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방종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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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소영 기자
  • 승인 2016.03.0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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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나

‘표현의 자유’는 한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 반드시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 중 하나이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그러나 그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준이 상당히 모호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수 있을까.


   
아이유의 미니앨범 <CHAT-SHIRE>의 앨범커버에 나타난 제제가 망사스타킹을 신고 있고. 아이유가 제제를 가사에서 “더럽고 교활한 아이”로 표현하며 논란이 일었다.

   심미주의와 도덕주의
  예술은 무엇을 따라야 하나
  ‘표현의 자유’란, 말 그대로 사회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하며 이 안에는 사상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그리고 예술의 자유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자유라는 것이 추상적이고 그 범위를 정확히 한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자유로 인정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는 몇몇 사례들은 대중들로 하여금 ‘표현의 자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얼마 전에는 가수 아이유가 발표한 곡에 의해 예술 표현의 자유가 논란이 됐다. 아이유의 미니앨범 <CHAT-SHIRE>의 수록곡 <Zeze(이하 제제)>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아이유는 이번 미니앨범에 관한 인터뷰 당시 제제를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이유가 곡의 모티브로 가져온 이 소설은 소설에 등장한 주인공이 ‘학대 아동’일 뿐만 아니라 작가가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 도덕적 가치 판단, 그리고 책임론에 관한 문제로 불거졌다. 이에 대해 이보리(여. 21) 씨(이하 이 씨)는 “원작을 작가의 의도와 별개로 해석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아이유의 곡 제제에서 학대받은 아이의 특정한 면을 교활하다, 더럽다고 표현한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며 “해석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의 한 기자는 “예술가는 제한 없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으며 평론가 허지웅과 작곡가 윤종신도 이러한 입장에서 아이유의 제제를 옹호하는 주장을 펼쳤다.
 
  상반되는 주장에 대해 이학준(남. 20) 씨는 “아이유의 곡 제제를 옹호하고 비판하는 의견 모두 서로 자유롭게 공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사건이 사회적 담론으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그러나 이번 논란이 흑백논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 의해 서로의 의견이 존중되지 못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이에 논란만 더욱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일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긴 했지만 건강한 담론이 오고 가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이 맞고 타인의 의견은 틀리다와 같은 분란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를
  논의할 수 있는 범위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역시 표현의 자유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말했듯 표현의 자유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이다. 그러나 일베에는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 지칭하고 세월호 사건으로 사망한 고등학교 아이들을 오뎅(물에 빠져 죽은 아이들을 국물에 불은 어묵에 비유)이라고 비유하는 등의 표현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이에 현재 이들의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수 없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들의 행위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자유의 의미를 생각해봤을 때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는 자유의 범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일베는 자유의 제한을 받아야 하는 하나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일베 사이트 자체를 없애는 것도 옳은 판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데 어느 정도의 자기검열과 책임의식은 반드시 갖춰져야 할 요소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일베 회원들의 일부 행동들은 범죄와 다름없으며 이들을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의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에 의해
  시위할 권리 보장받아야 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이슬람 무장세력 IS를 언급하며 “복면 시위를 못 하게 해야한다" 는 입장을 취하자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복면금지법’을 발의했다.
  이 밖에도 집회·결사의 자유와 관련된 논란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민중총궐기 집회 이후 새누리당은 ‘복면금지법’을 재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전세계가 복면 뒤에 숨은 IS 척결에 나선 것처럼 우리도 복면 뒤에 숨은 불법폭력시위대 척결에 나서야 한다”며 시위대에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에 일부에서는 폭력시위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복면금지법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지지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복면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며 작은 가능성만으로 복면(마스크)을 쓴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복면금지법뿐만 아니라 시위 자체에 대한 금지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란 의견이 있다. 지난 12월 5일 열린 2차 민중총궐기 집회의 사전신고에 경찰은 세 차례나 이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이러한 경찰의 금지 조치가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집회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므로 이러한 법원의 판결이 옳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또한 머니투데이가 경찰행정학과 교수진 2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수진 중 60%가 이러한 경찰의 금지통고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현대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개성 존중은 점차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중요한 사회담론으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담론에서 무조건 상대를 비판하고 자신이 옳다는 태도는 바람직 하지 않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가 ‘방종’이 되지 않도록 자유에 대한 책임을 항상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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