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돋보기] 스크린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
[이슈 돋보기] 스크린을 훔치는 완벽한 방법
  • 공가은 수습기자, 박소영 수습기자
  • 승인 2015.05.18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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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한국영화 흥행 순위를 보면 실제로 대기업이 배급한 영화의 스크린 독점은 곧 흥행과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출처/MBC
 

   최근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들을 다룬 영화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누적 관객 수 9백 만 명을 돌파하며 천만 관객 동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렇게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화려한 액션과 장대한 스케일, 그리고 국내 마니아층의 증가 등 다양한 이유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영화의 흥행이 작품성보다는 힘 있는 대형 배급사의 스크린 독점 덕이라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에 전체 스크린의 80%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이는 당시 누적 관객 수 2위를 기록하던 <장수상회>가 차지한 스크린의 수보다 약 5배 정도 많다.

  가까운 영화관에 가보면 CJ E&M,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대기업 제작사가 배급한 영화들이 스크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제작사들은 영화 제작은 물론, 투자·배급·상영까지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 제작사가 만든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상영관 측은 “관객의 반응을 중심으로 상영할 영화들의 스크린 수, 상영시간을 조절한다”고 주장하며 그들의 스크린 독점 행위를 부인했지만 실제로 대기업의 영향을 받지 않은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소 제작사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작년 12월 관객들의 높은 호평을 받았으나 개봉 첫째 주부터 정상 수준에 못 미치는 스크린을 확보했다. 심지어 개봉 둘째 주부터는 주로 조조 시간대와 심야 시간대에 상영시간을 배정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CJ CGV와 롯데시네마 같은 대기업 상영관 업체들은 같은 시기에 상영된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더 많은 스크린을 배정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전에 개봉했던 <돈의 맛>, <광해> 등과 같은 자사 배급 영화는 좌석 점유율이 점점 낮아짐에도 불구하고 종영이나 스크린 수의 축소 없이 넉 달간 상영을 했다. 이렇듯 상영관들은 겉으로는 관객의 수요로 스크린 수와 상영시간을 편성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자사 배급 영화들을 주로 편성해 영화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기업 제작사들의 독점적인 영화 제작·배급·상영은 독립영화와 예술영화, 중소 제작사 영화들의 설 자리를 잃게 해 영화의 다양성을 사라지게 한다. 이에 따라 관객들은 작품성이 있거나 취향에 맞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영화 산업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의 경우 1948년에 ‘파라마운트 판결’을 통해 이러한 스크린 독점 문제를 해결했다. 이는 스크린 독점을 일삼던 메이저 스튜디오들에게 극장 매각을 명해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의 붕괴를 촉발시킨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현재 미국은 영화 규모나 제작사에 상관없이 모든 영화들이 전체 스크린 수 대비 10% 이하의 스크린을 배급받아서 첫 상영을 시작한다. 그 후 점차적으로 상영 스크린을 넓혀가며 영화 상영이 이뤄졌다.

  프랑스의 경우 특정 영화가 매진을 기록해도 이 영화는 한 극장 안에서 두 개 이상의 스크린을 차지할 수 없다. 또한 스크린의 30% 이상을 특정 영화가 독점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스크린 독과점 해결에 대한 문제 제기만 이뤄질 뿐 마땅한 해결책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영화 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스크린 독과점은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영화를 단지 산업이 아닌 문화의 일부로 인정하는 시각이 필요하며 영화의 다양성 보존과 관객들의 선택권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결국 스크린 독과점의 피해는 고스란히 관객인 우리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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