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
[기자석]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
  • 정혜원 문화학술부장
  • 승인 2016.05.24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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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국민들을 경악케 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나 평소 여성들이 신을 무시해서 죽였다는 피의자의 발언은 성별 갈등의 문제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가 아닌 범죄자를 보호하려는 듯한 사회의 시선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무수히 쏟아지던 기사 중 ‘한때 목사를 꿈꿨던 신학생 피의자…’로 헤드라인을 장식한 기사가 적지 않았다. 이러한 기사 제목은 마치 착하고 독실했던 피의자가 그를 무시하는 여성들 때문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됐다는 식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언론이 대중들에게 범죄자를 동정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여성에 대한 피의자의 혐오가 그의 과거 행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처럼 보여 요 근래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몇 주 전 안산 토막 살인범의 신상이 밝혀졌을 때도 대중들 사이에서는 살인범의 신상을 공개해야 하느냐 마느냐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범죄자 신상 공개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이러한 의견에 기자는 피해자의 신상 보호부터 철저히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 범죄자에 의해 무고한 피해자의 인권이 침해됐는데 범죄자의 인권부터 보호하려는 것은 분명 앞뒤가 뒤바뀐 처사이다.

  앞서 소개한 두 사건의 문제점이 모두 깃든 사례가 바로 ‘조두순 사건’이다. 2008년 12월 8살 여자 아동을 인근 교회 화장실로 끌고 가 잔인하게 성폭행했던 조두순은 범행 당시 만취 상태였음이 인정돼 징역 12년이라는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조두순 사건’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주취범죄 감형금지 법안들이 잇따라 나왔지만 현재까지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술에 취하기만 하면 감형이 되는 사회는 마치 ‘범행을 저지르기 전에 술을 마셔라’라고 말하듯이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잔인하게 느껴진다. 또한 ‘조두순 사건’은 사건 발생 초기에는 피해 아동의 이름을 딴 ‘나영이 사건’으로 불렸다. 물론 나영이라는 이름이 피해 아동의 가명이긴 했지만 범죄 사건에 피해자의 신분에 노출돼 있고 피해자에게 초점을 맞춘 사건명이었기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사람들은 이제 이 사건을 ‘조두순 사건’이라고 부르지만 분명 머릿속에는 ‘나영이 사건’이 어렴풋이 남아있을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기자는 어렸을 때부터 이 말에 대해 반박하고 싶었다. 죄를 저지른 주체가 바로 사람인데 어떻게 미워하지 않을 수 있느냐 말이다. 말 그대로 범죄자는 범죄자일 뿐이다. 사회는 범죄자가 망친 피해자들의 인생과 나아가 국가를 위해서 범죄자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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