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 모르게 비일비재한 아동학대
알게 모르게 비일비재한 아동학대
  • 이수연 기자
  • 승인 2017.05.10 2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겉핥기식 학대 사후 조치 방식부터 바꿔야

  지난 2015년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원생을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분노했다. 이후에도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고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아동학대는 비단 어린이집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내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이하 안아키)’ 카페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처럼 부모의 잘못된 신념으로 자녀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아동학대가 아동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파악하고 아동에게 취해야 할 조치에 대해 알아봤다.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
  CCTV 설치에도 여전해

  2015년 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교사가 네 살배기 아이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공개된 CCTV 영상에는 해당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에게 아이가 먹다 남은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장면과 아이가 이를 뱉어내자 오른손으로 아이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리고 그해 4월 30일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가결됐다.

  그러나 어린이집 내 CCTV 설치가 의무화됐음에도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울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어린이집 교사가 원생을 창틀에 올려놓고 자신의 몸으로 눌러 원생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원생의 머리를 밀치는 등의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이처럼 CCTV 설치는 아동학대를 근절할 수 있는 완벽한 방안이 아니라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로 CCTV 설치 의무화의 계기가 된 인천 송도의 어린이집에도 CCTV가 설치돼 있었다.

  게다가 어린이집 내 CCTV 설치는 어린이집 교사들에게도 불편함을 주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 조경자(45. 여) 씨는 “어린이집 내에 CCTV가 설치돼 있어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는 느낌을 받는다”며 “특정 행동이 혹여나 원생을 학대하는 모습으로 비춰질까 두려웠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지운(50. 여) 씨 역시 “아직 CCTV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아 모호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CCTV 확인을 요청할 때마다 이를 공개할 수밖에 없어 교사들과 아동들의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 안아키 카페 회원이 아이에게 약을 쓰지 않아 아이의 피부 상태가 악화된 모습이다.  

  부모로부터 더욱
  남발되는 아동학대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의 범위는 아동의 건강 혹은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신체적, 정신적 상해를 포함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동은 뉴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어린이집 내 아동학대보다 아동과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 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5년에 보육 교직원이 아동에게 학대를 가한 건수는 427건이고 친부모가 아동에게 학대를 가한 건수는 총 8,843건으로 부모가 아동에게 학대를 가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최근에는 약 처방이 아닌 자연적인 치유력으로 아이들의 각종 질병을 이겨내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는 안아키 카페의 실태가 드러나며 가정 내 아동학대 논란이 더욱 커졌다. 안아키 카페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우선 안아키 카페의 회원들이 필수 예방접종을 거부한다는 점에 있다. 예방접종으로 인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외에도 안아키 회원들은 화상을 입었을 때 찬물 대신 온수로 씻어내야 한다거나 아토피로 인한 피부 습진에도 피부에 바르는 약이나 로션 등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고, 장 질환에는 숯가루를 먹여야 한다는 등의 비상식적 치료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게다가 부모들이 아이가 수두에 면역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 ‘수두파티’를 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는 수두에 걸리지 않은 아이들을 수두에 걸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면서 일부러 아이가 수두에 감염되도록 하는 것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박지혜(44. 여) 씨는 "안아키 카페가 주장한 대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특정 항체가 없는 아이들은 특정 전염병에 걸릴 확률이 다른 아이들보다 높을 것 같다”며 “이 아이들이 단체 생활을 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병을 옮기게 되는 상황도 올 것 같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아동기 때 겪은 학대가
  평생의 고통으로 이어져

  학대를 받은 아동에게는 당장의 신체적, 정신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 우리대학 아동가족학과 박우철 교수(이하 박 교수)는 “학대 당하는 아동에게는 우울과 불안 같은 정신적 문제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또래폭력, 비행, 사회적 위축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며 특히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은 아동의 경우에는 부모와의 친밀감을 상실해 부모와 자녀의 사이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학대를 당한 아동은 아동기에만 문제적 증상을 보이는 게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문제를 보일 수 있다. 박 교수는 “학대 아동이 성인이 된 후에는 연인 관계나 부부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데이트 폭력이나 부부 사이의 폭력에서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가정을 꾸린 뒤 자신의 자녀에게 학대를 가하는 가해자가 될 확률도 높다”고 덧붙였다.

  학대를 당한 아동에게
  취해야 할 조치는?

  아동학대를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를 신고할 수 있다. 일단 신고가 접수되면 수사 기관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현장에서 조사와 수사를 진행한 후 학대를 행한 가해자로부터 아동을 격리하는 등의 초기 조치가 취해진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아동에게 학대를 행하는 가해자의 대부분은 부모이다”며 “피해 아동의 80%는 신고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지내거나 일시적으로 격리된 후 예전처럼 부모와 함께 지내게 된다”고 했다. 이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격리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가족 관계를 회복시키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후 조치는 피해 아동의 치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가해자인 부모들에게 진행되는 교육이나 상담은 부족한 실정이다. 박 교수는 “가해자인 부모들에게 조치가 취해져도 이는 지엽적인 접근일 뿐 총체적인 갈등을 줄이는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더불어 박 교수는 신체적 아동학대와 정서적 아동학대에 대한 접근이 다르다는 점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신체적인 학대를 당한 아동의 경우에는 부모와의 사이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밀도를 높이고 상호 애착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대처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반면에 정서적 아동학대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친밀도가 높아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며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간주해 지나치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도봉구 삼양로144길 33 덕성여자대학교 도서관 402호 덕성여대신문사
  • 대표전화 : 02-901-8551, 855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고유미
  • 법인명 : 덕성여자대학교
  • 제호 : 덕성여대신문
  • 발행인 : 김건희
  • 주간 : 조연성
  • 편집인 : 고유미
  • 메일 : press@duksung.ac.kr
  • 덕성여대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덕성여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duksung.ac.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