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TV 속 작은 사회
[기자석] TV 속 작은 사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03.0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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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 방송사인 M사에서는 지난 1월, 야심찬 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총 101명의 아이돌 연습생들을 모아 오직 시청자 투표만으로 최종 11인을 뽑고 이들을 한 팀의 프로젝트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내가 직접 만드는 아이돌’이라는 콘셉트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방영 전까지는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비난과 우려를 받았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현재 시청률 3%를 훌쩍 넘기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기자는 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정체를 알기 전, 101명의 연습생이 한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먼저 접했다. 무대에 꽉 차있는 101명의 소녀들을 보며 기자는 그들을 일본의 유명 걸그룹 akb48의 모방 그룹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뽑아달라는 내용의 노래 가사는 측은하고 불쌍했지만 방송을 접한 후 그러한 첫인상은 사라지고 투표까지 참여하는 애청자가 됐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 할수록 불편함이 점점 커져갔다. 이 오디션에서 살아남거나 탈락하는 것은 온전히 시청자 투표로만 이뤄진다. 이 때문에 카메라에 얼마나 비춰지는지, 편집과정에서 자신의 분량이 얼마만큼 나오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프로그램에서 연습생들에게 부여하는 등급은 무대에서의 위치와 무대에 노출되는 시간을 결정하기 때문에 무한한 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일부 연습생들을 지속적으로 카메라에 노출시킨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방송에는 몇몇 연습생들이 주인공처럼 등장한다. 61등까지만이 살아남는 첫 탈락자 결정 방송에선 실력과 외모가 모두 출중했으나 방송에 거의 등장하지 않아 62등으로 탈락한 연습생이 있었다. 반면 춤과 노래 모두 다 미흡했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꾸준히 방송에 나온 연습생은 무려 11등으로 살아남았다. 편집으로 11인을 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작진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얼마 전 공개된 계약서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계약서에 따르면 연습생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프로그램에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할 수가 없으며 출연료도 지급받지 못한다. 결국 101명의 꿈과 열정을 이용해 제작진과 일부 연습생들만이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TV 속의 사회는 마치 우리사회의 작은 축소판 같다. 무한경쟁과 줄 세우기,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열정페이와 갑질까지. 나를 뽑아달라는 노래를 부르는 101명의 연습생들은 곧 취업시장에 내던져질 기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우리는 왜 즐겁기 위해서 보는 TV 속에서까지 사회의 부조리함을 발견하고 불편함을 느껴야 할까. 경쟁이 극대화된 오디션 프로그램 속 피라미드 구조에 순응하고 치열한 경쟁의 한가운데에서 시청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소녀들이 마치 우리의 모습과 꼭 닮아 있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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