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힘, 내면
또 하나의 힘, 내면
  • 김유빈 수습기자, 윤지연 수습기자, 정혜원 수습기자
  • 승인 2015.05.18 2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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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와 함께한 '제15회 작가와의 대화'

  지난 12일 오후 6시, 본지는 <또 하나의 힘, 내면>이라는 주제로 김진명 작가와 함께하는 ‘제15회 작가와의 대화’를 개최했다. 박진감 넘치는 소설을 통해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김진명 작가는 강연 내내 열정적인 모습으로 학우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자기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외면의 힘
  안녕하세요. 김진명입니다. 제가 이번 강연에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내면의 힘’입니다. 이 내면의 힘은 여러분들처럼 젊은 시절에만 얻을 수 있는 힘이죠. 내면의 힘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이와 반대되는 개념인 ‘외면의 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다수는 어린 시절부터 원하든 원치 않든 생존 경쟁에 휩쓸리는 환경에 놓이게 되죠. 공부, 운동, 외모, 권력, 지위 등 많은 요소들에 의해 순서가 매겨지고 이를 바탕으로 질서가 잡힙니다. 이러한 순서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힘을 갖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힘은 사회적으로 행복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인생의 성패를 가르는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힘을 얻으려 질주하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이 힘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어요. 이 외면의 힘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얻은 힘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을 잃게 하죠. 단적으로 막강한 외면의 힘을 가진 재벌 총수나 부패한 검사가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힘을 지니기 위해 비인격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외면의 힘만을 쫓아서 자신을 망가뜨리는 삶을 살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점점 더 견고해지고 강해지는 내면의 힘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은 내면의 힘입니다. 내면의 힘은 정말 이상하게도 외면의 힘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내면의 힘은 가지면 가질수록 점점 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러한 자신감은 그 누구와 비교해도 자신을 더 뚜렷하게 만듭니다. 설령 비교의 대상이 엄청난 권력자여도 말이죠.

  그렇다면 이 내면의 힘은 누가 가지게 될까요? 석가, 예수 그리스도, 마호메트와 같은 성인(聖人)들만 이 힘을 가지게 될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평범한 사람들 중에도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수 존재합니다. 평범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내면의 힘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정직해지는 것입니다. 거짓말하지 않고 정직하게 사는 과정에서 우리의 내면의 힘은 강해집니다.

  외면의 힘과 내면의 힘의 조화
  물론 ‘성인(聖人)이 아닌 우리가 외면의 힘을 아예 배제하고 살 수 있는가?’,  ‘20대인 우리가 외면을 배제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말하는 내면의 힘은 ‘외면을 거부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외면의 세계 속에 살면서 또 다른 세계를 가지자는 얘기입니다. 외면의 힘을 얻기 위해 경쟁하며 나아가는 것 또한 존중돼야 해요. 하지만 외면의 힘만 쫓아가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을 잃게 됩니다. 극단적으로 인간의 일상을 다 거부하고 내면의 삶을 살겠다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보통 사람이 이런 삶을 살기는 어려울뿐더러 설령 그렇게 살려고 해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 사람입니다.

  따라서 저는 여러분께 현재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좋은 세 가지 길을 제시해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내면 세계를 가지고 사는 것, 둘째는 나를 포기하고 남을 위해 사는 것, 그리고 마지막은 최고의 지식을 가지는 것입니다.

  외면적 시각과 내면적 시각은 같은 사안을 바라보더라도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경쟁하며 외면 쪽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세상엔 그런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고 빨리 성공해서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생각 또한 꿈일 수 있지만 반대로 ‘나는 올라가지 않겠다’는 생각 역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대부분 전자의 길보다는 후자의 길을 밝혀 왔습니다. 대한민국 인구 5천 7백만 명 중 내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를 고민하기보다 내가 저 5천 7백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어렵겠지만 한 번 발을 딛기 시작하면 여러분들도 내면의 세계를 가지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힘쓰다
 
우리는 어느샌가 ‘착하다’ 보다 ‘예쁘다’라는 말을 들을 때 더 기분이 좋아지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위나 외모 등 외면의 모습만 가꾸는  ‘껍데기 인생’을 살게 되면 자신보다 더 나은 외면을 가진 사람과 계속 비교당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나 좌절감 같은 감정은 결국 자신을 위축시킬 뿐이죠. 우리는 여기서 ‘내면의 힘’을 기르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깨달아야 합니다.
 
  제가 여러분과 비슷한 나이였을 때는 유행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겉모습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 못마땅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당시 유행하던 옷은 전혀 사지 않고 아버지가 30년 전에 입으시던 옷을 걸치고 다녔죠. 비가 올 때는 어머니가 쓰시던 낡은 양산을 우산으로 쓰고 다녔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보더군요. 하지만 그런 주변의 시선에도 휘둘리지 않는 강인한 내면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면의 힘을 의식하기 시작할 때 우리의 내면은 견고해지고 자신만의 세상을 설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로써 누군가와 견줘지고 비교당하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되는 것이죠.

  여러분은 밥을 굶어본 적이 있습니까? 저는 좋은 음식을 탐낸다는 것은 돈을 탐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돈이 없으면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지 못하죠. 그래서 저는 돈이 없는 삶에 대비하기 위해 밥을 굶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끼를 굶으면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두 끼, 세 끼를 거쳐 다섯 끼 이상을 굶으면 오히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는 대학생 시절 다섯 끼에서 일곱 끼 정도를 굶고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이와 같은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처럼 젊었을 때만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여러분은 스스로 가지고 있는 내면의 힘을 느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면의 세계에 존재하는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자각과 동정심, 그리고 세상을 사는 진지한 고민이 없는 사람이 특정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갑자기 내면의 힘이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오로지 돈, 성공만 생각하는 사람이 권력과 지위를 지니게 된다고 해서 ‘이제 공자, 맹자, 소크라테스를 공부해 인격을 수양하자’라고 마음먹는 것은 아니거든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알렉산더 대왕이 20만 군사를 이끌고 행군을 하던 중 그의 앞에 헐벗은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그 노인에게 무엇을 원하냐고 물었죠. 좋은 직장, 명예와 같은 것을 대답할 줄 알았던 우리의 예상과 달리 노인은 ‘태양을 가리지 마시오’라고 답했습니다. 노인은 세계를 정복할 정도로 외면의 힘이 강했던 알렉산더 대왕을 두려워하지 않은 것이죠. 왜냐하면 그에게는 외면의 힘에도 굴하지 않을 만큼 강한 내면의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무의미한 껍데기의 삶에서 벗어나 진지하게 자신과 대면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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