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보지 말고 말해 Yes or No
눈치 보지 말고 말해 Yes or No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5.11.0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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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눈치 보기 없는 다양성 존중되는 사회 만들어야

두 개 밖에 없는 닭다리를 선뜻 집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치를 보며 ‘닭다리 하나 내가 먹어도 돼?’라고 묻는다. 이처럼 우리는 매 순간 타인의 반응을 살피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눈치 보기의 정도가 심해지면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을 초래하기도 한다. 사람들의 시선에 맞춰 행동하는 사회, 눈치사회에 대해 알아봤다.


  주변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당신은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가? 아마 그렇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다. 우리는 다수의 의견에 반하는 대답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튀는 행동을 했을 때 쏟아지는 시선을 두려워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정에서도 부모님과 친척의 눈치를 보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진로를 선택하기도 하고 친구와 같은 옷을 입으면 친구가 따라했다고 생각할까봐 옷 입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우리는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타인의 시선 역시 신경 쓴다. 밖에서 혼자 밥 먹는 것을 망설이거나 버스에 빈 좌석이 생겨도 선뜻 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대학 김인정(중어중문 1) 학우는 “남들이 다 짜장면을 먹겠다고 할 때 나는 짬뽕이 먹고 싶어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의사 표현을 못할 때가 있다”며 “혼자 다른 의견을 내면 사람들이 쳐다볼 것 같아 부담스럽고 ‘눈치가 없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타인의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는 지나치게 타인의 눈치를 보곤 한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OECD 국가들의 연평균 근로시간보다 훨씬 높게 측정됐지만 그에 비해 노동생산성은 평균보다 훨씬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조직사회까지 깊숙이 박혀버린 눈치문화
  이러한 눈치 보기의 정도가 심해지면 사회 전체적인 비효율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직장인들은 많은 업무량 때문에 야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노동시간이 늘었다고 해서 생산력이 함께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으로 비교하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30.4달러로 34개 회원국 중 28위에 그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눈치문화를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다. 우리대학 사회학과 김두환 교수(이하 김 교수)는 “주어진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선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눈치이다”고 말했다. 이어 “직장생활에서 상사가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눈치를 볼 수는 있지만 상사의 눈치가 보여 야근을 하는 등 시간 때우기 식의 비효율적인 일 처리는 올바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의 지나친 눈치 보기 때문에 ‘취업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직장에서 눈치 보기에 질린 이들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곳으로 이민을 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신의 전문적 지식과 역량을 인정받고 고액 연봉을 받는 ‘코리안 브레인’들이 늘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서열과 위계구조를 중시하다보니 눈치를 더 많이 보게 되는 것 같다”며 “서양사회의 경우도 위계서열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위계서열은 권위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고 말했다.   
직장인 58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직장인들은 상사의 눈치에 의한 야근을 가장 불필요하다고 보았다.

  눈치보는 직장인들, 발 벗고 나선 경영진들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의 47.6%가 ‘아파도 상사, 동료의 눈치가 보여서 참고 출근한다’고 답했다. 이렇게 직장 내의 눈치문화가 심각해지자 우리나라의 몇몇 경영진들은 눈치문화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야쿠르트’는 2013년도부터 전 임직원이 연차휴가를 반드시 사용하게 하고 매주 하루는 반드시 정시에 퇴근하도록 하는 ‘눈치문화 근절운동’을 실시 중이다. 직원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 점은 한국야쿠르트가 3회 연속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애플비’의 경우 오후 6시가 되면 건물이 전체 소등된다. 그 결과 직원 만족도가 높아져 평균 근속연수가 향상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그 외에도 ‘IBK기업은행’, ‘우리투자증권’, ‘LIG손해보험’ 등은 오후 7시가 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거나 인터넷 접속을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직원들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눈치사회가 아닌 개성사회를 위해
  눈치사회에서는 눈치가 없으면 비난을 받고 눈치가 빠르면 더 많은 이익을 얻는 경향이 있다. 김 교수는 “눈치사회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고 진실 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경쟁 과열이나 분배구조의 악화 등의 이유로 눈치를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사람들을 함부로 비난할 수만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다만 서열, 위계,연령 등을 권리로서 악용해 필요 이상으로 눈치를 보는 사회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때때로 다수의 동일한 의견 속에서 용기 내서 말한 한 사람의 다른 의견이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아이디어가 되곤 한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복지정책은 사람들에게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만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많은 정치인은 선거철만 되면 앞 다퉈 복지공약을 내세운다. 취향 존중이라는 의미의 신조어 ‘취존’처럼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인정해 눈치사회가 아닌 개성사회로 도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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