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 김은현 기자
  • 승인 2015.09.14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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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을 쓰는 솜씨도 사진을 잘 찍는 기술도 아니다. 바로 질문이 필요할 때에 손을 들수 있는 용기다. 기자는 늘 질문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궁금한 것이 많아야 하고 그만큼 많이 알아야 한다. 세상사에 대해, 사건에 대해 논평하고 보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확히 질문하는 것이 우선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내 질문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먼저 걱정하는 순간 용기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자에게 질문은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헬렌 토마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왕이 된다.” 이렇듯 기자는 누구에게든 미움 받는 것을 겁내지 말아야 한다.

  좀 오래된 이야기다. 5년 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폐막식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개최국인 한국에 예의를 표시하는 의미로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줬다. 과연 그날 손을 든 기자가 몇 명이나 됐을까.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한 채 오랜 정적이 이어졌다. 영어가 문제라면 통역을 써도 좋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말에 좌중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그날 첫 질문의 기회는 질문하지 않은 한국 기자들을 대신해 자신 있게 손을 든 중국인 기자에게 넘어갔다.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그 당시 상황을 여러 각도에서 비난했다. 사람들은 G20 개최국인 한국의 국제적 망신이라며 기자들을 깎아내렸고 하다못해 ‘두 유 노 김치’라는 질문이라도 던지지 그랬냐며 비웃기도 했다. 그날 기자들은 왜 질문하지 못했을까.

  기자들은 애초에 질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자리에서 손을 들고 나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친선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곳에 있던 그 어떤 기자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질문은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잘못된 질문을 던져 다른 언론과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을까 걱정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하도록 만든 한국 교육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이유도 그날의 변명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여전히 한국 기자들은 불편한 질문을 할 줄 모른다. 가끔 뉴스나 인터넷을 통해 기자회견 장면을 접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정형화 되고 틀에 박힌 질문이 대다수라는 인상을 받곤 한다. 늘 하는 질문이 그 질문 같고 늘 돌아오는 답변이 그 답변 같다. 멍하니 다른 기자의 질문을 구경하는 기자들도 적지 않다.

  언론의 위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지금, 사회에서 기자들의 책임이 어느 때보다도 막중하다. 남의 일 같지 않은 문제다. 미숙하지만 대학언론의 기자 중 한 사람으로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질문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나는 선뜻 손을 들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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