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호선
4호선
  • 이지영 (국어국문 2)
  • 승인 2017.12.0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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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대학에 다니고 있는 학우들 대부분은 4호선을 이용해야만 학교에 올 수 있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만만치 않은 거리를 달리는 4호선. 올해 국어국문학과에서 준비한 마당극은 이런 4호 선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지하철 속 피곤에 찌든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웃기를 바라고, 또 더 따뜻한 세상 이 되기를 꿈꾸는 문스4호선과 이름이 꼭 닮은 호선4호선 끝자락에 있는 수유역까지 가면서 겪는 일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졌다.

  흔히 잡상인이라고 불리는 서울역 잡스와 구걸로 생애를 이어가는 맹인 동 대문 ‘할
는 문스의 친구들이며 문스 와 호선이가 지하철을 둘러보던 중 만 난 사람들이다. 이들은 지하철 안에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무시에 상처받는 인물로 묘사된다. 문스와 함께 다녔던 호선 역시 잡스와 할매 같은 안 좋은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처음에는 좋지 않은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함께 자잘한 일들을 겪으며, 오히려 함께 지하철을 타고 있지만 그들에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여기에서 필자는 극이 묘사하는 바가 남에게 관심 없는 지하철 승객들은 모두 이기적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다. 필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남의 일에 잘못 끼어들어서 자신과 다른 승객들에 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 보다 주변에 대한 무관심이 더 낫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 지만 극이 막바지로 흘러가면서 필자의 이러한 오해(?)들이 풀려갔다
.

 
극에서는 지하철 승객 각각이 자신의 속마음을 내비치는 장면이 있었다. 고 개를 숙인 채 핸드폰만 하고 있거나 아 무리 큰 소리가 나도 주위를 둘러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다. 바로 아르바이트와 취업 스트레스, 직장 생활의 고충 등 충분히 힘든 고민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마음 속 에 있는 짜증과 불행을 처리하기에 급급했을 뿐, 남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들이 아니었다. 이는 극의 마지막쯤 나온 호선의 대사 에 의해 더욱 확실해졌다. “오늘 문스를 만난건 제가 덜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이라는 그 말이 굉장히 와 닿았다. 호 선이 특별히 정이 많아 문스를 따라 나선 것이 아니라 그저 덜 피곤해서 지하철 여행을 그와 함께 했다는 대목에서, 앞서 의구심이었던 필자의 감정은 극에 공감하는 감정으로 바뀌었다
.

  
극이 끝나고 필자 역시 4호선을 타고 귀가했다. 하지만 그 날은 핸드폰을 하 지 않고 문스가 알려준 대로 차창 밖 한 강을 비롯한 야경을 바라보며 지하철 안에서 주변에 관심을 가져봤다. 언젠가 필자가 덜 피곤한 날에 진심으로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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