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드라마
불편한 드라마
  • 이예림 정기자
  • 승인 2018.04.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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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드라마 속 중년의 남자 주인공이 20살가량 어린 여자 주인공에게 애정을 느끼는 설정과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가하는 무차별적 폭력이 그의 애정표현이라는 설정 때문이다. 이러한 설정은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성 의식을 심어 준다며 일부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내비쳤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며 항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인식처럼 불륜을 미화하거나 여자 주인공에게 억지로 스킨쉽을 하는 등 폭력적 클리셰를 보이는 드라마 장면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한다. 그렇다면 과거엔 이런 소재의 드라마가 없어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까? 그렇지 않다. 과거에도 불편한 드라마는 있었으나 당시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 불편함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 예로 1990년대에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의 시트콤 드라마 <프렌즈>가 있다. <프렌즈>의 제작자들은 당시의 인기를 재현하기 위해 최근에 드라마를 재방영했다. 그러나 시청자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드라마 속에 성차별적 대사와 성 소수자를 비하하는 대사, 성희롱으로 봐도 무방한 대사들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드라마를 이끄는 주인공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백인이어서 백인우월주의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현재 시청자들에게 <프렌즈>는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드라마지만, 1990년대에 이 드라마를 시청한 사람들은 <프렌즈>를 ‘인생 드라마’로 손꼽는다. 이는 시대가 흐르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인식이 진보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리고 현시대의 드라마 속에 아직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불편한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진보한 인식을 지닌 시청자들이 늘어난 가운데 드라마 속 불편한 요소를 없애기 위해 주의하며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노력도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불편한 드라마가 방영되는 사회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태도로 드라마를 봐야 할까? 나는 시청자들이 경각심과 비판의식을 갖고 드라마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 시청자가 드라마는 단지 드라마일 뿐이라며 드라마를 지적하는 시청자를 ‘프로불편러’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 시대를 나타내고 형성하는 하나의 문화요소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직 사회에서 그 불편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모든 시청자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드라마를 보기 위해선 ‘프로불편러’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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