를 먹는 날도 있었다.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으니 허기가 져 야식까지 먹곤 했다. 밥을 집에서 먹고 나가려 하니 일찍 일어나게 됐으며 제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점심을 먹을 수도 있었다.

  그전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날에 가끔 밥을 해 먹기도 했다. 반찬으로는 주로 햄 통조림이나 참치 캔 같은 가공식품, 즉석요리 식품을 많이 먹곤 했다. 이날은 인스턴트식품에서 벗어난 식사를 하려다 보니 집에 재료가 없어서 난감했다. 급한 대로 기자의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만들었다. 이 날 기자의 점심은 본가에서 가져온 김치와 달걀 후라이었다. 든든한 배를 안고 등교를 하며 오늘 저녁부터는 장을 봐 좀 더 풍성한 식사를 해야겠다는 다짐했다.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일어난 덕에 밥을 먹고도 천천히 걸으며 여유롭게 등교를 할 수 있었다. 수유역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릴 때도 혹시나 지각하지 않을까 초조해 하던 기자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집에서 밥을 먹고 나오니 학교에서 군것질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고 쉬는시간이 되면 급하게 편의점에 달려가 입에 쑤셔 넣던 삼각 김밥 대신 15분의 여유가 생겼다. 이렇게 이틀 간의 인스턴트식품 없는 생활은 나에게 여유롭게 사는 법을 가르쳐줬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셋째 날 / 4월 29일]

  오늘은 도시락을 싸는 날이다. 평소에는 학교에서 라면이나 학식 등을 먹곤 한다. 인스턴트식품 없는 도시락을 싸기 위해 반찬을 구성하고 장을 보면서 그동안 기자가 얼마나 인스턴트식품에 많이 의존해 왔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완성된 기자의 도시락 메뉴는 계란말이와 두부 부침, 김치였다. 처음으로 싸본 도시락의 그럴듯한 비쥬얼에 마음이 뿌듯했다. 도시락을 싸고 남은 반찬에 밥을 먹은 뒤 부지런히 학교로 출발했다. 언제나 도시락은 사람을 들뜨게 한다.

  이날 점심은 우리대학 인문대 편의점 앞 식탁에서 먹었다. 인문대 편의점 앞에 앉으니 라면이나 삼각 김밥, 편의점 도시락 등을 먹는 학우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직접 싼 도시락을 먹는 학우들은 거의 없는 듯했다. 약간의 이질감을 느꼈지만 이내 기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 열심히 준비한 도시락을 소중히 꺼냈다. 강하게 퍼지는 자극적인 라면 냄새 속에서 소박한 기자의 도시락을 먹으니 몸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적게라도 인스턴트식품을 섭취하는 사람은 인스턴트식품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보다 위암에 걸릴 확률이 4.4배나 높다고 한다. 또한 인스턴트식품은 영양 불균형을 초래해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인스턴트식품이 편리함을 앞세워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인스턴트식품을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기자 역시 혼자 살게 되면서 점점 인스턴트식품을 선호하게 됐고 이젠 인스턴트식품이 없으면 불편함을 느끼기까지 한다. 얼마나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진 모습인가. 이뿐만 아니라 기자는 평소에 군것질이나 야식까지 먹으며 3일 동안 3만 원 정도의 식비를 썼다. 하지만 이 체험을 하는 3일 동안 기자가 쓴 식비는 총 1만 6천 원 정도로 평소와 비교했을 때 절반 정도의 식비를 사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자는 3일 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집에서 밥을 먹거나 도시락을 싸기 위해 좀 더 일찍 일어나게 됐고 학교에 가는 걸음걸이에, 기자의 대학생활에 여유가 생겼다.

  이것이 바로 밥심이었다. 건강을 위해서 또는 삶의 여유를 위해서 입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은 꽤 해볼 만한 생활이라고 느꼈다. 만약 당신이 따듯한 밥의 힘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면 오늘 먹으려고 했던 라면 대신 집밥 한 공기를 먹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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