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 노우 김치?
두 유 노우 김치?
  • 이원영 기자
  • 승인 2015.05.18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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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랑 확인 전, 외국인에 대한 이해 필요

  두 유 노우 김치?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두 유 노우 지성박? 유명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찾으면 취재진들은 ‘두 유 노우(Do you know)’ 하고 한국을 잘 알고 있는지 묻는다. 한류 홍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외국인들에게 비빔밥을 소개하는 광고는 비빔밥을 알고 있는지 묻는 것을 시작으로 비빔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연 이러한 물음이 외국인들의 흥미를 유발할까? ‘두 유 노우’라는 질문이 사실은 우리를 위한 질문은 아니었을까?


  외국인의 한국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언론과 대중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창 열풍이었을 때, 우리나라를 방문한 유명 외국인들은 마치 통과의례처럼 싸이의 말춤을 췄다.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이라는 우리나라 취재진들의 공식 질문에 유명 외국인들은 말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강남스타일뿐만 아니라 김치, 박지성, 김연아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양한 이름들이 ‘두 유 노우’라는 물음 뒤에 적용됐다.

  유명 외국인과의 인터뷰에는 항상 한국에 온 소감, 한국에 대한 인상, 좋아하는 한국음식 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취재진들은 그가 한국에 대해 얼마나 호감을 느끼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한다. 이러한 질문을 했을 때 유명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면 그에게는 ‘한국과 사랑에 빠진 스타’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또한 신문과 방송은 유명 외국인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어떠한 내용보다도 그의 한국 사랑이 드러나는 부분을 부각한다. 인터뷰를 보는 대중들이 그의 일상보다는 그가 얼마나 한국에 관심이 있고 한국을 사랑해주는지에 대해 더욱 호기심을 갖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이 만든 '외국인이 한국에서 입으면 좋은 티셔츠'라는 제목의 합성사진이 '두 유 노우' 질문에 피로감을 느끼던 많은 누리꾼들에게 공감을 샀다. 출처/트위터

  궁금한 외국인들의 평가
  ‘두 유 노우’ 질문에 피로감 증가
  최근 TV에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들은 유창한 한국어와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사랑하는 모습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대중들은 우리나라를 사랑해주는 외국인들을 보며 호감과 친근감을 느낀다. 또한 외국인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칭찬하거나 이들로부터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확인할 때 은근한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는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늘 궁금해 한다. 우리나라에서 외국과 관련된 이슈가 발생했을 때 연관 검색어에 ‘현지 반응’, ‘해외 반응’이 함께 뜨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최근에는 국내의 뉴스에 대한 해외 네티즌들의 반응과 댓글을 번역해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개소문닷컴’이다. 이 사이트의 운영자는 “누구나 남의 얘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 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며 “한국인들은 국가에 대한 귀속력이 강해 ‘외국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을 자연스럽게 ‘외국에서 바라보는 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립 의도를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국의 반응에 의존하거나 외국인에게 엎드려 절을 받으려는 한국인들의 태도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유명 외국인들의 내한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두 유 노우 김치?’, ‘두 유 노우 강남스타일?’ 같은 질문은 제발 하지 말아 달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이러한 반응 속에서 ‘외국인이 한국에서 입으면 좋은 티셔츠’라는 제목의 합성사진 한 장이 큰 공감을 사기도 했다. 외국인 남녀 두 명이 입고 있는 이 티셔츠에는 ‘나는 싸이, 강남스타일, 독도, 김치, 박지성, 김연아를 알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재작년 뉴욕 타임스에 'BULGOGI(불고기)?'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이 광고는 미지근한 반응을 받았다. 출처/허핑턴 포스트

  한류 홍보에서도
  ‘두 유 노우?’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 정부는 해외에 한국의 문화나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해외 주요 일간지의 지면, 뉴욕 타임스퀘어의 전광판,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재작년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에 ‘BULGOGI(불고기)?’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광고 하나가 논란이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가 등장하는 이 광고에서 추 선수는 젓가락으로 불고기를 들어 올리며 “제 트레이닝 비법이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불고기입니다. 가까운 한식당에서 드셔보세요. 맛있어요!”라고 말한다. 이 광고는 국내 언론을 통해 성공적인 한류 홍보 사례로 전달됐지만 정작 광고를 본 미국인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유명 스포츠 매체인 SPORTS ILLUSTRATED,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NPR, 광고 전문 잡지 ADWEEK는 이 광고에 대해 ‘이상한 광고’라며 혹평했다. 이 불고기 광고뿐만 아니라 다른 한식 홍보 광고도 ‘두 유 노우’라고 질문하는 방식으로 ‘KIMCHI(김치)?’ , ‘MAKGEOLLI(막걸리)?’, ‘BIBIMBAP(비빔밥)?’을 묻고 있다. 이에 대해 외국인들은 ‘한국 문화 광고는 모르는 것을 가르쳐주겠다는 식으로 구성됐다’, ‘다짜고짜 물어보는 한국의 광고가 외국인들에게는 다소 거만하게 느껴진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문화와 국가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는 분명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두 유 노우’라고 물으며 무조건 한 번 먹어보라는 식의 접근방법은 외국인들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질문이 한국이라는 국가에 부담을 갖게 하는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의 어떠한 나라라도 자국에 대한 세계인의 평가를 의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외국인의 관심은 고려하지 않고 자국에 대한 일방적인 관심만을 바라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 진정으로 우리를 확인받고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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