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미러]이제는 우리가 이별할 때
[백미러]이제는 우리가 이별할 때
  • 최아영 기자
  • 승인 2015.06.01 1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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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 앞에서 나의 모든 것들은 무장해제된다. 그동안에는 무뎌져 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순간이 바로 이별의 순간이다. 필자는 아직 이별이 익숙하지 않다. 이것이 준비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이별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신문사와의 이별은 준비된 이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 반 동안의 신문사 생활이, 그리고 신문사 사람들과의 모든 일이 추억이 된다는 사실은 이별 앞에 서 있는 나를 망설이게 한다.

  신문사 임기를 마친 이상 나는 수많은 것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 익숙했던 모든 것들을 한 순간에 끊어내기란 쉽지 않다. 나와 신문사는 쉽게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신문사는 나에게 늘 포근한 안식처를 제공해줬다. 신문사 안에 있을 때는 늘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그리고 내 대학생활의 팔 할은 신문사 생활이었다. 나중에 졸업을 해 누군가 내게 ‘대학생활 중 가장 기억이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신문사 생활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문사는 내게 많은 추억을 안겨줬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신문사와도 작별을 고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기자들과 이제 이별을 해야 한다. 늘 실수투성이이고 사고뭉치였던 72기 기자들과 이제는 신문사라는 공간 안에서 함께 활동할 수 없다. 동기이지만 늘 믿고 따라줬던 부장들. 이제 눈빛만 봐도 서로를 아는 사이가 됐지만 우리는 똑같은 이별 앞에서 서로 다른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늘 혼자여도 씩씩했던 나의 유일한 후배 기자. 시끄럽고 잔소리만 하던 선배들 사이에서 꿋꿋이 버텨줘서 고맙다고, 앞으로 신문사를 잘 부탁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 앞으로 신문사를 꾸려갈 누구보다 훌륭한 수습기자들까지. 우리는 더 이상 신문사에서 함께 밥을 먹고 기사를 쓸 수는 없겠지만 영원히 내 가슴 속에 기억될 내 사람들이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덕성여대신문을 읽어줬던 수많은 독자들과 이제 이별을 해야 한다. 돌아보면 신문사 기자라는 이름에 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초반에 넘쳐 흘렀던 패기는 어느샌가 사라지고 나중에는 의무감에 의해 기사를 썼다. 그리고 익숙함에 의해 기사에 많은 시간을 쓰지 못한 것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신문을 읽어줬던 많은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신문사와의 이별이 겨울이 아닌 여름이라 참 다행이다. 만일 겨울에 지금과 같은 이별의 순간이 다가왔다면 필자는 시린 날씨에 더욱 공허해진 마음으로 더 힘든 이별을 겪었을 것 같다. 신문사가 늘 화양연화(花樣年華)를 맞이하길 바라며 마지막 백미러를, 나의 마지막 기사를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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